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학습 학생의 발-야간 학생수송버스
자율학습 학생의 발-야간 학생수송버스
  • 이철기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0.12.15 11:04
  • 호수 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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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있어 흐르는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기만 한 것.

그래서 이들은 실전에 임하여 한 번의 후회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평소의 땀 한방울을 마다하지 않으며 밤을 낮삼아 공부하는 이들의 모습은 안타깝기까지도 하다.

학교에 도착하여 맞이한 야경은 책장을 넘기는 학생들의 모습과 함께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10시 무렵, 자율학습이 끝남과 함께 이들을 수송하기 위한 옥천시내버스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학생들과 함께 고생하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정규 근무시간이 아니면서도 별도의 운행을 하고 있는 운전기사들.

9시 이후로는 시내버스도 모두 끊겨 원거리 학생들이 귀가에 불편을 느끼자 옥천버스측이 야간에 학생 수송용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86년 3월, 처음엔 이원, 안내 방면으로 운행을 시작하였고 88년부터는 군서, 동이 등 2개 노선을 증설, 지금까지 운행하여 오고 있다.

회사측에서 운전기사들의 격무를 무릅쓰고 이 운행을 지속해 오고 있는 것은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의와 함께 이들 학생들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이웃이며 형제이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별도 수당도 없이 노·사의 협의하에 운행을 해오고 있지만 근무시간외의 운행은 피로에 피로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한 운전기사의 얘기는 그들 기사의 실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사실 정규 운행만을 한다면 밤 9시로 모두 일과를 끝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간 수송버스를 위해 밤 10시까지 대기, 노선을 뛰고나면 11시가 넘어버린다.

지난 3월 옥천버스의 노조측이 야간수송버스의 운행중단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때문. 관계자들의 고군분투 속에 결국 5월14일 운행재개를 하긴 했으나 내년부터는 이 운행을 중지하겠다는 조건부 운행이어서 이는 미해결의 문제로 남아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원거리 학생들의 자율학습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위기에 놓인 것.

이는 그동안 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과 더불어 학생 교사의 자질향상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온 이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으며, 옥천버스측 또한 지금까지의 그 노고가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는 바 이 문제 해결에 지역인사 및 교육계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 지역 후배들의 발이 되어 준 옥천버스 운전기사들의 성의와 주민들의 희망사항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방을 둘러 멘 학생과 운전기사들의 지친 모습과 함께 시내버스마저 힘에 겨운 듯 천천히 출발하는 모습이 안스럽기만 했다.

〈이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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