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환경의 성지로 거듭났으면..."
"옥천, 환경의 성지로 거듭났으면..."
[내고향 옥천] 대전MBC 보도국 임양재 취재부장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2.07.09 00:00
  • 호수 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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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기자보다 방송기자는 몸짓, 표정, 말투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3D업종이라는 임양재 부장.

머쓱한 몸짓도 잠시 그는 일선현장에서 뛰는 취재기자답게 핵심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얘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내가 뭐 자격이 되나?’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마지못해 인터뷰에 응할 때의 걱정은 일순간에 날아갔다. 대전 MBC 보도국 취재부장 임양재(43)씨, 대전 충남의 뉴스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그는 먼저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동이면 세산1리가 고향인 그는 동이초등학교 6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대전으로 전학을 갔기 때문에 정확히 몇 회 졸업생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지탱하는 뿌리를 더듬는 듯 아련하게 영상이 그려지게끔 많은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인근 금강 가에서 삶은 계란과 ‘금강사이다’를 먹던 기억을 제일 먼저 떠올렸다.
 
“그 당시에는 금강 물이 어찌나 맑았던지 사이다 병에 강물을 담아 먹어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지. 당시 금강 가에는 부자 친구들이 많이 살았거든. 내가 똑똑해 보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양재 같으면 얼마든지 데리고 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구”
 
은근슬쩍 자랑 섞인 너스레를 늘어놓는다. 아쉽게도 그 당시 친구들은 대부분 외지로 떠나서 소식이 끊겼단다. 그 당시 대전으로 전학을 갔을 때만 해도 약간의 문화적인 충격으로 적응하기 바빠서 연락이 서로 닿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지금 ‘오문식’이라는 친구가 인천 교육청에 있다는 말만 어렴풋이 듣고 있지만 현실 속에서 추억을 다시 재생시키기란 그리 쉽지 않은가 보다. 세산리에서 동이초등학교까지 논길, 산길 따라 넉넉잡아 한 시간, 형들하고 같이 달리기 시합과 고구마 먹던 얘기도 자연스레 묻어 나왔다.

“겨울에 고구마를 눈 위에 던져 놓고, 시간이 지난 후 먹으면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형들하고 같이 선착순 달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부모님이 아직 세산에 살고 계셔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고향을 찾는단다.


“아버지(임창호)가 동이초 동창회장을 오래 하셨고, 포도 동호회 회장, 제1회 도민대상을 받으셔서 그 지역 분들은 다 알거에요”  그는 현재 대전 MBC에서 취재부장을 맡고 있다. 신문기자보다 방송기자는 몸짓, 표정, 말투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3D업종이라고 했다.
 
‘골병드는 직업’이지만 사람들이 일으키고 만들어내는 여러 사회현상과 접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조그만 일조를 한다는 측면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가까운 옥천의 좋은 소식도 많이 다뤄주고 싶고, 관심을 쏟고 싶은데, 청주 방송국이 전담하게 되어 있어 아쉽다고도 했다. 그는 옥천의 발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거꾸로 생각해야 해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옥천은 금강 상류라 충남·북·대전 약 360만의 식수를 책임지는 중요한 지역임은 다 알 겁니다. 이건 대단히 중요합니다. 어쩌면 옥천이 환경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시대에 발전할 수 있는 요건이 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옥천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먹는 사람들에게 옥천이 환경의 성지임을 각인시키고 사랑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건 단지 보상의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환경에 대한 애정입니다”
 
자꾸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여 공단을 설립한다든가 하는 일은 진정 옥천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개발주의 사고방식에 벗어나지 못한 편의주의식 행정이라고 일갈했다. 또, 옥천은 물의 근원인 상류에 위치한 만큼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환경자원을 얼마나 소중하게 가꿔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삶에 찌들고, 현 물질문명에 염증을 느낀 도시민들이 늘 고향처럼 느끼고 찾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가까운 금산의 경우, 금산을 ‘인삼의 땅’으로 각인시키고 여러 가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나름대로의 방편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숲마다 다 이름을 지어주고 의미를 만들어 주죠. 산수유 나무를 많이 심어서 산수유림을 만든다든가.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되려 거기다 멋진 이름과 의미를 부여하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거에요. 드라마세트 유치도 하나의 방편이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거든요. 브랜드화, 지역특화는 조그만 실천이라도 할 때 가능하죠. 특히 군 행정부의 유연한 생각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자신의 취재 권역인 금산의 변화하는 모습을 옥천이 좀 닮았으면 한다고 추천했다. 푸근한 인상으로 짧은 시간 고향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그는 바쁜 전화를 받고서 삶의 일상 속으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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