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영생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2.04.06 00:00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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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상고 학생들은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영생원을 방문, 원생들과 함께 지내며 봉사활동과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해소를 위한 교육을 받았다.
"야! 조용히 하고 모여봐" 30여명의 학생들은 기대반 떨림반으로 주재만 선생님 앞으로 모이게 된다. 6개조로 편성되어 드디어 우리 목적지 영생원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몇 아이들은 차안에서 불평들을 늘어 놓는다. "차안은 왜 이렇게 좁아? 냄새도 난다 문좀 열어봐" 한 친구는 "가기 싫어 죽겠다. 나 기대도 안할꺼야" 아이들은 이 말에 동의하는 듯 차안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이야기를 듣던 운전하는 아저씨는 "그래도 이 차가 제일 좋은거야" 웃음이 터지고 아이들의 불평이 사그라질 때쯤 차는 벌써 영생원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차안에 내려 서있는 아이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반겨주는 영생원 가족들, 이에 뒤질세라 아이들도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아이들은 아까 불평은 어디에다 놓고 왔는 지 활짝 핀 꽃처럼 모두들 환한 표정들이다. 2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은 자리에 모두 앉아 교장선생님 말씀을 들은 뒤 우리들의 영생원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방을 배정받은 뒤 식사준비와 다른 봉사활동을 하였다. `그냥 단순히 봉사활동 왔구나' 그때까지 이 행사를 하는 의미를 아직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식사가 끝난 후 역전파출소장님을 모시고 폭력과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을 하고 난 다음 촛불의식이 시작되었다. 불이 꺼진후 촛불 하나 하나가 켜진 후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 미움을 간직한 채 자란 한 아들의 후회를 그리는 이야기를 선생님이 읽어주셨다. 점점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흐른다. 자기일인양 여기저기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도 목이 메여 오는지 중간중간 맥이 끊겼다. 노래소리는 계속 흐르고 눈을 감아 기도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들은 이 순간만큼 진지해져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불이 켜지고 바로 꿈의 봉투라는 제목이 씌여있는 종이와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지를 받았다. 꿈의 봉투란 자신의 1년 뒤에 모습을 그리며 쓰는 일기식의 형식이다. 이걸 받은 아이들은 "선생님! 이걸 어떻게 써요?"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편하게 쓰라면서 그 자리를 모두 나가셨다. 조용한 분위기에 자기 자신 미래에 대한 사뭇 진지한 모습이 보이는 듯한 했었는데 웃음이 터진다.

"하하하, 그게 뭐냐? 니가 여자냐? 엄마 아빠에게가 뭐냐? 되게 웃긴다" 또 그 남자아이는 그 사실이 창피한 지 얼굴이 더욱 불그스레해졌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더욱 즐거워한다. 우리들의 밤이 벌써 깊어져가는 사실도 잊은 채...

아이들은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 흡연과 음주에 대한 비디오를 시청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관심사는 흡연과 음주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머, 저 머리좀봐. 몇년전 머리냐? 크크 멋있다" 농담의 말로 여자아이들의 웃음이 터졌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흡연과 음주라고 생각된다. 학생들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흡연과 음주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가 되지 않아 이 교육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밤이 되자 선생님과 아이들간에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대화 내용은 거의 자격증 취득에 대한 걱정, 진학과 취업에 대한 걱정들을 선생님과 함께 풀어가며 갈길에 대한 방법을 찾아나갔다. 아이들은 고맙게 생각했는지 더욱더 선생님과 열심히 이야기한다. 그렇게 밤이 저물어갔다.

"야! 일어나!" 6시30분 기상시간이 되고 아침식사 준비와 아침운동을 하였다. 아침공기를 마시며 달리기 시작한다. 이런 공간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빼꼼 가까스로 나온 개나리가 보였다. 하루 아침만에 봄이 온것만 같았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아침이라 교육받기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그동안에 우리 머릿속에 박혀있던 잘못된 편견들이 머릿속과 마음속에서 녹아내리는 듯 했다. 모든 교육이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교육을 받으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항상 사람들은 잘못된 편견과 시기, 미움으로 자기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데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뒤늦게 뉘우친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배울 수 없는 지금 이곳에서 친구들과 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벌써 점심시간이 돌아왔다. 한 것도 없는데 시간만 빨리 돌아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영생원 가족들과 산책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5개조로 나뉘어 5명씩 여자아이들 옆에는 할머니가, 남자아이들 옆에는 할아버지가 짝을 이루었다.

"서로 인사하세요. 자기 짝 이름 알아야 해요. 그리고 문제를 잘 맞추는 팀과 단합 잘 되는 팀에게 상품 있습니다" 상품이라는 말에 아이들 귀가 솔깃해진다. "그 상품 우리꺼다 우리꺼야!" 처음에는 어색함인지 손만잡고 말을 하지 않는다.

"오늘 좀 춥죠? 주머니에 손 넣으세요. 이쪽 손은 제손 잡구요" 곧 할머니는 "저기 개나리좀 봐여! 이뿌다" 바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냉이도 있어요 언니" 줄곧 할머니는 나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저게 냉이예요? 아, 그렇구나"

이런 대화중에 할머니는 걷는게 힘든지 자꾸 숨이 차서 제대로 말씀을 못하신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힘드세요?"라며 말을 건네자 바로 "아니요"라고 대답하신다. 정신장애인 편견에 대한 문제를 모두 풀 동안 같이 노래부르고 간식도 먹고 정말 그 시간이 즐거워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말 `황금같은 시간'이 딱 들어 맞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가르쳐 드렸다. "제 이름은 윤애란이예요" 자주 내이름을 외우도록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제이름이 뭐죠?" 이 말도 계속 되풀이한다. 결국에 할머니는 외우셨다. 할머니는 계속 이름을 묻는 것이 궁금하셨는지 "근데 왜 자꾸 이름을 물어봐?" 난 "나중에 또 올때 제이름 부르면서 반겨주셔야 저도 기분이 좋죠" 그 뒤로 말씀이 없었다. 헤어짐을 예상하셨는지.

"마지막으로 짝끼리 안아주세요"라는 선생님 말씀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모두 아이들이 제짝을 안고 있었다. 우는 학생도 보였다. 벌써 마지막 시간이 된 것이다. 아이들은 하나 둘씩 차에 오르기 시작한다. "안녕히 계세요"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헤어짐의 아쉬움과 하룻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차안은 또 시끄럽다.

▶윤애란/옥천상고2 (청소년기자) yun486@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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