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칼럼> 참 나라꼴이
<김삼웅 칼럼> 참 나라꼴이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14.12.12 10:12
  • 호수 12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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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꼴이 참 말이 아니다. 대명천지 밝은 세상에 환관, 내시, 십상시 등 고대 중국 왕조시대의 낡은 용어가 나돌고 청와대는 공적 기관보다 사적 인맥끼리 뒤엉켜 국법질서와 국가기강을 어지럽힌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하나같이 빌 공(空)약이 되고 수출은 느는데 서민의 생계는 갈수록 퍅퍅해진다. 국부의 대부분은 재벌과 특권층의 금고로 들어가서 개인들은 빚더미에 눌려 헤어나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이 돈이 없어서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하지 않는 '3포시대'를 살게되고, "인문학을 나온 90%가 논다"는 새로운 '인구론'이 회자된다. 보수족벌 신문과 종편을 일컬어 '기레기'라는 심한 야유가 쏟아졌지만 진실보도는 여전히 뒷전이다.

올해는 '척왜척양'의 동학농민혁명 2갑주년인데 군사주권을 또 무기한 연장해주었다. 경제력에 있어서 북한보다 40배, 국방비도 그 정도라는데, 그 많은 국방비 다 어디로 새고 여전히 국가의 전시작전지휘권을 외국에 맡겨야 하는가. 그리고 농민 추곡수매와 노동자 최저임금인상, 학생들의 급식비에는 그토록 인색하면서 수십 조의 외제 무기는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도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임 대통령 이명박 시대의 이른바 '자원외교'로 수십 조의 예산이 탕진 또는 유용돼 국고가 텅텅비게 되고 4대강은 썩어서 물고기 한 마리 살기 어렵게 되었다.

진정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대법원은 "정리해고는 정당하다" 고 판결하고, 국가정보기관은 간첩을 조작하고, 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되었다. 여당은 정부의 독선과 부패를 방관하고 제1야당은 견제기능을 잃고 진보야당들은 지리멸렬한 상태다. 나라가 어데로 가고 있는지, 이래도 되는지 불안하고 걱정된다.

그나마 선거라도 있으면 표를 통해 심판하겠지만 앞으로 1년여 동안은 아무 선거도 없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더욱 오만해지고 날선 관치만이 설치게 될 것이다. 하긴 선거가 있다한들 뭣하겠는가. 아무리 실정을 해도 또 찍어주고 다음날부터 후회를 되풀이 한다. 마치 히말리야의 힐단새처럼.

국민 각자가 깨어나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정치귀족들의 국민속임수에 불과하다. 중국의 작가 루쉰이 말했다. "자신이 묶일 쇠줄을 만드는 노예를 보면 동정하지만 분노할 줄 모르는 노예를 보면 경멸한다."

파란곡절의 2014년이 저물어 간다. 새해는 광복 70주년, 그러니까 1910년 8월 29일 국치일로부터 해방까지 정확히 34년 10개월 보름의 꼭 2배가 되는 시점이다. 새해에는 독립운동가들이 꿈에도 원했던 '자주독립'과 헌법상의 '민주공화'가 지켜지고 발전하는 해방70주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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