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늘 푸른 나무처럼
[칼럼] 늘 푸른 나무처럼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0.03.24 11:03
  • 호수 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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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나무를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 또한 젊고 싱싱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늘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이를 대하게 되면, 밝은 해를 보는 것처럼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교편을 잡고 있는 사람으로서, 벌레먹은 과일처럼 조금씩 병들어가는 아이들 곁에 서게 될 때마다, 무슨 처방을 내려주어야 할 지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하고 괴로워해야 하는 나날들도 많다. 도대체 어떤 종류의 병균이 침투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너무도 곪고 곪아서 도저히 치유하기 곤란한 딱한 경우도 만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이 내 곁을 하나씩 떠나갈 때면 내가 믿는 절대자마저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아이들이 쓰러져 가야 하는 것일까?

근본적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선전공세적 교육정책을 발표하는 이들과, 일류병을 앓고 있는 우리 어른들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위인전기를 읽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고, 그러기에 국민학교 시절부터 '훌륭한 사람을 본받고 싶다'는 식의 상투적인 내용으로 가득찬 독후감을 열심히 써왔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 위인들이 우리들의 심금을 영원히 올리는 이유를 올바르게 가르쳐, 바르게 실천할 수 있도록 얼마나 도와주었는가 의심스럽다.

백범 김구 선생. 그는 1895년 8월, 을미사변으로 국모가 왜놈에게 목숨을 잃자, 국모의 원수를 갚으리라 결심하고 일본인 대위 쓰지타를 때려죽인 살인범이요, 감옥을 탈옥한 죄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그를 질타하기는 커녕 찬양하고 있지 않은가? 그건 바로 그가 우리 역사앞에 너무도 떳떳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리라. 올바른 것을 실천하려는 의기로 권력에 눈멀지 않고 두동강 나려는 독립된 조국을 안타까와 했던 애국적 행동이 그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그의 빛나는 업적을 말하기 전에 그렇게 위대할 수 있었던 과정을 좀 더 깨우쳐줘서, 정의로움 앞에서 비겁하게 타협하고 돌아서지 않는 참다운 인간을 길러 나가야 하리라 믿는다.

언제나 고민이 많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까와 하지 못할망정, 더 많은 돈을 쓰더라도 지식으로 머릿속을 꽉 채워주어야만 만족스러운 어른들, 그리고 아이의 장래야 어떻든 간에 수석을 해서 학교명예 살리고, 합격률이 높아야만 잘 가르쳤다고 우겨대는 어른들이, 시궁창으로 빠져가는 병든 아이들에 대한 공동의 죄인일 수밖에 없다.

일류대학 들어가는 것만이 최대의 경사라면 손에 흙과 기름을 묻혀가며 살아가는 삶은 최악의 경우라 가르치고 배우는 어른들과 아이들. 이러다가는 이 나라 모든 농토와 공장들이 수입된 사람들로 가득차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외롭지만 의로운 백의종군을 선택했던 이순신 장군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어른과 아이들이 점점 늘어 갈 때, 늘 푸르고 싱싱한 하루해를 맞을 수 있으련만!

김상호<청산면 지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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