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입어보는 교복... '섭섭·개운'
마지막으로 입어보는 교복... '섭섭·개운'
옥천고 23회 졸업식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2.02.23 00:00
  • 호수 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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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식을 마치고 밀가루 세례를 받은 졸업생.
말할 때마다 입김이 나오던 9일. "누가 졸업식 아니랄까봐 무진장 춥네"라는 꽃을 파는 아르바이트생의 이 한마디에 `졸업식이 맞긴 맞구나'하고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점점 졸업식 시작 예정시간이 다가오자 학교로 들어서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단정히 교복을 입고 들어오는 재학생들의 모습에서부터 한껏 머리를 부풀리고 연한 화장을 하고,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귀걸이를 하고 등장하는 졸업생들의 모습, 또 밀가루를 들고 오며 `씨익∼' 하고 의미있는 웃음을 던지는 몇몇 학생들의 모습까지...

그렇게 많은 표정들을 담은 졸업식이 시작됐다. 이제 다시는 입지 못할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교가를 부르는 졸업생들의 모습에선 왠지 모를 허전함이 가득했다. 졸업식이 끝나자 졸업식장 주변엔 기회를 노려 졸업생들에게 껌을 파는 후배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다른 날 같았으면 껌을 파는 이들의 모습이 추해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날만은 망설임 없이 껌을 사주는 졸업생들의 눈엔 한낮 귀여운 후배의 애교로 보였을 것이다.

이날 껌을 팔은 김아무(18)양은 "솔직히 좀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팔아 본 거라 재미있었다"라며 이날 껌을 판 것에 대한 소감을 말해줬다. 졸업식장에는 껌을 파는 것을 비롯한 보기 드문 모습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교복을 입은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로 오고가는 밀가루와 계란들. 서로 장난쳐가며 벌이는 작은 혈투(?) 때문에 한때 옥천고는 뿌연 밀가루가 교정을 뒤덮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구)언더우드 사거리 앞에선 남중 졸업생들의 밀가루 혈투와 더불어 교복을 찢는 괴이한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때 만난 옥천고 졸업생의 모습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졸업생은 밀가루와 계란으로 뒤덮인 채 교복 상의 양쪽 팔 부분이 뜯겨진 처참한 모습이었다.

"무거운 짐을 버리고 새로운 짐을 가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섭섭하지만 개운하기도 하다. 이제 구속하는 건 없기 때문에..." 라며 옥천고 졸업생(김 아무)은 졸업한 소감을 전해주었다. 졸업이란 누군가의 말대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 `학교' 라는 틀이 아닌 `사회'라는 새로운 틀 안에 도전하기를 시도하는 졸업생들의 앞에 밝은 희망만이 있길 바란다.

▶송선영/옥천고2 (청소년기자) mf6014@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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