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80일간의 의회 일주
<편집국에서>80일간의 의회 일주
7년만에 부활한 행의정 감시 운동
예산낭비, 정책실정 잡아내는
주민들의 쪽집게 역할 기대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14.07.11 11:57
  • 호수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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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신문이 고집하는 용어 중에 '주민(住民)'이란 말이 있다. 옥천신문 지면을 쓱 하고 훑어보면 주민이란 말이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주민이란 말이 조금 낯설기도 했다. 국민(國民)이나 시민(市民)이란 말은 익숙했지만 주민이란 말은 쉽게 적응하기 힘든 낱말이었다.

주민(住民)이란 말의 '주(住)'자는 살아간다는 뜻의 '살 주'자다. '살 주'의 의미를 떠올리면서 가만 생각해보면 주민이란 말이 퍽 정겹게 다가온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른 이름이 바로 '주민'이다.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

주민이란 이름으로 묶여있는 우리는 '옥천'이란 공간을 함께 하며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옥천은 삶터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터일 수 있다.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삶터와 일터와 놀이터가 하나 되는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주민'이다. 주민들이 함께 길러내고 키워내는 옥천이란 공간 속에는 동시대의 시간도 함께 자라나고 쌓인다. 짧게 쌓인 시간의 이름은 추억이 되고 길게 쌓인 시간의 이름은 역사가 된다. 옥천이란 시공간의 주인은 '주민'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정작 우리의 삶 속에서 진짜 주민의 이름은 제대로 호명되지 못하는 것 같다. 선거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선거에서 진짜 주민 대표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있었나? 주민의 또다른 이름을 여성이라고, 농민이라고, 노동자라고 부른다면 이 물음 앞에서 우리는 주민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지도 모른다.

선거 이후에 보여준 옥천군의 행태에서도 진짜 주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을 위해 만들었다는 공약을 정책으로 다듬는 주민공약 토론회 자리에도 주민은 없었다. 옥천군은 우리고장 곳곳에서 대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을 벌여서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고개가 갸우뚱 한다.

그런 점에서 옥천군주민자치협의회가 의회 방청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 없다. 우리고장에서 주민들 스스로 이런 모임을 꾸린 것은 지난 2006년 옥천살림지킴이가 정책선거를 위한 주민연대를 거쳐 행의정 감시 단체로 발족한지 8년만의 일이다. 옥천살림지킴이의 활동 기간이 1년 남짓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7년만의 행의정 감시 움직임이 부활했다고 볼 수 있다.

먹고살기 바쁜 주민들이 군수와 군의원들의 행적 하나하나를 다 따져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1년에 80일 운영되는 의회를 지렛대 삼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의원들이 제 밥값을 하기 시작하면 군수를 비롯한 집행부 공무원들의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80일 동안 전세계를 여행한 영국인 신사 포그와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의 모험담을 담고 있다. 포그는 80일이면 세계일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80일이면 세계일주도 가능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옥천군의회라는 기구를 타고 오롯이 우리고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데 쓴다면 어떻게 될까?

허투루 쓰인 예산과 말도 안되는 정책과 공무원들의 뻔뻔한 변명과 꼼수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선거 이후에 고개가 빳빳해질지 모를 의원들을 나긋하게 하는 것도 큰 재미다. 의회 방청에 뜻있는 주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

정창영 young@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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