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고단한 삶은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하루 종일 손에 쥐어지는 순수입은 5천원에서 1만원 사이가 고작이다.
5일 간격으로 돌아오는 장날이면 장사가 더 잘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한가 보다. 대전 상인들의 아우성에 좋은 장소는 모조리 빼앗긴 채 구석에 남은 빈자리를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빈부의 격차를 탓하기 이전 우선 정당하게 먹고 살기 위한 이짓거리 마저도 이 모양 이 꼴이니… 원, 어떻합니까? 이런 대로 그냥 먹고 살아야지요」.
60이 넘어섰지만 하루아침에 생활을 버릴 수 없기에 할 수밖에 없다는 강모<61. 여. 옥천읍 마암리>씨.
봄기운이 언뜻 다가서는 것도 같지만 아직도 매서운 바람은 쑥, 나생이 등을 한그릇에 1백원씩 호소하는 할머니의 외로운 한마디를 삼켜 버리고 만다.
「하루종일 이렇게 앉아 있어도 1~2천원 밖에 못파는 걸유. 1년 내내 농사지어 봐야 빚만 지고 있는 자식들한테 용돈을 달랠 수도 없고 해서 이렇게 나왔어유」
엊그제 뜯은 봄나물을 비닐봉지에 넣어 팔고 있는 황모<74여. 동이면 평산리> 할머니의 굵게 패인 주름이 과거를 짐작케 한다.
「어머님, 올해도 어머니 맘과 하늘의 마음은 서로 잘 맞아 곡식들이 이렇게 저렇게 소담스럽습니다. 사람들은 콩심으랄 때 고추심고 고추심으랄 때 콩 심었으나 어머님은 이제나 저제나 고추를 심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누구 좋은 일만 시키고…」
지금껏 그들이 걸어 왔던 길은 오직 외길 인생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 갈수록 편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 세상이 그들에게는 남의 일로 밖에 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은 그 언제나 지워질 수 있을런지.
몇 년에 한 번 필요할 때나 이 나라 국민의 한사람으로 인정되어 왔을 뿐 항상 단속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의 삶은 「부」라는 존재를 걸머쥐기에는 현실과의 거리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미나리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의 투박스런 손마디에 스며드는 석양의 황혼빛은 내일의 맑은 햇살을 잉태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조각하기 위한 하나의 몸짓일 것이다.
그들에게도 이러한 변화의 몸짓은 올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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