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곶감 먹어 보셨나요!!"
"청산곶감 먹어 보셨나요!!"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2002.01.26 00:00
  • 호수 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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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농협이 개설한 곶감 경매시장이 매 5일장마다 열린다. 설까지는 계속될 곶감시장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는 크다.
"청산은 어떨지 오늘 처음 갖고 와 봤어요. 상인들에게 판매를 위탁하면 팔리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청산농협에서 운영하는 경매시장은 직접 와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생산자들이 활용하기에는 좋은 시장입니다."

지난 22일 아침 7시30분께. 청산 5일장을 맞아 청산농협 공판장에서 이루어지는 청산곶감 경매장에 영동의 곶감 생산자가 찾았다. 손장주(56·영동군 영동읍 계산리)씨.

영동보다는 규모 면에서 비교도 할 수 없지만 개인 상인들이 움직이고 있는 영동 곶감시장과는 달리 청산곶감 경매시장은 생산자에게 유리한 판매구조가 장점이어서 곶감을 갖고 왔다고 말한다. 청산농협 앞에 마련된 공판장에는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렸고 곶감을 사려는 상인들도 저마다 생산자들과 흥정을 하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오늘 나온 곶감의 상품가치는 별로인가 보다. 날씨가 추워야 곶감이 제대로 만들어지는데 그 동안 날씨가 따뜻해서 제대로 곶감을 손질할 수 없었던 데다 곶감이 끝날 철이 되어서인지 물량도 적다는 것이 상인들의 말. 그나마 전남 목포에서 상인들이 물건을 사겠다고 나서는 통에 곶감 가격이 형성되었다.

"농협에서 경매시장을 열어주지 않으면 생산자들이 서울이나 영동 상인들에게 직접 거래를 해야 하는데 생산자들에게는 경매시장이 큰 덕을 주고 있는 거예요. 경비도 절감될 뿐만 아니라 자칫 상인들이 물건을 죽여버리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거든요"라는 박영조(53·청산면 하서리)씨도 오늘은 물건이 많지 않아 조금밖에는 출하를 못했다.

전반적인 올해 곶감 가격은 다소 엇갈렸지만 지난해보다는 접당(곶감 100개 기준) 2천원에서 3천원 정도는 좋은 셈이라는 대체적인 분석. 그러나 10월20일 이전에 깎은 곶감은 1동(곶감 100접)씩, 많게는 10동까지 빠지고 곰팡이가 슬어 상품가치를 잃었다. 그만큼 손실을 입은 셈이지만 이후에 출하된 곶감은 가격대가 괜찮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10년째 청산에서 곶감을 사오고 있는 곶감 생산자이자 영동 상인 김상식씨는 "청산의 곶감 생산 규모로 보면 청산농협 경매시장은 상당히 활성화된 것"이라며 "건조장에서 타래째 나가는 물량이 많지만 경매를 통한 거래방식을 도입하면서 생산자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진단했다.

청산농협 주구종 판매과장은 "7년 전부터 청산농협에서 곶감 경매시장을 운영한 결과 생산자들이 상인들에게 팔지 않고 주로 경매시장을 이용하고 있다"며 "청산에서 생산한 60% 정도는 경매시장을 이용하고 있지만 노령화 등으로 인해 판매량이 줄고 있어 활성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색깔이 안나고 상품가치가 없지만 자연 상태로 말려서 맛은 좋다고 가져온 6접을 2만원밖에 받지 못해 속이 상한 박봉순(75·청산면 의동리) 할머니가 곶감 깎은 수고비도 건지지 못했다고 한소리하는 장면은 낯익은 곶감 경매시장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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