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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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옥천여중 2년)중봉선생 추모백일장 수필 장원 등대지기는 홀로 서 있지만, 외로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고를 칭송해 주지 않는다고 불쾌해 하지 않고 스스로의 일에 작은 보람과 기쁨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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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0.12.15 11:04
  • 호수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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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봄날, 점심을 먹고 잠깐의 휴식이 아쉬운 5교시였다. 책상과 무언의 고개짓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도덕교과서는 지루함을 가중시켜 주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설명을 계속하고 계셨다.

약간 불편한 자세로 공자님을 뵈려는데 갑자기 교실에 울리는 막대기 소리에 놀라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선생님은 태연히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지. 첫째 남이야 어떻든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적 인간형, 둘째 남에게 피해도 이익도 주지 않는 현실주의적 인간형, 셋째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타주의적 인간형, 사람은 나름대로 삶을 영위하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결국은 이 세가지로 분리되는 거야. 너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모두 잠에서 덜 깨 부시시했지만 대답만큼은 썩씩하게 했다. 물론 세번째 사람이었다.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우리 사회에 숨은 공헌을 하신 분들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비록 인정은 못 받지만 심혈을 기울여 밝은 우리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분, 선생님께서는 이 분들을 등대에 비유하셨다.

칠흙같은 어둠속에 비춰지는 밝은 빛, 바다에 생명을 의탁한 모든 사람들을 인도하는 생명의 빛……. 아무도 등대지기가 누구인 줄 모른다. 그저 생명의 빛을 믿으며 그것을 따라갈 뿐…….

내 어렸을 때 희망은 선생님이었다. 어린 나이도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었다. 아이들을 이끌어 인생의 종착역에 도착할 때까지 험난하기는 해도 바른 길을 걷도록 도와주시는 그분들이 내게는 하늘과 같아 보였다. 커가면서 교사라는 것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직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을 땐 어릴 적의 내 희망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요즘 고민하고 방황하며 갈 길을 잃어버리는 우리와 아픔을 나누려는 선생님을 더욱 고마워할 수 있게 되었다. 권위가 가득한 선생님보다 친구처럼 부담없이, 그러면서도 때로는 엄한 훈계를 내려주시는 분들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분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이타주의적 인간형에 내가 동참하기 위해서 난 인생의 목표를 내가 생각하는 선생님으로 정했다. 이것은 안정된 직업을 가지려는 나의 미래설계가 아니고 우리 시대의 청소년과 아픔을 나누고 싶은 나의 미래 소망이다.

좋은 선생님들을 뵈면 그분들이 내가 도덕시간에 추상적으로만 알았던 이타주의적 인간임을 알게 된다. 어두운 곳에서 도움의 손을 내미는 등대지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등대지기는 홀로 서 있지만, 외로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고를 칭송해주지 않는다고 불쾌해하지 않고 스스로의 일에 작은 보람과 기쁨을 얻는다.

등대지기의 손길아래 사회인이 되어가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면서도 소박한 꿈을 갖는다. 그것은 우리를 위해 등대지기의 임무를 수행하고 싶은 바램이며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 되고 싶은 나의 온 마음이다. 그리고 그것은 넓은 곳에서 표류해버린 어느 인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몸부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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