<지역,사회적기업을 주목하다③>두부공장 김 사장이 사회적기업을 만들려면?
<지역,사회적기업을 주목하다③>두부공장 김 사장이 사회적기업을 만들려면?
꿈틀대는 사회적기업의 맹아
혼자 힘들다면 지역 협의체를 고민하자
  • 정순영 기자 soon@okinews.com
  • 승인 2009.11.27 00:08
  • 호수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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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순서

ⓛ 지역과 사회적기업
② 지역 내 사회적경제 진단
③ 꿈틀대는 사회적기업의 맹아
④ 해외의 사회적기업(1)벨기에
⑤ 해외의 사회적기업(2)프랑스
⑥ <좌담회>지역살림과 사회적기업

#1 두부공장 김 사장의 이야기
우리고장 콩으로 만든 우리콩 두부를 생산하는 김정은(가명)씨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지역에서 로컬푸드 운동을 고민하는 농민들이 모여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두부공장을 열었지만 그 운영이 만만치 않은 것.

우선, 농사라는 본업이 있다 보니 전적으로 두부공장에 매달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더러 생산부터 포장, 홍보, 판매까지 기업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 시행착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김씨는 두부공장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지역이 우선 소비하자는 운동은 농산물 판매 이상의,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만들어내는 사회적가치를 실현한다고 믿기 때문. 또, 두부공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만 된다면 두부 생산과 포장, 배달 등에 필요한 고용창출도 가능할 것 같다.

이런 고민을 계속하던 김씨는 어느 날 정부가 영리활동을 하면서도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이거다!' 두부 판매를 통해 로컬푸드 운동을 활성화하려는 우리 두부공장이야말로 '딱'이지 않은가? 그래서 궁금해졌다. "사회적기업, 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요?"


#2. 향토문화해설사 이동수씨의 이야기
지역사랑이 남다른 이동수(가명)씨는 요즘 우리고장의 역사와 문화 등을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남은 인생을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던 김씨가 '향토문화해설사'라는 멋진 길을 알게 된 것.

우연한 기회에 향토문화해설사를 양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 김씨는 그곳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게 됐고 함께 향토문화를 전파하는 일을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직을 꾸리기로 마음먹기에 이른다.

하지만 김씨가 구상하는 조직은 단순히 지역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지역 축제 등이 있을 때마다 나가서 돕는 자원봉사 모임이 아니다. '향토문화 연구 및 홍보'라는 기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면서도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은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이제껏 지역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러나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기업의 형태를 갖추기까지의 비용도 만만치 않을테고 설사 기업을 세우더라도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려면 고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나 공공문화시설을 위탁운영 할 수 있다면 일정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텐데'라는 막연한 바람만 가지고 있던 김씨는 어느 날 전주의 '전통문화사랑모임'이라는 단체를 알게 된다.

이 단체는 전주시로부터 한옥생활체험관과 술 박물관을 위탁받아 운영하며 지역전통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업무의 사회적가치를 인정받아 인건비 지원도 받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바로 이거다!'라는 깨달음과 함께 이미 전국적으로 김씨처럼 사회적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300개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름하야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268개의 정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있지만 우리고장에는 아직 사회적기업이 없다. 또, 옥천ㆍ보은ㆍ영동의 남부3군으로 범위를 넓혀 보더라도 영동군의 '사회서비스센터'(산모아기돌봄이파견, 가사지원사업)가 유일한 정부 인증 사회적기업이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기업이라는 틀을 갖추지 못했을 뿐, 옥천 내에서도 사회적가치 실현을 목적에 두고 영업활동을 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두부공장은 물론이고 옥천군 장애인보호작업장의 제빵 사업이나 옥천지역자활센터 내의 자활근로사업과 자활공동체, 노인돌보미서비스 등이 이미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회적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의 사업 영역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기업의 맹아들'이 실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다양한 지원들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들이 필요한 것일까?



◆ 수익의 사회 환원 명시돼야
'정부가 인증을 해줘야만 사회적기업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회적자본조달의 토대가 척박한 우리사회에서 영리보다 사회적가치 실현을 최우선에 두는 기업이 자립하기란 현실적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 그런 점에서 인건비 지원 등이 따라오는 정부 인증은 사회적기업의 안정적 성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우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적목적을 명확히 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율이나 기타 사회적 목적의 실현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기준에 따라 크게 4가지 형태로 사회적기업을 유형화하고 있다.

일자리 제공형: 전체 근로자 중 취약계층의 고용 비율이 30% 이상

사회서비스 제공형: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전체 서비스 수혜자 중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수혜자의 비율이 30% 이상

혼합형: 일자리 제공형과 사회서비스 제공형이 혼합된 형태로 취약계층의 고용비율과 서비스 수혜자 중 취약계층의 비율이 20% 이상, 우리나라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편

지역사회 공헌형: 취약계층의 고용비율이나 서비스수혜자 비율로 사회적 목적 실현을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 사회적기업 육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노동부 장관이 판단하는 경우. 환경ㆍ문화ㆍ지역개발 등 지역사회 일반 주민을 수혜자로 공익사업을 하는 경우가 보통 해당된다.


이밖에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조직형태와 유급근로자 고용, 기업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등에 있어 정부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데 그 주요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위한 조건들


◆ 혼자 힘들다면 협의체는 어떨까
이상 살펴 본 사회적기업의 인증 요건들이 두부공장 김 대표나 향토문화해설사 이씨에게는 자칫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사회적가치 실현에 대한 의지가 아무리 확고하다 하더라도 위의 인증 요건들을 갖추지 못하면 현행 법상으로는 정부 지원은 고사하고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조차 쓸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기업에 대한 전문가 그룹이나 자치단체 내의 전담부서, 혹은 자문을 구할만한 선배 사회적기업조차 없는 옥천과 같은 농촌 지역에서는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역의 어려움을 사회적기업에 뜻이 있는 조직 간 네트워크 또는 협의체 구성을 통해 해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민간조직 간의 협력은 물론, 사회적책임을 고민하는 지역 내 민간 기업이나 공기업,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 잉여의 사회적 환원을 의무로 하는 농협과 같은 조직들이 협력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면 재원 마련의 수월성은 둘째치고라도 보다 많은 지역의 구성원들이 공동의 사회적목적을 갖게 되고 이것이 곧 지역발전역량으로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농촌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사회적기업의 시장접근성을 높여주는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연구위원은 "사회적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하는 데는 정부 및 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친환경 학교급식 제공이나 취약계층 보건복지서비스, 주민들의 문화여가 서비스 제공 등의 영역에서 자치단체가 사회적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 형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일방적 지원도 무조건적 의존도 아닌 민관의 수평적 협력체계는 건강한 사회적기업이 성장하는 데 전제 조건이다.

한국의 사회적기업 지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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