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와 '품바공연'의 화려한 앙상블(?)
'오케스트라'와 '품바공연'의 화려한 앙상블(?)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2.05.11 00:00
  • 호수 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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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탄생 100주년 기념 15회 지용제 첫날이었던 9일, 개막식 이후 식후행사로 펼쳐진 `옥천팝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떤 공연보다도 인상적이었다. 혹시, 퍼포먼스 공연 소식을 미처 접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였다. 제목은 `삶의 현장과 오케스트라' 정도가 적당할 듯 싶다.
 
저녁 8시20분께 임시로 마련한 질퍽한 주차장에 안전하게 차를 주차시키고  옥천팝오케스트라의 공연이 한창일 공연장을 향해 늦은 걸음을 서둘렀다. 관성회관에 다다를수록 다양한 소리가 퍼져 나오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름다운 선율이 밤하늘에 가득할 것이라 예상하며 찾아간 그 곳은 한마디로 `난장'이었다.
 
눈으로는 야외공연장 무대 위에서 첫 무대의 긴장과 설렘을 가득 안고 있을 단원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귀로는 그렇지 않았다. 공설운동장으로 올라서는 진입로에는 음악 테이프를 팔고 있는 상인이 틀어 놓은 음악소리가 흐르고 있었고 농구장 뒤편으로는 아예 가설 무대까지 차려 놓은 `품바공연'이 한창이었다.
 
다양한 소리들이 섞여 행사장을 가득 채운 상황에서 축하공연이 제대로 될리 없다. 공연 진행에 여념이 없는 김욱성 단장의 얼굴에는 초조한 빛과 함께 당혹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그런 김 단장의 모습을 보면서 첫 공연을 위해, '군 단위에서 조직된 오케스트라여서 역시 수준이 그렇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그들이 기울인 노력을 알고 있기에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 보아도 군과 문화원 등 행사 관계자들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어두운 밤이었기에 쉽지 않았겠지만 왜 공연을 위한 주변 통제와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지면을 통해 묻고 싶다. 기사 마감을 위해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데 도로와 접한 품바 공연장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오케스트라 공연 때문에 음악소리를 크게 틀 수가 없거든요"

지용탄생 100주년이라는 늦었지만 무슨 언질이 들어간 것으로 믿고 싶었다. 정서상 의미를 충분히 부여할 수 있는 올 지용제 첫날 행사의 모습이 행사 전체를 관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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