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용촌국교 "모투가 티없는 형제들"
학교탐방 용촌국교 "모투가 티없는 형제들"
복식수업 학력향상에 지장없어개인별 사물함 자료철 독서대 배치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0.01.20 11:03
  • 호수 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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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처럼 구불구불한 용촌 고갯길을 넘으면 먼 발치 아래로 자연부락이 내려다 보이고 부락 입구에서는 작은 건물 하나를 발견해 낼 수 있다. 건물 앞 앙상한 가지의 플라타너스 위에는 빈 까치집이 보이고 국기봉 위에서는 까치가 짖어대고 있다.

총 학생수 66명,교사 5명의 가족적 분위기,담장이 없이 생울타리로 경계를 표시한 공원화학외 이곳이 30년 전통에 6백12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용촌국민학교이다.

1960년 안내국민학교 용촌분교로 설립된 이래 65년 3월1일 용촌국민학교로 승격 되었고 그해 3월17일 용촌 국민학교로 개교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해 2월18일 제24회 졸업생을 보내며 학생수의 격감으로 인하여 안내국민학교 용촌분교로 격하, 지금은 교장도 교감도 없이 박진하(44) 분교장을 포함 5명의 교직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그래도 교직원 모두는 벽지학교의 순박한 학생들을 대하며 한사람이라도 가르치겠다는 열의로 열심들이다. 『체벌요?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모두가 형제처럼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학생들도 형,누나나 마찬가진걸요.』

1~6학년까지 있지만 교실은 5개뿐이다. 학생수가 적은 2,3학년이 한 교실에서 복식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날씨면 3학년 수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2학년들을 야외로 보내 읽기 공부를 시키기도 합니다.』담임 조필기(36)씨는 이렇게 말하며『복식수업으로 학력 향상에 지장이 초래 되지 않을까 하는 주민들의 우려는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3학년들은 복습이 되고요,또 2학년에게는 예습이 되는 시간도 있으니까요』라고 한다.

소인수 학급운영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4학년 교실을 들어서자 난로가에 8개의 책상이 원형으로 배치되고 그 앞에는 교탁대신 교수 학습 대가 학생들의 책상과 똑같은 높이로 배치되어 있었다. 개인별 사물함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고 자료 및 독서대가 교실마다 있었는데 한쪽으로는 실험대가 비치,학생과 교사들은 달리 이동하지 않고도 그 자리에서 모든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르르 안개바람이 잠이 들었다./그 넓은 하늘이 옹달샘 속에 담뿍 잠겼다./옹달샘 속에 잠긴 하늘은 작은 들판/나는 양떼를 몰고가는 어린 목동이 된다.-

4학년 김미숙양의 시화 작품을 비롯, 학급 어린이들의 솜씨가 교실 뒷쪽에 가득 걸려 있었다. 산으로 둘러 싸인 채 온통 자연속에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티없는 동심이.

방학이라 학생들이 없이 텅빈 운동장가에는 야외학습원이 있었다. 기상 실험 및 관측을 위한 백엽상과 풍향계 풍속계 지중온도계 해시계 및 암석표본과 화산모형 등이 무궁화 동산을 사이에 두고 아담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한때는 2백여명이 넘는 학생이 있었지요. 기계체조하면 이 학교가 유명했었습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졸업생도 있고요』한 교사는 과거를 회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점심 시간이면 음식점이 없는 이 곳에선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밥을 지어 식사를 한다.

보은군 회남면과 수안면 그리고 안내면 등 3개면 4개리 학생들의 보금자리 용촌분고 나오는 길에도 까치는 계속 짖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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