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열악한 환경미화원 인권>노동자 월급 깎아 내리는 이상한 계산법
<기획-열악한 환경미화원 인권>노동자 월급 깎아 내리는 이상한 계산법
3년 만에 다시 산정한 원가용역 '시간외수당' 빠져
환경미화원 1인당 연간 257만4천720원 덜 받는 셈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12.09.28 11:03
  • 호수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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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읍 마암리에 있는 임시 차고지에는 환경미화원들이 휴게실 겸 대기실, 탈의실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 있다. 여기서 20명이 넘는 환경미화원들이 생활한다.

우리고장 환경미화 업무를 위해 옥천군이 민간업체와 체결한 대행 계약 내용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재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이유없이 원가산정 항목이 바뀌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근속연수 규정이 실제 연차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가 15일로 고정되어 있어 정당한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옥천군의 환경미화업무 민간대행 계약이 근로기준법 등 기본적인 법규 내용을 준수하지 못하고 행정안전부 등이 제시한 고용개선 추진 지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옥천군은 지난 2008년부터 3년 간 두 곳의 업체와 '옥천군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대행계약'을 체결했다. 옥천읍은 관성환경이, 면 지역은 경원환경이 맡았다. 당시 계약을 위해 실시한 원가산정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환경미화원들의 근무일수를 평일 255일, 시간외수당 지급일(토요일) 48일, 휴일 10일 등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하지만 3년 뒤인 2011년 실시한 같은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평일과 시간외수당 지급일을 구분하지 않는 300일과 휴일 11일로 항목이 바뀌었다. 문제는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근무조건에서 토요일은 시간외수당 지급일에 해당한다는 것. 때문에 근로기준법 상 토요일은 최소한 통상임금의 1.5배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우리고장 환경미화원들은 주 6일(월~토)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일요일은 3인 1조의 당번제로 일하고 있다. 때문에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토요일은 시간외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2012년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근거가 되는 원가산정 항목이 바뀌어 기존에 받던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08년을 기준으로 환경미화원 1인 당 1년에 257만4천720원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옥천군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추석과 설 명절 당일을 제외한 휴무일까지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1년에 363일은 근무해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주 40시간이 이뤄질 수 없는 계약인 것. 여기에 법으로 보장된 시간외수당까지 받지 못하자 노조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 근속연수 고려하지 않는 연차수당

시간외수당 이외 다른 문제도 있다. 새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적용한 임금이 행정안전부의 지침과 다른 것. 환경미화원 임금은 건설협회가 발표하는 시중노임 단가 중 보통인부 노임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환경미화원의 하루 임금은 7만5천608원, 하반기는 8만732원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지침을 통해 7만5천608원을 준용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옥천군은 원가산정을 하며 2011년 상반기 기준인 7만2천415원을 적용했다. 이 금액을 환경미화원들이 전부 다 받는 것도 아니다. 실제 받는 돈은 해당 금액의 88%다. 즉, 하루 6만3천725원이 환경미화원들의 실질임금인 것.

임금을 둘러싼 문제는 또 있다. 연차수당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8년도나 2011년도나 연차수당은 15일로 동일하다. 실제 개별 노동자들의 근무연수는 고려되지 않는다. 2008년도의 기준을 따른다고 해도 2011년도에는 최소한 18일로 늘어나야 하지만 이조차 반영되지 않았다. 환경미화원들의 연차수당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15일로 고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각종 수당과 근무시간 등을 둘러싸고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지만 옥천군은 이를 개선하자는 노조와 업체의 노사정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여덟차례에 걸쳐 진행된 노사간 협상이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 14일 옥천신문이 '매일 씻지도 못하고 퇴근하는 환경미화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열악한 환경미화원의 현실을 보도한 뒤 업체와 한 차례 면담을 가진 것이 전부.

이 자리에서 업체는 환경미화원들을 위한 최소한의 위생시설(샤워실, 탈의실 등)과 수당문제 해결 등을 요청했지만 뾰족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노조는 군이 계속 대화를 회피할 경우 법과 원칙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준법투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향후 양측 간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컨테이너 내부 모습.
■ 불합리한 수당체계 문제 있어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을'의 입장이다 보니 그동안 강하게 얘기를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위생시설 설치 문제는 7년째 얘기를 하고 있고 수당 문제는 나중에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군에 얘기했지만 예산의 한계가 있다보니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은 토요일 근무에 따른 시간외수당을 적법하게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추가 재원확보가 어렵다면 현재 '주 6일 근무+일요일 당번제'를 '주5일 근무+토요일 당번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인 주 5일, 40시간 근무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부산과 경기 일부 지역 등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의 주5일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 수거일이 하루 줄어들면 그만큼 주민불편과 민원발생 소지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노사는 원청 기관인 옥천군에 노사정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민주연합노조 옥천군지부 오대성 지부장은 "옥천군은 자신들이 아쉬우면 지침을 얘기하면서도 불리하면 안 지켜도 된다는 식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환경미화원들은 이 문제가 더 커지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환경미화원은 "하는 일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데 원가산정이 주먹구구식으로 바뀌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결과 보고서를 받고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옥천군이 보고서 검토를 잘못 했거나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임금을 낮추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2008년과 2011년 원가산정 용역보고서 항목이 바뀌면서 시간외수당 등이 빠진 이유에 대해 옥천군은 명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군 환경과 자원순환팀 전종원 팀장은 "원가산정 용역은 전문 업체에서 바람직하게 잘 작성됐다고 본다"며 "항목이 바뀐 것 등 구체적인 내용(이유)에 대해서는 밝힐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노조에서 실질임금이 하락했다고 주장하지만 옥천군 환경미화원들이 받는 수준은 도내에서 1위"라며 "노조의 요구는 궁극적으로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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