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미 칼럼>전동휠체어는 "인권"이다
<임경미 칼럼>전동휠체어는 "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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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07 11:43
  • 호수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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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도 물빛도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서도 짙어가는 가을을 느낀다. 아침 출근길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도 곱게 물들어가는 산과 나무들을 바라보면 입가에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른 아침 자연이 주는 한 폭의 풍경화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만약 나에게 전동휠체어가 없었다면 이렇듯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아 갈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수동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던 그때를 떠올려 보면 할 수 있었던 것보다 하지 못했던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처음 전동휠체어를 타고 자유를 느낀 건 비오는 날 혼자 우산을 쓰고 거리를 다니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인 것들이 나에겐 행복이고 자유였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많은 장애당사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느꼈던 자유를 다양하게 풀어 놓는다. 달리면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 활동보조의 거친 숨소리에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자유. 거칠고 위험한 길이라도 내가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자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 갈 수 있는 자유. 일상의 소중한 자유를 이야기하다보니 '전동휠체어는 인권이다'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 말에 모였던 장애당사자들은 깊은 공감을 하고 있었다. 나 또한 '전동휠체어는 인권이다'라는 말에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흔히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를 보면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라고 적혀 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라면 자유로울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러한 일상의 자유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이 너무나 많다.

여러 조건과 제약, 내구연한과 높은 가격의 보장구들도 자유로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를 든다면 내구연한 지난 전동휠체어를 정부보조를 받아 교체 할 때 불필요한 병원 검사들과 질문에 답해야 한다. 완전마비가 된 두 다리에 힘이 생겼는지 확인, 손에 힘은(도수검사) 있는지 확인, 그러다 도수검사 수치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전동휠체어를 탈 수 없는 조건으로 탈락이 된다. 하루아침에 모든 일상의 자유는 사라져 버린다. 자유가 사라지면 인권도 묵살되기 쉽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를 빼앗아 간다는 것은 그들의 자유를 뺏는 것이며 인권유린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인권 그리고 일상의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사람들과 함께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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