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우 칼럼> 업무추진비는 누구의 돈인가?
<하승우 칼럼> 업무추진비는 누구의 돈인가?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14.11.07 11:43
  • 호수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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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옥천군의 본예산서를 보면 업무추진비가 4억7천840만원으로 편성되어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란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보조기관, 사업소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행사, 시책추진사업, 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비용"을 가리킨다. 즉 직접 사업비 외에 지방정부가 사업을 알리고 원활하게 일하기 위해 쓰는 경비이다.

옥천군은 매월 군수, 부군수, 실과장의 업무추진비를 군 누리집에서 공개하고 있다. 옥천군이 투명성을 위해 선구적으로 나선 일은 아니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어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에 직접 쓰는 돈이 아니기에 업무추진비가 의무공개되기 전에는 단체장의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분명한 근거 없이 마구 쓴다는 비판이었다.

그래서 그 내역을 공개할 뿐 아니라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직무활동 내용을 행정안전부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는 직무활동은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시책 또는 지역 홍보', '학술·문화예술·체육활동 유공자 등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업무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간담회·행사', '현업(현장)부서 근무자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소속 상근직원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업무추진 유관기관 협조', '직무수행과 관련된 통상적인 경비'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옥천군수의 업무추진비는 제대로 사용되고 있을까? 옥천군 누리집에 공개된 군수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보자. 2013년에 군수 몫으로 배정된 업무추진비는 무려 1억1천480만원이었고, 2014년 1월부터 9월까지 군수가 사용한 업무집행비는 4천297만4천840원이다(올해 지방선거가 있어 군수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제한된 탓이다).

옥천군수의 업무추진비 지출 경향을 보자.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쓴 달을 꼽으면 1월과 9월이다. 명절이 있는 달이라 그런지 군정을 논하러 군청을 방문한 사람이나 군정에 협조해온 사람들, 공무원들에게 제공할 지역특산품 구입 예산이 많다. 1월에는 약 619만원을, 9월에도 약 495만원을 특산품 구입비로 지출했다. 명절이 없는 3월에도 지역특산품을 285만원이나 구입했다. 이렇게 많이 구입한 세달을 합치면 지역특산품 구입을 위해 쓴 돈이 약 1천400만원이나 된다. 이 정도면 선물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천만 원을 훨씬 넘는 액수의 특산물을 어느 곳을 통해 구입했는지가 주민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급방법을 보면 약 천만 원 이상을 카드가 아닌 이체 방식으로 결제했다. 기획재정부의 '201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각 기관은 업무추진비의 적정한 사용을 위해 '클린카드'를 발급받아 활용하여야 한다."는데, 왜 이체 비율이 이렇게 높을까?

안전행정부의 지침에 따르면,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언론인이나 군청과 협약을 맺은 관계자, 일반 민원인을 제외한 내방객, 군청이 주최한 사업회의에 참석한 사람, 직무와 관련된 행사 관계자, 공무원 중 사고나 사망한 경우 유족, 공로가 많은 퇴직 공무원, 입상한 공무원 등이다. 이렇게 폭넓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행정부는 '업무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간담회·행사'시 "사전에 구체적인 회의방법과 참석범위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이런 물품은 사전에 내부결재를 받아야 지급할 수 있기에, 업무추진비 지출과 관련된 사전계획안을 군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다른 지방정부의 경우 '소속 상근직원에 대한 격려, 지원'으로 지출할 때 구체적인 실과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옥천군은 '소속 상근직원'이라는 애매한 대상으로 집행한 내역이 많고, '현안업무 관련 간담회'라는 애매한 목적으로 2014년 9개월 동안 약 3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따져봐야 할 내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집행목적·일시·장소·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하여 사용용도를 명확히 하여야 하며, 건당 50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내용이 궁금한 군민들은 옥천군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누구누구에게 줬는지는 군이 밝히기를 거부할 수 있지만 돈을 어디서, 어느 시간대에, 어떻게 썼는지는 정보공개로 알 수 있다. 일단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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