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대의원들 '이 지경 되고도 책임지는 사람 없다'
축협 대의원들 '이 지경 되고도 책임지는 사람 없다'
유통지원센터 재고 처리 결과에 일부 대의원 격분
'기다리면 처벌받을 사람 나온다지만' 불안감 증폭
  • 정순영 기자 soon@okinews.com
  • 승인 2013.03.08 10:53
  • 호수 117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옥천영동축협(조합장 정영철)이 2월28일 영동본점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지난해 결산을 보고했다.

"엄청난 손실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조합장, 이사, 직원, 대의원 할 것 없이 다 썩어있다. 일이 터져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모두가 다 썩어 있다." (축협 대의원 A씨)

"저를 믿고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길 바란다. 우리가 양평지방공사에 가압류 해놓은 것도 상당하고 승소하면 돈 받는 데 문제없을 것이다. 직원들도 희생하려는 자세 보이고 있다." (정영철 조합장)

지난달 28일 열린 옥천영동축협 결산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그야말로 '멘붕'의 반응을 보였다.

이미 지난해 터진 유통지원센터의 양평지방공사 47억원 미수금 사태로 어느 정도 적자 결산을 예상했던 대의원들은 47억원을 제외하고도 조합의 당기순손실이 34억2천8백만원에 달한다는 것에 격분하며 조합의 해명을 요구했다.

유통센터 영업 손실 '이 정도일 줄이야'

축협이 운영하고 있는 청원군 소재 유통지원센터 손실액은 37억3천8백만원. 재고물량을 제 때 판매하지 못한 데 따른 손실이 12억6천2백만원, 부실채권 9억9천8백만원, 기타 영업손실 14억7천8백만원 등이 그 이유이다. 보고를 들은 대의원들은 그동안 유통센터 재고 관리에 심각한 부실이 있었음에도 조합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손실을 키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억9천만 원 가량의 고기를 96만 원 정도에 재고 처리했다는 보고가 이어지자 대의원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센터가 보유한 고기를 제 때 팔지 못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두고는 정영철 조합장과 상임이사 대행을 맡고 있는 류재성 이사 간 잠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양평지방공사 사태 이후 유통센터 재고조사 전면 실시를 이유로 정 조합장이 고기 판매를 중단시켰고 그것이 영업 손실로 이어졌다는 것이 일부 이사진들의 주장. 하지만 이에 대해 정 조합장은 "유통센터 업무를 중지시킨 적 없다"며 재고물량을 파악하는 기간에도 할 수 있는 한 고기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공방을 지켜본 대의원들은 '도대체 누가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이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의원 A씨는 "1년 넘게 재고조사를 안 하고 있다가 한 달 만에 재고 조사하고 (고기를) 폐기 처분한 것 아니냐"며 "여기 앉은 대의원들을 어떻게 보고 이런 보고를 할 수 있으며 도대체 직원들 월급 받고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대의원 B씨는 "내 고기라면 그렇게 버릴 수 있었겠느냐"며 "감사 보고도 직원들이 써 준 시나리오 읽는 것 밖에 안 된다"고 비난했다. 한편, 축협은 양평지방공사 거래 부실 및 유통지원센터 재고 손실과 관련해 유통지원센터 전 센터장과 담당 직원, 현재는 퇴임한 상임이사를 업무 상 배임혐의로 형사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조합장 '양평공사 미수금 회수 가능'

양평지방공사 미수금 사태를 둘러싸고도 대의원들은 임직원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축협과 지방공사 양측 모두 상대의 범죄를 명확히 입증할 물증이 없다는 소문이 돌면서 대의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 총회 현장에서 한 대의원은 "정상적인 계약서가 있기는 한 것이냐"며 조합장의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정영철 조합장은 "추후에 만든 것도 계약서는 계약서"라며 "수사를 해보면 진실이 다 밝혀질 것이고 우리가 가압류 해놓은 것이 상당한 만큼 승소하면 돈 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조합장의 말을 종합해보면 축협이 양평지방공사로 고기를 납품한 기간은 6월27일부터 8월9일 사이로 납품 시작 전날인 6월26일에 축협 상임이사가 결재한 '계약서 안'이 존재했고 이후 정식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정식 계약서가 최종 오가기 전 고기 납품은 시작됐고 6월29일까지 납품금액인 7억1천만원은 정상적으로 매출기록이 남아있지만 정영철 조합장이 취임한 7월2일부터는 물건을 팔고도 센터 직원들이 매출 기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 결국 8월22일 한꺼번에 기표가 되면서 정 조합장도 지방공사와의 거래를 알게 됐고 9월20일, 지방공사에 대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 정 조합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이사진들은 "정 조합장은 취임하고 7월 초 이미 양평지방공사와의 거래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현재 축협으로부터 고발당한 직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정 조합장의 도의적ㆍ금전적 책임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 조합장은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조합 손실에 대한 변상 책임자가 나올 것"이라며 시간이 가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 본 조합원 C씨는 "양평지방공사 사태, 대규모 적자 결산, 상임이사 후보 부결 같은 악재가 계속 이어지니까 그간 운영이 부실했던 부분과 옥천과 영동 간 갈등이 있었던 문제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다"며 "결국 조합장의 리더십에 문제 해결이 달려있을 텐데 기다려보라니 그러긴 하겠지만 조합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유통지원센터 사고 관련 진행 현황 (자료출처: 축협 결산보고서)

△외상매출금: 47억4천7백만원 
△채권보전조치사항 
①채권압류 △경기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 씨제이프레시웨이, 농협은행양평군지부 각 3 억원씩 총 9억원 △양평초등학교 외 17개 학교 각 2천만원씩
②부동산가압류 △양평읍 대흥리 창고용지 외 13필지 (공시지가 31억1천1백만원, 선순위 없음) △양평읍 대흥리 주차장 외 1필지 (공시지가 12천1천8백만원, 선순위 양평군지부 22억8천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순영 2013-03-10 15:43:26
독자님! 결산보고서 상 '유통지원센터 사고관련 진행현황'이 맞습니다. 양평지방공사 사건이 지원센터에서 발생한 것이기때문에 그렇게 표시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독자 2013-03-08 16:12:47
하단 박스에 유통지원센터 사고... 아니라, 양평지방공사를 잘못 표기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