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마지막 기회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1.12.01 00:00
  • 호수 5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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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회 정례회가 1일부터 25일간의 회기로 문을 연다. 이번 정례회는 올 한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큰 틀을 짠다는 의미에다 3대 군의회 마지막 정례회라는 마무리 의미까지 함께 담고 있다.

요점은 `그러니 군의회의 분발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의원들 나름대로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자료도 모으고, 준비를 하신 걸로 안다. 그러나 준비만으로 끝나는 일은 없는 법, 제발 이번만이라도 그럴듯한 성과물을 좀 보여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난 봄 아픈(?) 기억을 되짚어 본다. 유봉열 군수가 산촌종합개발사업을 하겠다며 군의회에 보고한 자료에는 후보지가 모두 세 곳.

이 중 과다한 옹벽 공사비 등 부지매입에 어려움을 들어 부적격지라고 보고했던 후보지를 유 군수가 매입해 군의회 몰래 이 땅에 사업을 추진하던 중 본보 보도(3월10일 첫보도)에 의해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본보 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접한 군의회 의원들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의원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며 연말 행정사무감사에서 다룬다는 느슨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유는 군수를 의식한 부담(?)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론은 뜨거웠다. 주민여론과 군수사이에서 군의회도 미루기만 할 수는 없었다.

군의회 간담회 석상에서 다루기로 했다. 공식적으로는 조경환 의원에 의해 처음으로 입을 여는 순간, 이 때 유 군수의 노크도 없는 등장으로 반말조의 폭언과 함께 판이 깨지고 말았다. 이후 군의회는 아예 입이 붙었다. 연말 행정사무감사에서 다루기로 했다며.

유 군수는'한 점 부끄럼이 없다'며 용단이었음을 강변했다. 그러나 이어진 도 종합감사에서 이 일로 인해 감사기간이 연장되는 사태까지 빚어지며 주무부서 담당 공무원과 과장이 징계를 당하는 등 산촌종합개발사업이 허점투성이로 드러났다.

현재는 유 군수가 자신의 사유지의 일부인 녹색관광센터 부지를 금천리 마을에 매각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상은 올 봄에 불붙어 한여름 우리고장을 뜨겁게 달구고 아직 그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금천리 유군수 사유지내 산촌종합개발과 관련된 대충의 내용이다.

이 내용을 다시 상기시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의회 자체에서 `행정사무감사때 다룬다'는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안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며 끝으로 이 사안을 어떻게 매듭짓는가에 따라 3대 군의회 위상과 함께 이미 찢겨진 상처를 치유하느냐, 마느냐가 달렸다는 생각에서다.

지역의 자존심을 바로세우고 민선자치의 상징적인 위치에 있는 유 군수의 함량측정은 물론이다. 군의회가 당차게 감시, 견제해야 할 집행부 수장인 군수앞에서 주눅이 든 의원들은 이미 의원이 아니다. 따진다고 만든 자리에서 군수에게 폭언이나 당하고 빌빌거리는 일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된다.

군수실이나 들락거리며 쥐꼬리만한 사업이나 부탁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약속대로 이번 회기중에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이 문제가 다뤄지긴 할 모양이다. 중요한 건 `아, 이래서 지방자치를 하는 게 좋고, 군의회가 이래서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인식을 끌어내는 작업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일컫는 지방자치제를 두고 `너무 빨리 시행한 거 같다'느니 심지어 `이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주민반응을 불식시키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안은 이번 회기를 통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분발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성탄전야에 마무리되는 3대 군의회 타봉소리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희망의 종소리로 다가서길 간절히 소망한다. 모든 걸 깨끗이 털고 다시 일어서는 군의회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군의회가 이 사안을 철저히 파헤친 결과 지금까지 보도했던 본보 기사중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공개적인 사과는 물론 당사자인 유군수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밝히며 필요하다면 의정단상에 증인요청이 있을 경우 기꺼이 응할 것임을 함께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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