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읽는 어른모임>현대사 인물과 주고 받는 유쾌한 이메일
<동화읽는 어른모임>현대사 인물과 주고 받는 유쾌한 이메일
  • 김영희(동화읽는 어른모임 회원) one@okinews.com
  • 승인 2015.09.18 11:14
  • 호수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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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전태일 박종철이 들려주는 현대사 이야기』 / 글 함규진 / 그림 돌 스튜디오 / 철수와 영희 / 2010년 8월

사실 나는 처음부터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현대사에 대한 나의 회색 빛 시각 때문이다. 더구나 책 제목에 나열된 인물의 이름을 보니 한 숨이 절로 나온다. 그들이 들려주는 현대사는 어떤 시각일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읽기도 전에 가슴에 반감이 먼저 일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치 한 편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 역돌이는 지금을 살아가는 초등학생이다. 메신저와 이메일을 친구들과 주고 받고, 학원에 다니며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게임을 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우연히 메신저에 유령인 김구 할아버지와 연결이 되고 전태일, 박종철 형님으로부터 한국 현대사에 대해 메신저와 메일을 통해 공부하게 된다.

책의 내용은 일제 강점기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이 생기기까지의 과정, 한국전쟁의 원인과 결과,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 발전에 숨어있는 국민의 항쟁과 피땀…그리고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루어져있다.

나는 한 시대의 역사를 메일로 보고 궁금하거나 의심스러운 것을 질문하고 세 위인은 이에 대해 답을 해주는 형식이 마음에 든다. 특히 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잘못된 역사의식을 담은 말들을 아이들이 들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들쳐 내어 질문함으로써 오해와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았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일제가 우리의 근대화에 도움을 준 것이 아닐까? 통일은 왜 해야 하나? 폐업은 불법이니 나쁜게 아닌가? 좌파와 우파 중 누가 좋은 것일까?

아이들에게 고대사를 이야기 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이제 이 책을 권해주면 되겠구나싶어 마음이 편해진다. 일제 강점기에서 지금까지 이 책에 나와 있는 우리의 역사는 회색빛 보다 붉은 색에 가깝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희생과 땀의 대지 위에 현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슴 밑이 울렁거렸다. 여전히 그 맥이 자꾸 잠자려 하는 나를 꿈꾸게 하나보다. 그래서 나는 희극을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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