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동아리 PH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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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세의 생일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1.07.07 00:00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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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은 PH의 드러머 모세의 생일. 동일이의 집에 모인 PH멤버들과 잡다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지난 2일 동일이네 집에 PH가 모였다. 모세(양모세)의 생일이라고 한다. 찾아가 보니 모세와 성필(조성필)이, 집 주인인 동일(전동일)이가 TV를 보며 병학(이병학)이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병학이가 과자와 음료수를 사들고 들어선다. 바로 생일 파티가 시작된다. 카메라를 꺼내드니 모세가 `안 된다'는 소리와 함께 옷을 갈아입고 온다. 흰 티를 이리 저리 보이며 `여자 친구가 사 준 건데 괜찮냐?'고 묻는다.

어른 손바닥만한 케이크에 꽂아 놓은 초에 불을 붙이고 축하 노래도 불러준다. 공식행사(?)를 마친 아이들은 과자봉지를 방바닥에 뜯어 놓은 채 생일파티를 한다. 날이 더워서일까? 방이 좁아서일까? 방은 온통 나른한 기운에 푹 잠겨 있다.

"처음에는 낙오자(또다른 옥천고등학교 스쿨밴드, 현재는 대입을 위해 공식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형들이 참가했던 것을 보고 가자고 했는데요, 실력이 달려서 도저히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했었어요."

그런 아이들이 다시 의기투합해 소요락 참가를 결정한 것은 모세때문이라고 한다. 모세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그룹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어머니와 약속을 했다며 꼭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나...

하지만 멤버들 누구도 모세가 소요락이 끝나고 드럼 스틱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 것 같다. 모세 조차도 멤버들의 이런 주장에 굳이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의도 표하지 않는 모세의 모습에서 대입에 매진해야 할 이 시대 인문고 학생의 고뇌(?)가 엿보인다.

멤버들의 주장대로 소요락 참가가 모세의 주장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눈에서 쉽게 읽힌다. 금요일부터 시작될 시험을 걱정하면서도 소요락 참가 접수 사항 이것 저것을 챙기는 녀석들의 눈에는 기대와 걱정, 작은 흥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좋아서 밴드를 만든 것은 아니에요. 밴드가 하고 싶어서 음악을 들었죠, 그러다보니까 지금은 음악이 좋아졌어요."

밴드 결성 동기를 설명하며 이렇게 오래갈지 기대도 못했다는 병학이의 얘기에 모두 동의를 표한다. 당연히 병학이의 말처럼 PH가 위기를 겪었을 때도 있었다. 작년 그룹의 리더격인 동일이가 선배들이 있는 다른 스쿨밴드에 들어가자는 제안을 했을 때였다.

"정말 힘들었어요. 선배도 없지... 연습실은 나가야 하지... 아이들은 조금씩 지치는 것 같지..."

결국 강하게 반발하던 성필이와 한바탕 했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그 위기를 무사히 딛고 일어선 녀석들은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라는데 역시 동의한다. 선배들에게서 도움을 받았으며 편하고 빠르긴 했겠지만 음악을 자기 생각없이 그냥 소화해버렸을 꺼 같단다.

"빨리 예선에 나가서 다른 학교 스쿨밴드 좀 보고 싶어요."

조그만 지역에서 하다보니까 경쟁자도 없고 같이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저변이 넓지 못하다는 것이 영 불만인가 보다. 이번 소요락에서 녀석들이 얻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자신들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갑자기 성필이가 돌발적인 이야기를 던진다.

"만약에 우리가 대상을 먹어서 100만원을 타면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겠습니다."

갑자기 주변 멤버들이 소란스러워지며 성필이의 입을 막느라 정신 없다. 그러나 곧 자신들도 쑥스러운 지 자리를 정리한다. 아직 예선도 통과 못했으면서 `상금을 타면 어떡하지' 하며 키득거렸을 녀석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조리 있고 논리적인 말보다는 간결하게 터져 나오는 말에 큰 웃음과 손짓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더욱 익숙한 아이들. 상대적으로 대도시에 비해 문화적 경험과 기회의 폭이 작은 고장에서 많은 벽들을 넘으며 또 다른 영역으로 삶의 반경을 넓혀나가는 그룹 PH 멤버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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