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생존의 현장 노점상을 찾아
[현장] 생존의 현장 노점상을 찾아
열심히 팔려고는 하지만…끈끈한 삶의 역정 공존해야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0.03.24 11:03
  • 호수 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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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을 소생시키고자 온누리에 떨어지는 봄의 햇살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 하루를 살기 위한 몸부림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예외일 수는 없다. 금구천을 따라 길게 조성된 노점상 구역안에는 3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40여명의 상인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분주하기만 하다.

이들이 고단한 삶은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하루 종일 손에 쥐어지는 순수입은 5천원에서 1만원 사이가 고작이다.

5일 간격으로 돌아오는 장날이면 장사가 더 잘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한가 보다. 대전 상인들의 아우성에 좋은 장소는 모조리 빼앗긴 채 구석에 남은 빈자리를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빈부의 격차를 탓하기 이전 우선 정당하게 먹고 살기 위한 이짓거리 마저도 이 모양 이 꼴이니… 원, 어떻합니까? 이런 대로 그냥 먹고 살아야지요」.

60이 넘어섰지만 하루아침에 생활을 버릴 수 없기에 할 수밖에 없다는 강모<61. 여. 옥천읍 마암리>씨.

봄기운이 언뜻 다가서는 것도 같지만 아직도 매서운 바람은 쑥, 나생이 등을 한그릇에 1백원씩 호소하는 할머니의 외로운 한마디를 삼켜 버리고 만다.

「하루종일 이렇게 앉아 있어도 1~2천원 밖에 못파는 걸유. 1년 내내 농사지어 봐야 빚만 지고 있는 자식들한테 용돈을 달랠 수도 없고 해서 이렇게 나왔어유」

엊그제 뜯은 봄나물을 비닐봉지에 넣어 팔고 있는 황모<74여. 동이면 평산리> 할머니의 굵게 패인 주름이 과거를 짐작케 한다.

「어머님, 올해도 어머니 맘과 하늘의 마음은 서로 잘 맞아 곡식들이 이렇게 저렇게 소담스럽습니다. 사람들은 콩심으랄 때 고추심고 고추심으랄 때 콩 심었으나 어머님은 이제나 저제나 고추를 심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누구 좋은 일만 시키고…」

지금껏 그들이 걸어 왔던 길은 오직 외길 인생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 갈수록 편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 세상이 그들에게는 남의 일로 밖에 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은 그 언제나 지워질 수 있을런지.

몇 년에 한 번 필요할 때나 이 나라 국민의 한사람으로 인정되어 왔을 뿐 항상 단속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의 삶은 「부」라는 존재를 걸머쥐기에는 현실과의 거리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미나리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의 투박스런 손마디에 스며드는 석양의 황혼빛은 내일의 맑은 햇살을 잉태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조각하기 위한 하나의 몸짓일 것이다.

그들에게도 이러한 변화의 몸짓은 올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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