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의회가 급격하게 보수화 되고 있다.
개원 초기 의원 간담회 언론 공개, 관광성 해외연수 폐지, 업무 연찬 및 연수 활성화 등을 추진하며 '달라진 의회'를 주문하는 주민들의 기대에 일견 부응하는 듯했다. 새누리당 의원이 많아 같은 여당 소속 군수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그런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초반에는 제법 바른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가재는 게편'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뱉어놓은 말을 주워담을 때는 철저하게 힘의 논리대로 흘러갔다. 간담회나 사석에서는 신랄하게 집행부를 비판하고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질타하던 의원들이 실제 회의장에 들어가면 어찌된 영문인지 집행부 의도대로 따라갔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 소속 민경술, 최연호, 이재헌, 유재숙, 유재목 다섯 의원들은 지금 철저하게 집행부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 7대 의회가 개원되고 석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고장에는 많은 쟁점과 현안이 돌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견제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준 적은 거의 없다. 복지관 증축 문제나 의료기기 문제 모두 의원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무엇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모두 각자의 판단 몫이다.
문제는 어떤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개별 입법 기관'이라고 불리는 의원들이 그에 합당한 근거나 지식, 정보, 상황, 여론 등을 종합해서 판단을 내리는지 여부에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결정했다면 그 판단은 충분히 존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 의회 현장에서 느끼는 바는 그것과 거리가 멀다.
유재숙 의원과 이재헌 의원은 앞에서는 합리적인 관점으로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실제 표결에서는 집행부 손을 들어준다. 유재목 의원과 최연호 의원은 죄송한 말씀이지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다. 생각이 없는 건지,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넉달 동안 지켜본 결과 존재감이 거의 없다. 침묵 속에서 조용히 집행부 손을 들어줄 따름이다. '개별 입법 기관'이 아닌 누군가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억울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본인들은 결코 새누리당이라서 같은 새누리당인 군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믿고 싶지만, 보여지는 것이 그렇지 않다. 속을 까뒤집어 보여줄 수 없다면, 보통 사람들은 그냥 보여지는 대로 믿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며칠 사이에, 본인의 입으로 한 말과 다른 결정을 하는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옥천군의회의 가장 큰 문제는 민경술 의장이다. 7대 의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가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은 의장이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행부 감시와 견제, 비판이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의장이 날선 문제의식을 갖고 의회를 이끌어 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보여진다.
의장이 앞장서서 집행부 공무원들 논리에 포위돼 그 어떤 선명한 문제의식이나 비판정신도 없이 '의전'에 취해 갈 길을 헤매고 있다. 그 사이 의회는 점점 집행부의 하수인이 되어가고 있다. 군수가 하겠다고 한 사업은 그대로 묻지마 정책이 되고, 브레이크가 없다. 새누리당과 비새누리당의 구도는 그대로 다수파와 소수파가 되어 힘의 논리로 작동되는 의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집행부는 아마, 이런 구도를 적절하게 활용해 딴죽거는 소수파를 왕따시키고 새누리당 중심의 다수파를 포섭해 끌어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해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충분히 얻을 수 있으니까.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민경술 의장을 비롯해 다섯 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돌아간다. 7대 의회에 대한 세간의 평판이 지금 어떤지,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품평이 어떤지 한번쯤 돌아보기를 권한다. 지금은 다수파가 소수파를 왕따 시키지만, 나중에는 세상 민심이 다수파(새누리당)를 왕따시킬 수도 있다.
정창영 young@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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