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적기업을 주목하다ⓛ>공공을 이롭게 하는 사회적 기업
<지역,사회적기업을 주목하다ⓛ>공공을 이롭게 하는 사회적 기업
ⓛ지역과 사회적기업
착한 생산자와 바른 소비자가 만나는 공동체 지향
  • 정순영 기자 soon@okinews.com
  • 승인 2009.11.06 15:02
  • 호수 1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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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개편을 둘러싸고 진행된 지난 몇 달 간의 논의들을 지켜보며 일부 주민들은 다소 씁쓰레한 감정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본사에서 진행한 주민 여론조사 결과(2009년 7월31일자 본지 990호 참고)에서도 나타났듯, 주민의 절반 이상이 '대전과의 통합을 희망한다'는 옥천의 현 주소는 그 결과에 대한 여타의 평가를 떠나, '왜 많은 주민들이 옥천의 미래를 이웃한 큰 자치단체와의 통합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가'라는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이 고민은 지역경제, 즉 지역의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지역 내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풀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열악한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 보조금을 한 푼이라도 더 끌어오는 방법도 있고 어떻게든 기업을 유치해 단 한 명의 고용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 6회에 걸쳐 연재될 '지역, 사회적 기업을 주목하다'를 통해서는 지역경제의 틀을 바꾸는 조금 다른 방식을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바로 '무엇이 공공을 이롭게 할 것인가'란 사회적 가치를 기업경영의 중심에 둔 사회적기업과 공동체 성원 간의 호혜정신을 토대로 이뤄지는 '사회적경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연재 순서

ⓛ 지역과 사회적기업
② 지역 내 사회적경제 진단
③ 꿈틀대는 사회적기업의 맹아
④ 해외의 사회적기업(1)벨기에
⑤ 해외의 사회적기업(2)프랑스
⑥ <좌담회>지역살림과 사회적기업


◆이야기 하나, '모두가 건강하게 먹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음식점 '문턱없는 밥집'. 낮 12시가 되기까진 시간이 좀 남았지만 식당 안은 벌써부터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한 한식집과 다를 바 없지만 깜짝 놀랄 이 집만의 비밀은 바로 손님 마음대로 밥값을 낸다는 것. 500원을 내든 5만원을 내든 아예 내지 않든, 매일 점심시간 단일메뉴로 제공되는 비빔밥의 가격은 먹는 사람 마음에 달려있다. 또 한 가지 이 집의 특징은 쌀부터 채소, 달걀, 심지어 달걀을 굽는 기름과 비빔밥 양념까지 모든 재료가 유기농이라는 것.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귀한(?) 재료로 조리된 비빔밥에 대해 손님들이 지불하는 돈은 얼마나 될까?

문턱없는 밥집에 따르면, 지난해 손님들이 지불한 비빔밥의 평균 가격은 1천700원이고 올해는 2천500원 정도라고 한다. 물론 이런 가격으로 비빔밥을 팔아서는 가게를 유지 할 수 없어 저녁에는 제 값을 받는 유기농 밥상을 판매해 점심 적자를 만회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도 좋을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를 추구하며 운영되는 문턱없는 밥집의 전경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소재)

문턱없는 밥집이 이 같은 시도를 하게 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심재훈 점장은 '가난한 사람들도 좋은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가격표가 없는 비빔밥을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문턱없는 밥집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웰빙적 접근을 하지 않습니다. 잘 살든 못 살든 사람은 누구나 좋은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뿐만 아니라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도시 소비자가 친환경농업 농가를 지원하는 것이 되고 친환경농업을 지원함으로써 환경운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저희 밥집의 목표입니다."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이 운영하는 문턱없는 밥집은 지난해 7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까지는 가게 운영수익이 월 2백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정부로부터 가게에 고용된 8명에 대한 급여를 지원받고 있다.

식생활의 평등을 통한 모든 이의 건강한 삶과 남김없이 먹기 운동으로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는 문턱없는 밥집의 시도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서울 시내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올바른 식생활을 체험하는 현장학습장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문턱없는 밥집'의 점심시간 모습. 메뉴는 비빔밥 하나지만 쌀부터 야채, 양념류까지 모두 재료가 유기농으로 생산된 것이며 밥을 먹은 사람들은 형편 껏 밥값을 지불하면 된다.

◆이야기 둘, '협동해서 함께 건강하자'
차와 사람으로 북적이는 경기도 안성시 시내에 자리 잡은 안성농민의원. 초록색의 간판을 따라 2층 계단을 오르니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안성의료생협)이 운영하고 있는 안성농민의원과 농민한의원, 생협치과의원이 방문객을 반긴다.

1994년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생협으로 출발해 현재 3천153세대(안성시 전체 세대수 6만8천여세대)의 주민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안성의료생협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마련한 병원시설을 조합원 전체가 공동으로 소유하며, 조합 차원에서 의료진을 고용해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까지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안성의료생협이 운영하고 있는 병원들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 병원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3천 세대가 넘는 주민이 주인인 병원답게 '안성의료생협 환자권리장전'을 토대로 철저한 의료윤리이행과 적정 검사, 적정 진료, 적정 진료비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지켜가고 있는 안성의료생협은, 지난해 4월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음으로써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집으로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단 길동무'의 방문요원 10여명의 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사회적기업 지원제도 중 하나인 '전문인력 지원'을 활용해 전산관리요원과 작업치료사, 보건예방간호사를 고용함으로써 보다 수준 높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안성의료생협의 김보라 전무이사는 "급여지원이 일정 정도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음으로써 구성원들이 협동조합의 사회적기여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다"고 사회적기업 인증 이후의 변화를 설명했다.

◆ 지역개발과 사회적기업
앞서 살펴 본 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회적기업은 뒤에 오는 '기업'보다 '사회적'이라는 표현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즉, 개별 기업 혹은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와 공동체의 이익에 더 큰 가치를 두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 영업 활동을 벌이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실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개념정의는 국가와 연구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2007년 7월 제정된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부족한 사회서비스 확충 또는 취약계층 고용 등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서 자체 수익구조와 고용구조를 갖추고 재화와 서비스를 유ㆍ무상으로 판매하는 기업' 으로 사회적기업을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정 이후 노동부는 해마다 심의를 거쳐, 올해까지 총 251개의 노동부 장관이 인증하는 사회적 기업을 선발했으며 일자리 창출에 따른 급여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노동부는 사회적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을 크게 9개 범주로 나누고 있는데, 1>교육 2>보건 3>사회복지 4>환경 5>문화ㆍ예술ㆍ관광ㆍ운동 6>보육 7>산림보전 8>간병ㆍ가사지원 9>기타가 바로 그 범주이며, 실제 251개 인증 사회적기업 중 73개(29%) 기업이 기타로 분류되는 등, 사회적기업의 유형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출처: 2009 사회적기업 개요집)

▲ 사회적기업의 조직 형태  (출처: 2009 사회적기업 개요집 / www.socialenterprise.or.kr )

▲ 사회적기업의 업종 유형 (출처: 2009 사회적기업 개요집 / www.socialenterprise.or.kr )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많은 사회적기업 연구자들이 사회적기업과 지역개발에 매우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

노동부 주최로 열린 '2009 지역사회와 사회적기업 포럼'에서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지역의 사회적기업은 △지역 내 신규고용, 특히 취업 취약계층 내에서의 일자리 창출 △고용을 통한 지역사회의 빈곤과 불평등 해소 △사회복지 서비스 등 준공공재의 생산을 늘림 △지역사회 환경, 인적자원 등의 가치를 찾아내고 사회적 기업을 통해 증진된 공동체의 신뢰성 향성이 지역 내 사회적자본을 축적하는 데 기여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아가 많은 사회적 기업의 설립이 '지금 우리 지역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재화나 서비스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므로,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는 곧 지역 삶의 질을 바꾸는 데 있어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실제 전국 20여 곳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들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있는데, 충청북도 역시 올해 5월 '충청북도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도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 등을 명시하고 있다.

도 경제정책과 조병철 사회적기업 담당자는 "현재 도내 인증 사회적기업은 15개로 앞으로 예비 사회적 기업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업무가 노동부에서 자치단체로 점차 이전되면서 지방비 부담도 따라오겠지만 사회적 기업은 일반기업을 통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고용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으므로 도 차원에서도 계속 육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고장 내에서 사회적기업 설립을 고민하고 있는 주민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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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사람 2009-11-08 18:09:55
관심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절차 조건 등을 알고 싶어요.(010-3029-3881 차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