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동아리 PH ----- (1)
음악동아리 PH ----- (1)
울타리 넘어 소요로 가는 아이들~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1.06.30 00:00
  • 호수 5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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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고 음악동아리 P.H가 전국 락경연대회인 '제3회 소요 락 페스티발'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중이다.
26일, 양모세(드럼)와 전동일(기타)이 교복을 입은 모습 그대로 나타나 곧장 연습실로 들어간다.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에 의미있는 일을 찾다가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결성하게 되었다는 옥천고등학교 음악동아리 `그룹 PH.'.

그들은 지금 새로운 도전을 위해 청소년수련관에 있는 콘테이너 연습실을 떠나 5평 남짓한 한얼째즈음악학원(원장 김욱성)으로 자리를 옮겨 연습을 시작했다.

지역에서는 조금씩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이제 제법 알아보는 골수 팬(?)들도 생긴 그들이 `제3회 쾌락지수 소요락페스티발'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국에서 난다 긴다하는 그룹사운드 100여개 팀이 참가해 예선을 거친 후 선발된 20여개팀에게만 경기도 동두천에서 락페스티발과 함께 열리는 경연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권위 있는 대회다.

이 대회의 예선이 바로 7월15일이지만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연습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다. 이미 작년에 옥천의 대표적인 스쿨밴드였던 `낙오자'가 이 대회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한 터라 나름대로의 부담도 안고 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기타를 치고 있는 이병학이 멋쩍은 웃음과 함께 연습실로 들어오고 이어서 조성필(베이스)이 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으로 들어온다. 독서실에서 한참을 야단 맞고 뛰어오느라 늦었다는 것이 성필이의 변명이었다.

빨리 연습마치고 집에 가서 공부해야 된다며 재촉하던 모세가 드럼을 두드리자 금새 아이들은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며 호흡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연습 전까지는 여는 학생들처럼 눈가에 장난끼와 쑥스러움을 잔뜩 묻히고 시덥잖은(?) 얘기를 주고받던 아이들은 연습이 시작되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작은 연습실을 가득 메우며 터져 나갈 곳을 찾는 음악소리에 모두들 자신을 푹 담가버린다. 밤 8시부터 9시가 조금 넘을 때까지 진행된 짧지만 진지했던 연습시간을 끝내고 학원을 나서는 녀석들은 금새 다가오는 시험을 걱정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어깨를 짓누르는 책가방만큼이나 무거운 어둠이 잔뜩 내려앉은 거리를 터덜거리며 걸어가는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소요락페스티발에서 관중들의 환호에 묻혀 멋진 연주를 펼치는 자신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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