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흥의 옥천바로보기
오한흥의 옥천바로보기
무엇을 볼 것인가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2.05.11 00:00
  • 호수 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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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조선일보 반대모임에서 발행하고 있는 조선바보

우리 말과 글에 대한 푸대접이 험난했던 역사에 비례한다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우리 말과 글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좋은 조짐이다. 그 중에 하나, 빠른 속도로 유행처럼 번지는 게 있으니 그 건 순수 우리 말을 이름으로 한 모임들이다.

민주당 경선과정을 통해 노무현씨를 대통령후보로 당선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얘기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기만 말하면 특정인 편든다고 할테니 한나라당 이회창씨 지지자 모임도 얘기하자. 줄여서 `창사랑'이라고 하든가. 그리고 월간 잡지인 인물과 사상을 사랑하는 독자모임, 낚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별을 사랑하는 전국중학생 모임 등 하여튼 무진장 많다.
 
우리고장에도 있다. 우선 생각나는 건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으며 `조선일보 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도 있다. 이런 모임들은 이름만 보고, 들어도 무엇을 하고자 하는 모임인지 금방 파악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가깝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이치. "다 좋은데, 좀 길은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법하나 이 또한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다.

줄여서 쓰는 이름이 또 아주 감칠맛 난다. 노사모, 창사랑은 앞에서 했으니 빼고, 인사모, 낚사모, 별사모, 우리고장의 교생사, 조선바보 어떤가? 괜찮지 않은가? 긴 이름을 특별히 외우지 않고 몇 번 눈길만 준 기억으로도 쉽게 연결이 되지 않는가. 오히려 부르고, 기억할 때마다 웃음을 자아내게 할 수 있는 `줄인 이름'이라면 이건 효과 만점이다. 노사모, 별사모, 교생사도 좋지만 `조선일보 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을 줄여서 부르는 `조선바보'가 아주 좋은 사례다.
 
조선바보, 우선 부르기가 쉬우니 기억하기도 쉽고 그러다보니 전파력이 어마 어마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이 이름으로 옥천에서 시작된 조선일보 반대운동이 이미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됐는가 하면 전국의 상당수 대학에서도 이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조선바보'라는 정기간행물까지 발행될 정도다. 
 
그렇다면 `옥천 바로보기'는 어떤가?. 줄이면 물론 `옥천바보'가 되겠다. 굳이 하나 더, 선택의 의미를 달아 살을 붙인다면 말 그대로 바로 볼 것인가, 아니면 바보처럼 제대로 보지 못해서 정말 바보 천치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이번호부터 `옥천바보'를 신설하고 가끔 여러분께 신고드릴 계획이다. 뭘 볼라고? 힘께나 쓴다는 사람들을 바라볼 것이며 그 중에서도 그들이 알리기 싫어하는 부분에 대해 집중할 것이라는 말씀을 미리 드린다. 나머지는 그 분들이 잘 알아서 하실 걸로 믿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사실 이미 그렇게들 하고 계시지 않는가?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군의원이라는 사람들을 보자. 조그만 마을에 표시나는 일이라도 있으면 하나같이 나서서 자기가 했다고 그러는 판 아닌가? 물론 맞을 수도 있다. 말 한 마디, 눈길 한 번도 구태여 일이라면 일일테니 말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낯께나 날만한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처럼 알아서 잘들 하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다. 가끔은 나도 이런 분위기에 대충 장단이나 맞추며 쌍나발이나 불어주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허나 어쩌랴. 우선 내 체질이 이런 분위기엔 영 아닌 걸. 또 내가 아니라도 이런 판에서야 북치고 장구치며 `형님먼저 아우먼저' 분위기 맞출 분들은 충분하니 나까지 걱정할 일이 뭐있겠나. 오늘 신고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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