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지은 '대청호' 지명 바꿀 기회 왔다
제멋대로 지은 '대청호' 지명 바꿀 기회 왔다
대전, 국토정보원에 '대청호' 등록하려다 보류돼
뒤늦은 주민 의견 수렴, '옥천호'로 해야한다는 움직임도
정치권, 주민 의견 수렴 기간 확보하고 처음부터 재논의해야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18.01.26 02:01
  • 호수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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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의견 수렴 없이 붙여진 '대청호' 이름을 바꿀 기회가 왔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최근 교량 및 호수 등 인공시설물 지명 고시 신청을 받으면서 '대청호' 지명 정비가 추진되고 있는 것.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덕군(현 대전 대덕구)과 청원군의 앞 글자를 따 지은 탓에 '독재정권의 잔재'라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도 대청호 유역면적 중 옥천군이 차지하는 면적이 30.4%로 인접 시·군 중 가장 넓고 수몰 피해를 가장 많이 봤기 때문에 '옥천호'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대청호에 새 이름을 명명할 기회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자연지명을 넘어 최근 인공시설물의 이름도 고시하면서부터다. 이를 위해 교량 및 호수 등 인공시설물의 지명 고시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국토정보지리원에 아직 등록되지 않은 '대청호' 이름을 대전광역시가 등록하려 하면서 새 이름을 얻을 기회가 생기게 된 것.

지난해 대전광역시 동구는 자연마을 명칭을 정비하던 중 이를 알게 돼 '대청호' 지명 정비를 추진했다. 동구는 2017년 6월27일 지명심의위원회를 열어 '대청호' 지명을 원안 가결했고 이어 10월27일 대전광역시 지명위원회 심의에서도 '대청호' 지명을 원안 가결했다. 그러나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대청호 지명고시는 지난해 12월 열린 국가지명위원회 지명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국토정보지리원 국가지명위원회 심의 결과 '대청호는 충북과 경계에 걸친 지명으로 관련 시군(청주시, 보은군, 옥천군)의 의견수렴 후 국가지명 위원회에 재상정 요구'하라는 보류사유를 밝혔다.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되지 않은 지명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국가지명위원회의 보류 의견에 따라 옥천군을 비롯한 인근 지자체에 대청호 이름을 새로이 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옥천군이 이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청호 지명 명칭 의견 수렴 기한을 이틀 남겨두고서야 관련 사회단체 간담회를 연 것. 독재정권 지명의 잔재를 걷어낼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지역 차원의 중대한 문제 임에도 옥천군이 제대로 임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옥천군은 4일 충청북도를 통해 '대청호 지명 명칭 의견 수렴' 공문을 받았으나 18일에 각 읍면으로 의견수렴 공문을 보냈고 24일에야 관련사회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군에서 밝힌 충청북도에 보내는 의견수렴 시한은 26일. 지역사회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임에도 제대로 된 공론화가 없다는 점, 그나마 열린 간담회도 의견수렴 기한을 코앞에 두고 개최돼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장 24일 열린 간담회에서도 의견수렴 기한을 한 달 이상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향토사연구회 이재하 회장은 "의견 수렴 기한이 너무 짧고 이제 대청호라는 이름보다 새로운 이름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며 "언뜻 드는 생각에는 옥천호도 좋지만 금강호도 어떤가 싶다"고 말했다.

옥천군애향회 박문용 회장은 "사람도 많고 돈도 많은 대전과 청주 사이에 끼어 옥천이 제일 피해를 보면서도 이름 하나 제대로 찾지 못했다"며 "대청호라는 이름은 이제 옥천호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대청호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옥천문화원 김승룡 원장은 "주변 지역과 괜히 갈등 일으킬 필요 없이 폭넓은 마음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대청호로 그냥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여성단체협의회 우을순 회장은 "안남면 종미리에 사는데 대청호 안개 때문에 곶감도 잘 안 된다"며 "왜 이름이 대청호인가 처음부터 의구심이 들었다. 피해를 많이 보는데 이름이라도 제대로 찾아와야 한다. 옥천호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이슈를 왜 일찌감치 공론화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의견수렴 기한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규철 도의원은 "처음 들었는데 지역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보은과 청주 도의원과 협의해 가장 많이 피해를 보고 있는 옥천의 입장에서 충북의 의견을 '옥천호'로 몰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박한범 도의원은 "도 담당자와 통화해 의견수렴 기한을 일단 연기하라고 했다"며 "중요한 문제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만 군수는 "지역으로서는 중요한 문제라 좀더 주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의견을 보낼 것"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수가 의견수렴 기한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어떻게 재논의될 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박덕흠 국회의원실 송현우 보좌관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조사과 강기희 담당자는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인공시설물도 고시하면서 명칭 고시 신청이 늘고 있다"며 "만일 옥천주민들이 '옥천호'로 이름 바꾸기를 원하고 인근 지자체와 협의가 되어 확정된다면 대청호란 지명은 고시와 동시에 다 옥천호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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