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충절과 애향의 고장, 자랑스러운 옥천
<편집국에서>충절과 애향의 고장, 자랑스러운 옥천
탈당, 줄세우기, 묻지마 여론조사
잡음으로 얼룩진 선거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14.04.11 10:24
  • 호수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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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옥천을 나타내는 수식어 중 '충절과 애향'의 고장이란 말이 있다. 지난 향토사를 돌아보면 충절과 애향의 고장이란 자랑스런 말이 낯부끄럽지 않을 만큼 걸출한 인물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 몇몇만 꼽아보자.

옥천읍 문정리 출신으로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가를 변호하고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 하야 성명을 발표한 정구영 선생이 떠오른다. 청산면 백운리 출신으로 1936년 동아일보에 앞서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언론인 조동호 선생도 있다.

군서면 하동리 출신으로 독립만세운동을 벌이다 일제 경찰의 잔혹한 고문을 당한 김순구 선생도 생각난다. 옥천읍 하계리 출신의 정지용 선생은 1940년대 경향신문 주간을 맡아 남한 단독 정부를 세우려는 이승만과 친일파들을 매섭게 질타했다. 군북면 비야리에서 태어난 송건호 선생은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군부 독재자들에 맞섰고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이렇듯 우리고장의 역사에는 뚜렷한 신념과 소신으로 불의에 맞서고 부조리에 항거한 인물들이 많았다. 그러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 우리고장에서 벌어지는 작태는 '충절과 애향'의 고장이 아닌 '배신과 변절'의 고장, 옥천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시작은 박덕흠 국회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총선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역 정치는 지역분들에게 맡기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그와 달랐다.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유력 후보인 김영만 군수의 입당을 받아주었고 그와 함께 이희순 조합장, 전상인 보좌관, 문병관 법무사, 박한범 전의원 등의 이름을 여론에 흘렸다. 찍어낼 사람 찍어내고, 밀어낼 사람 밀어내고, 추어 올릴 사람은 추어 올리는 식이었다. 아닌척 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간을 보며 새누리당의 몸집을 불렸고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후보자들이 길게 줄을 선 군의원 가 선거구의 경우 그 흔한 정견 발표 한번 없이 인기투표식 경선으로 후보자를 결정했다. 얼핏보면 100% 여론조사라는 민주적인 방법을 취한 것 같지만 과연 주민들은 이들 후보의 무엇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했을까.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였다.

여론조사가 끝난 뒤에는 기호 배정을 두고 잡음이 흘러나왔다. 여론조사 순위에 따라 기호를 배정하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새누리당은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 나, 다 순도 아니고 모두에게 공정한 제비뽑기도 아니었다. 기호 배정이 끝난 가 선거구와 다 선거구 일부 후보자들은 일방적으로 기호를 통보받았다 분통을 터뜨렸다. '당'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무슨 힘이 있느냐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새정치민주연합도 배신의 정치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지난 대선부터 줄기차게 밀어붙인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결국 한판 '쇼'로 끝나고 말았다. 전당원 투표와 신당 창당이라는 초강수를 써가며 밀어붙이는 듯 보였으나 막판에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백기투항했다. 우리고장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 중 누구도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기호 1번에 맞서 기호 2번을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만 깊게 들렸다. 한때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풀뿌리 자치가 중앙 정치에 예속된다며 공천 폐지를 외치더니 이제는 정당 정치의 책임을 운운하며 공천 유지가 정답이라고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정치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인사 비리로 낙마한 한용택 전 군수가 공식 행사장에 나타나 선거 필승을 다짐하는 것이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한 전 군수가 이번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는 4년 전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비리 정치인에 불과하다.

김영만 군수와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문병관 법무사는 군의원 가 선거구 무소속 출마의 길을 택했다. 본인 스스로 위험한 도박이라고 했지만, 누군가는 이번 선거의 최고 승자는 문 법무사라는 말을 한다. 평범한 법무사였던 이가 어느 순간 군수 후보까지 올라 몸값을 한껏 부풀려놨다는 말이다. 그는 4년 뒤 군수 선거 재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충절과 애향의 고장, 옥천의 현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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