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알렉산드리아 하면 옥천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함께 사는 세상>알렉산드리아 하면 옥천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알렉산드리아연합회 최근태 회장
  • 장재원 기자 one@okinews.com
  • 승인 2013.06.07 11:02
  • 호수 11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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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우리고장으로 삶터를 옮긴 최근태(42)씨는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연기군 전동면(지금은 세종시 전동면)이 고향인 최씨는 우리나라에 머스켓 오브 알렉산드리아 포도를 확산시킨 주인공입니다.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고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종 고유의 맛과 향기로 점차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한 알렉산드리아 포도는 상대적으로 생산량도 많고 가격도 높아 농가수익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생산농가도 점차 늘고 있어 지역 포도산업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연합회를 이끄는 최근태 회장이 옥천읍 삼청리에 터를 잡은 이유와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 알렉산드리아포도연합회 최근태 회장

◆ 위기를 기회로 '청개구리' 인생

알렉산드리아연합회 최근태 회장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청개구리' 같은 선택을 해왔다. 남들이 많이 가는 길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좇았고, 사고의 전환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그는 농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했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공부 잘했던 넷째 아들의 농업고등학교 진학은 부모님은 물론 다른 가족들에게도 충격이었다. 형들처럼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대학가는 게 집안의 목표였고 그 바람을 저버렸던 최근태씨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집에서 담배, 고추농사를 지어 어릴 때부터 많이 도와 드렸어요. 근데 적성에 맞았고, 재밌더라고요. 또 아들만 다섯인데 형들은 도시로 나가 힘드니까 어차피 농사에 뜻이 있던 제가 일찌감치 농사 시작하면서 부모님을 모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원예과에서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3학년 때는 농업계의 '기능올림픽' 격인 전국영농학생 전진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또 한 번의 '청개구리' 선택을 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천안연암대학 입학 또는 삼성 에버랜드 입사 자격을 과감히 포기했다. 부모님 모시고 농사지으며 살겠다는 첫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포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거봉포도를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또한 당시 외국농산물 수입 논의가 본격화 될 시점이었는데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 이야기가 나오면서 포도로 승부를 걸어봐야겠다는 '청개구리 승부사' 기질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 그는 이후 4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남들 다 하는 거는 하기 싫은 성격인가 봐요. 제대 후 처음에는 거봉 포도로 시작했는데 이미 선도 농가들이 기득권을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살아남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5~6등도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1998년도에 신품종을 도입했어요. 청성면에 있는 포도연구소가 당시에는 국립이었는데 거기서 30여 종을 가져와 시험재배를 계속 했어요. 돈은 안 됐지만 다양한 품종의 재배 노하우는 계속 쌓였던 거죠."

그 사이에 결혼도 하고 품종 연구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산시농업기술센터에 원예사로 취업을 했고 부족한 수입은 월급으로 매웠다. 4년 정도 기술센터에서 일하면서도 고향에서 1천983㎡(약 6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던 중 천안에 3천966㎡(약 1천200평)의 포도밭을 얻으면서 기술센터 일은 그만 두고 본격적인 포도 재배에 나섰다.

▲ 알렉산드리아포도
◆ 2006년 좌절 속에 피어난 희망

포도 품종연구는 고향 시설하우스에서 계속 진행했고 새로 얻은 천안 포도밭에서 자옥과 블랙올림피아(거봉 계열) 포도 재배에 주력했다. 저농약 인증도 받고 씨 없는 포도를 만들면서 '그제서야' 수입다운 수입을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06년 겨울에 큰 추위가 와서 두 시설하우스의 포도가 다 죽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그동안 주저했던 무농약 인증을 이번 기회에 시도하기로 결정하고 무농약 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찾다가 알렉산드리아 포도를 만났다.

"처음 30여 종 시험재배할 때 알렉산드리아는 없었어요. 이후에 경기도 안성에서 알렉산드리아 재배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교류하면서 접수를 따다가 접목해 나무를 심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가 원산지로 유럽에서 주로 재배되던 품종인데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거는 1980년대 초반인 걸로 알고 있어요. 바나나 수입이 허용되면서 제주도 시설 바나나 재배농가의 대체품종으로 들어왔는데 제주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다고 해요. 그 때 들어온 알렉산드리아는 유럽에서 온 가톨릭 사제들의 영향으로 일찍이 다양한 유럽종 포도를 재배하던 경기도 안성 지역으로 넘어가 조금씩 재배되고 있었어요."

최근태씨가 알렉산드리아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도 그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추석 무렵에 비가 많이 와서 포도 품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는 달랐다. 재배 조건이 좋지 않아도 당도가 오르고 맛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본격적으로 재배를 확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 옥천은 내 운명

알렉산드리아 보급을 위해 이 품종을 재배 하겠다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갔다. 마침 충남 금산의 한 농가에 컨설팅을 간 날, 옥천에서 오신 분들을 '우연히' 만났다. 금산은 자옥이라는 4배체 품종을 빨리 시작했는데 옥천에서 온 농가들은 그 현장을 보러 견학을 왔던 것.

"그 때 이후 그 분들이 천안 농장에 오셔서 알렉산드리아를 직접 보며 정보교류를 했어요. 당시 옥천분들이 도저히 캠벨얼리 포도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으니까 새로운 품종을 찾고 계셨고 때 마침 알렉산드리아를 만나셨던 거지요. 또 친환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계셔서 더 잘 맞았고요. 만일 제가 컨설팅을 다른 날 갔다면 그 분들을 못 만났을 겁니다."

그 인연은 질기고 강했다. 금산에서 만난 우연한 인연은 알렉산드리아 작목반 초대 회장을 맡았던 곽태동씨와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훈씨. 그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생산 초기 판로 확보가 수월하지 않아 힘들 때에도 묵묵히 버텨내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또 최근태씨를 옥천으로 데려와 함께 일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하루는 곽태동 회장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한 여름 하우스 개폐기 고장으로 곽태동 회장님 친구 분 밭이 못쓰게 됐다며 저한테 임대를 주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죠. 6천611㎡(약 2천평) 크기의 하우스였는데 저도 농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 좋은 기회였죠. 평소에 컨설팅을 하러 옥천에 오면 부러운 게 많았어요. 땅은 천안이 더 넓지만 하우스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옥천은 하우스가 엄청 많고 잘 돼 있는 거예요. 물도 깨끗하고, 공기도 맑아서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땅 얻어주면 오겠다고 했는데 현실이 됐네요. 그래서 2009년 6월에 옥천으로 오게 됐습니다. 인연이라는 게 대단하죠."

▲ 최근태 회장

◆ '캠벨 대체 품종으로 최적'

알렉산드리아 작목반은 현재 12농가가 10헥타르(ha) 면적에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아산, 고창, 충주 등에 20여 농가가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화를 이루고 있는 곳은 옥천이 유일하다.

2010년 알렉산드리아 작목반이 결성되고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옥천농협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APC)와 60톤을 출하하기로 약정했고, 전체 생산량은 80~100톤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협이나 농협 등에 납품하는 알렉산드리아 킬로그램(㎏)당 단가는 평균 8천원(유기농 기준) 이상이다. 직거래는 1만원 가량 한다.

높은 수취가격을 받는 알렉산드리아 품종은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태씨는 옥천하면 '알렉산드리아'가 연상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꿈을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현재는 알렉산드리아 품종이 주력이지만 청포도·유럽종 포도하면 옥천이라는 지명을 떠올리게끔 하고 싶어요. 그러면 농가 소득도 증가할 겁니다. 알렉산드리아는 수량도 켐벨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2~3배 더 나오거든요. 생산량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데 판매가 문제에요. 군이나 농협에서 조금씩만 협조해 준다면 유통은 몇 년 안에 확대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끊임없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10년, 15년 후 품종에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앞서나가는 외국농산물에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늘 새로운 품종에 대한 연구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여러 농사법으로 실험군을 만들어 수확 후 직접 비교한다. 또 서적이나 인터넷을 통해 신품종 재배법 등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정리한다.

"소비자들의 기호는 흐름이 있어요. 또 자유무역협정이라는 무역 장벽을 해소하는 막강한 장치가 있어서 어마어마한 외국 농산물이 들어오는 상황이에요. 생산자들이 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 상황입니다. 살아남으려면 경쟁을 해야 하는데 누군가는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고민해야 해요. 그동안 100가지가 넘는 품종을 연구해 왔는데 앞으로도 연구는 계속될 겁니다."

◆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
(Muscat of Alexandria) 유래 및 특성

 이집트가 원산지로 기원전 3천년부터 재배되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품종이다. 유럽에서 생식용과 와인용으로 많이 재배했고 일본 오까야마현에서는 100년 전부터 온실재배를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제주도에서 시설 재배용으로 보급되었으나 환경조건이나 경제성이 맞지 않아 확산되지 않았고 현재는 우리고장을 중심으로 전국에 30여 농가가 재배하고 있다. 나무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시설재배는 필수적이며 캠벨에 비해 숙기는 한 달 정도 늦다. 수확은 8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한다. 송이는 450g 이상으로 크고 완숙되면 녹황색으로 모양이 아릅답고 당도는 16~23브릭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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