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치의 실종 정당의 부재 (1)>박덕흠이 아니라 새누리, 이재한이 아니라 더민주
<기획-정치의 실종 정당의 부재 (1)>박덕흠이 아니라 새누리, 이재한이 아니라 더민주
국회의원선거 판단 기준은 국정운영 능력
차별성 없는 정당·정책, 인물 투표로 이어져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16.03.04 12:27
  • 호수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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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40일(4일 기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헌법재판소의 2014년 결정으로 선거 제도 전반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당시 헌재는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2대1을 넘지 않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한해 정치권은 물론, 정치 개혁을 바라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선거구 개편으로 촉발된 변화 가능성을 실질적인 정치 개혁으로 이어가기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국회를 장악한 제1당(새누리당)과 제2당(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를 축소하면서 지역구를 늘리는 방법으로 정치 개혁의 가능성을 닫아 버렸다. 비례대표 확대는 시민, 사회단체뿐만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할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선거제도와 정치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었다. 이는 두 거대정당에 지배된 정치 지형에 균열을 내면서 다양한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 가능성을 넓혀 힘의 정치가 아닌 토론과 논쟁을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복잡성에 정치가 효과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정당이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를 위한 정책 경쟁이 필요하다. 선거구 개편은 이에 관해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두 거대정당의 야합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정치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정당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 선거는 4년에 한번 하는 명망가들의 인기투표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주민에게 위임받은 권한과 책임 안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박덕흠과 이재한 예비후보 중 한 사람을 고르는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박덕흠 의원은 새누리당을 대신해 출마한 것이고, 이재한 지역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대신해 출마한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정당 정치에 대한 책임을 묻고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 옥천신문은 이번 4·13 총선을 맞아 '정치의 실종과 정당의 부재'를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 2개 거대정당에 가려진 20개 소수정당 

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정당이 있을까?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새누리당(157석)과 더불어민주당(108석), 국민의당(17석)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원내 네번째 정당인 정의당(5석)을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2월17일 기준). 여기까지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당,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정치권 소식은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이 거의 전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단일 정당명으로는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녹색당을 비롯해 노동당, 복지국가당 등 총 22개 정당이 있다.(3월3일 기준). 정당을 만들기 위한 사전 단계인 창당준비위원회는 시민혁명당을 비롯해 현재 총 20개가 있다. 40개가 넘는 정당과 창준위가 주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많은 정치 결사체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치 지형 자체가 거대정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소수정당의 등장과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대부분의 정치 제도가 거대정당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이는 최근에 벌어진 선거구 획정 사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 편차 2대1 결정으로 정치권은 선거구를 근본적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옥천과 같은 농촌 지역 주민들은 단순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는 헌재의 결정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며 소외 지역의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촉구했지만 국회는 이런 바람을 외면했다.

결국 비례대표를 54석에서 47석으로 줄이며 지역구를 늘리는 방식으로, 다시말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한줌도 내려놓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를 거부했다. 두 거대정당의 야합으로 기존의 선거구에서 원내 진입이 어려웠던 소수정당들의 진출 가능성은 더욱 좁아졌다. 19대 국회 유일한 원내 소수정당인 정의당의 경우 다섯명의 의원 중 네 명이 비례대표다. 비례대표 축소는 소수정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정치 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정치 지형이 만들어낸 결과는 무엇일까? 지난해 4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국회에서 개최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어떻게 바꿔야 하나?' 토론자로 참여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보수기득권 중심의 양당체제는 시장의 갑을 관계에서 '갑'을 정치적으로 엄호했고 '을'을 정치적으로 배제했다. 갑인 대기업이 정경유착과 온갖 경제적 특혜를 받으며 승승장구할 때 을인 중소기업,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 서민들은 정치에서 배제되어 생존의 위기 속에 매순간 극단적 선택을 강요 받았다. 더 나아가 보수기득권 정당은 87년 미완의 민주화를 자신들의 기득권의 기반으로 삼아왔다.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해소하기 보다는 지역주의 정치를 수단으로 활용하며 정치 자체를 대중으로부터 불신받게 했다.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운영을 통해 의회 정치를 민의를 대변하는 곳이 아니라 보수 세력간의 경쟁, 부정부패의 일상화, 특권·기득권의 항상적 유지를 위한 그들만의 놀이터로 전락시켰다."

■ 강령·정책 차이점 찾기 힘든 양당체제 

현재와 같은 양당 체제를 뒷받침 하는 정치적 장치들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정당 기호배정 방식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1번 정당'이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자동으로 2번 정당이 된다. 전국적인 묻지마 줄투표가 벌어진다. 정당을 만드려면 다섯 군데 이상 시·도에서 각각 1천명 이상 당원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조항은 돈과 조직이 없는 사람들은 정당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중앙당은 무조건 서울에 있어야 한다. 풀뿌리 지역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린다. 선거에서 2% 이상 득표를 못하면 정당을 해산해야 하는 조항도 있었다. 이에 따라 2012년 총선에 나섰다가 '0.48%(10만3천811표)'를 얻은 녹색당은 그해 '당'이 사라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렇게 사라진 당명은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녹색당은 어쩔 수없이 '녹색당 더하기'라는 이름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갔고 위헌 소송을 제기해, 녹색당이란 이름을 되찾아 왔다.

이런 법적·제도적 장치로 소수정당의 등장을 차단한 거대정당들은 손쉽게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한다. 문제는 이런 정치 지형에서 건강한 정책 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각각 '보수'와 '진보'를 내세우지만 각 정당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령'을 살펴보면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국민행복(새누리)', '정의, 통합, 번영, 평화(더민주)' 같은 추상적 단어들의 나열은 각 정당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체감하기 어렵게 만든다. 강령에 의한 정당 간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또하나의 이유는 그런 강령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공약에서조차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하승우 소장은 "정당이란 정책을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강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선거철만 되면 '위에서 아래로 모든 좋은 공약을 모아서 뿌리는 방식'으로 정책이 나오다 보니 차이점이 없게 되는 것"이라며 "진보를 내세우는 더민주에서 신공항 건설 같은 토목 공약이 나와도 이게 자신들의 정체성과 맞는지 따져보고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당과 야당 사이에 차이점이 불분명한 것 뿐만 아니라 이른바 야당 사이에서도 선명한 구분은 무의미하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일 총선 승리와 박근혜 정부 심판을 위한 야권 통합을 국민의당에 제안했다. 국민의당은 불과 한달 전에 만들어진 신생 정당이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안철수, 천정배 대표는 둘다 한때 더민주에 몸담고 있던 인물들이다. 탈당과 통합 사이에 뚜렷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오직 '총선 승리'라는 필요에 맞춰 '정부 심판론'을 끼워맞춘 정치공학의 산물로 비친다.

소수정당이 나올 수 없는 제도적 한계와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거대정당 사이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빈틈을 파고드는 것이 여당 후보를 찍어야 지역발전에 힘이 실린다는 현실론과 지연·혈연·학연에 의한 우리사람 밀어주기 정서다. 하지만 야당의 '정부 심판론' 만큼이나 진부하고 현실성 떨어지는 것이 여당의 지역발전론이다. 우리고장의 민심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힐링1번지 공약을 내세운 박근혜 후보를 당선 시킨바 있다. 하지만 임기 과반을 넘어가는 현 시점에 힐링1번지 공약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1천억원대를 자랑한 힐링1번지는 150억원대 휴-포레스트라는 사업으로 축소됐다.

과거 선출직으로 정계 진출 경력이 있는 옥천읍 한 주민은 "국회의원 1명 가지고 지역이 변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막연한 기대심리'에 불과하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집권당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 구체적인 기획력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지 여당, 야당 그 자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국회의원과 군수, 다수의 군의원까지 집권 여당을 선택한 옥천군이 얼마나 발전하고 변화했는지 판단은 주민들 각자의 몫이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당등록 현황
<2016년 3월3일 기준>
연번 정당명 등록일 사무소
소재지
1 새누리당 1997년 11월 27일 서울
2 국제녹색당 2007년 8월 8일
3 대한민국당 2012년 7월 16일
4 녹색당 2012년 10월 22일
5 노동당 2012년 10월 22일
6 정의당 2012년 10월 31일
7 가자코리아겨레자유평화통일당 2012년 11월 13일
8 개혁국민신당 2012년 11월 13일
9 그린불교연합당 2012년 12월 11일
10 한나라당 2013년 4월 15일
11 더불어민주당 2014년 3월 26일
12 기독민주당 2014년 5월 1일
13 공화당 2014년 5월 14일
14 민주당 2014년 9월 25일
15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2015년 3월 16일
16 한국국민당 2015년 8월 4일
17 국민행복당 2015년 10월 1일
18 통일한국당 2015년 12월 2일
19 국민의당 2016년 2월 5일
20 복지국가당 2016년 2월 15일
21 진리대한당 2016년 2월 15일
22 한누리평화통일 2016년 2월 15일

 

■ 제19대 국회 의석수 현황 <2월17일 기준>
정당 의석수 의석비중 비고
새누리당 157 53.58%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 108 36.86% 교섭단체
국민의당 17 5.80% 비교섭단체
정의당 5 1.71% 비교섭단체
무소속 6 2.05% 비교섭단체
293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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