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 600주년 기념시>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
<정군 600주년 기념시>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
노현석(전 죽향초교장, 전 옥천예총회장)
  • 정순영 기자 soon@okinews.com
  • 승인 2013.10.11 12:01
  • 호수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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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달려온 소백산맥이 잠시 숨고르기 하다가
다시 황해로 내달릴 노령(蘆嶺)의 큰 꿈을 싹틔운 이 땅.
산에 오르면 어깨동무할 구릉(丘陵)은 부푼 연꽃망울이고
물가에 앉으면, 세월 낚는 강태공이 되는, 축복의 땅.

눈이 시리게 고운, 비단강보 자락에 포근히 안겨
금강 젖줄로 배불리고 잔뼈를 키워,
어머니 젖가슴 같이 살진 땅 일구며 
옥천(沃川)의 이름을 가꾸어 온 지 어연 600백년!
이제는 한반도의 대동맥이고, 중추신경이외다.

아주 먼, 먼 옛날 선조들은
이 좋은 땅,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각축전 벌려
수정 같은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기도 했던 이 땅
모두가 탐내는 산명수려(山明水麗)한 땅이외다.

불사이군(不事二君) 곧은 절개, 사육신 나시고
왜구 말발굽, 이 땅 짓밟을 때, 의병장 호령 산천 울렸고
망국의 한 뼈에 사무친 젊은이, 해방의 디딤돌 몸으로 놓았던 분
폭풍한설 시국(時局)에도 시와 노래로 희망 싹 키운 이 나셨으니
옥천 땅은 분명 *인걸지령(人傑地靈)의 땅이외다. 
오늘은 옥천 건군, 600 주년 기념 축제의 날.
남녀노유(男女老幼), 대문 박차고 잔치 마당에 나와
풍악 장단에 덩실덩실, 얼싸안고 춤추는 날이외다.

그러나 오늘의 이 위대한 옥천은
석회암 동굴의, 작은 물방울이 빚어낸 석순(石筍)처럼
까마득히 먼 날부터, 백사장 모래알 보다 많은 선조들의 
핏빛 땀방울, 눈물방울의 열매이외다.

옥천의 아들딸들이여!
이 열매, 먹음직하고 보암직하다고, 그냥 두고만 보오리까?

옥천 미래, 도약의 출발점은 바로 오늘
탐스럽고 맛 난 과일 따내는 농부 고뇌와
명품 도자기 빚어내는 장인의 고집과
속 썩이던 자식, 번듯이 키워낸, 부모님의 아린 사연을
모두 모두 내 마음 밭이랑에, 지금 심읍시다.

이 순간부터 땀방울 진한 거름에, 세월로 물을 주며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물, 대청호 가득 채울 때
옥천은 우리들 마음의 터미널, 문화 예술의 안마당이려니,
우리 강산, 온 누리를 윤택하게 견인할 주역, 
향수 옥천 영광 위한, 한 자루의 촛불이 됩시다.
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 됩시다.

*노령: 노령산맥(蘆嶺山脈)-추풍령 부근에서 소백산맥과 갈라짐 / 인걸지령: 자연의 경치가 좋은 곳에서 뛰어난 인재가 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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