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병과 함께 걷는 여울길>걷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운 기운 주는 한반도 지형!
<정수병과 함께 걷는 여울길>걷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운 기운 주는 한반도 지형!
반딧불이 서식하는 피실 임도 따라 갈마골여울까지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12.06.22 15:05
  • 호수 11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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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피실 임도-청마리 갈마골 임도-한반도 지형-갈마골여울-독락정 구간 13.4km 구간

안남면 연주리에 있는 등주봉에 올라 감탄사를 내뱉었던 이들은 언젠가는 한반도 지형 안을 직접 걸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개인이 한반도 지형을 직접 답사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습니다. 당장 한반도 지형으로 접근하는 길을 알아야 하고, 나중에 금강변으로 나와서도 강을 건너올 배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한반도 지형을 직접 걸어보기로. 동이면 청마리 갈마골여울과 장금소여울을 다른 길을 통해 가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한반도 지형을 직접 걸어보겠다는 계획에 많은 이들이 참여했습니다. 여울지기 정수병씨와 함께 올해 여든 두 살로 최고령 참가자인 조순섭씨가 있었고, 죽향초등학교 제49회 동기로 우리 고장에 잠깐 살았던 남기화씨와 한중렬씨의 극적인 해후, 갈마골 강변에서 일행을 배로 옮겨준 연주리 어부 주영현씨의 배려가 돋보인 여울길이었습니다.

■한반도 지형을 가는 날.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에 모인 인원은 마흔 명. 한반도 지형을 걷는 일정이다보니 여느때보다도 참가인원이 많다. 박효서 이장으로부터 반딧불이축제 설명을 듣고 출발.

고갯길이 펼쳐져 있다. 이 고갯길은 대청호가 건설된 후 석탄리 덩기미, 피실 마을이 수몰되는 등으로 인해 마을로 들어가는 임도로 시설된 길이다. 그리고 반딧불이의 고장이라고 알려진 무주 반딧불이보다도 훨씬 더 장관을 자랑하는 안터 반딧불이의 주요 서식처이기도 하다.

이윽고 고갯길을 넘어 피실로 가는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청마리 탑산이, 갈마골로 새로 난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 옆으로는 산뽕나무나 벚나무가 있고, 오디나 버찌를 만난 일행들은 한 알씩 따서 입을 즐겁게 한다.

오름길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그러면 빠질 수 없는 게 잠깐 목축이기다. 반드시 등장하게 되는 막걸리는 여느 때처럼 옥천새마을금고 이병훈 전 이사장의 부인 박덕분씨가 준비해온 맛깔스런 안주가 인기를 끈다. 여울길을 갈 때마다 반찬이며, 안주를 꼼꼼하게 준비하는 박씨 덕분에 일행들의 입이 매번 호사를 누린다.

▲ 여울길 출발. 안터마을에서 박효서 이장으로부터 마을 소개를 듣고 출발하려 하고 있다.
▲ 석탄리 안터 임도를 따라 걷고 있는 일행들. 이 임도는 반딧불이가 환상을 이루며 밤마다 향연을 여는 곳이다.


■ 탑산이엔 무송유씨 중시조 유덕상 공의 묘소가

▲ 옥천에 정착한 무송유씨 중시조 유덕상 공의 산소. 청마리 갈마골에 정착한 유 공의 묘소는 지금 청마리 탑산이골 바로 위에 있다.
이윽고 일행들이 오름길을 끝내고 임도 정상 부분에 다다라 동이면 청마리 탑산이 마을 터에 이르렀다. 임도에서 얼마 내려가지 않은 지점에 무송유씨 옥천 중시조로 고려말에 옥천읍 수북리 동정자에 자리를 잡은 유덕상 공의 묘소가 있다. 무숭유씨 봉례공파 회장을 맡고 있는 유무현씨에 따르면 유덕상 공이 고려말 옥천에 정착하면서 동정자에서 4대를 살았으며, 동정자를 지은 유경 공은 유덕상 공의 증손자라고 전한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유덕상 공의 산소는 3년 전에 유씨 문중에서 재정비한 것이란다.

지금은 없어진 탑산이 마을에 무송유씨 옥천 중시조의 산소가 있다는 사실과 함께 또 한가지 챙길 얘기는 탑산이 탑에 얽힌 얘기다.

옥천경찰서 안에 있는 삼층석탑이 탑산이 마을에 있던 것을 일제 때 경찰서로 가져간 것이라는 말. 여울지기 정수병씨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일본인 경찰서장이 마을에 있던 탑을 옮기려 해 말썽이 일어난 탑산이 마을 석탑을 경찰서로 가져오라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가벼운 것은 짊어지고, 무거운 것은 목도(두 사람 이상이 긴 막대를 이용해 무거운 물건을 메어 나르는 일)를 해서 함께 옮긴 것이 경찰서에 있는 석탑의 연원이다.

지금 마을은 없어졌지만 그 탑이 있었던 위치를 안다는 주민이 동이면 지양리에 살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는 그 증언을 얻어 그 탑이 있었던 자리를 알아둘 참이다.

■갈마골 임도에서 한반도 지형 등성이 타기

늦은 점심이다. 걷다보니 1시가 다 됐다. 일행들은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인데 앞서간 일행들의 걸음이 너무 빨라 일행이 함께 모이는 곳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임도 한쪽 그늘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는 저 아래 갈마골과 안남면 소재지가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전망한다.

안남면 연주리 독락정 앞을 휘도는 금강이 보이고, 갈마골 마을 전경이 펼쳐지는데 왼쪽으로는 어느덧 유명 관광지가 된 등주봉이 우뚝 섰다. 환상적인 풍경에 일행들이 입을 다물지 모른다. 저마다 카메라에, 핸드폰을 들어 인증샷 한 장씩 날려주시고, 등성이를 향해 간다,

이 임도는 청마리 푸렁골 마을과 연결할 예정이다. 아직 임도 공사가 완공되지 않았으나 푸렁골 가까이까지 임도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한반도 지형 등성이를 걸으며 발견한 멧돼지똥.
한반도 지형을 타려는 일행들은 오늘은 푸렁골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중간에서 한반도 지형 산등성이길을 택해 한반도 등성이를 탈 것이다. 미리 앞서간 이창규 재향군인회장 등 일부 일행이 떨어졌다. 나중에 들으니 푸렁골까지 거의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다른 일행들보다도 훨씬 많은 걸음을 걸었을 것이다.

한반도 지형 등성이로 내려섰다. 전체적으로 내리막이라서 그리 힘들지는 않았으나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임도를 걸어온 일행들의 입에서 오늘 전체 일정이 20km가 넘을 정도로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갈마골 마을에서 연주리로 건너오는 갈마골여울이 왼쪽으로 보이고, 갈마골에서 독락정 중간에 위치해 옛날에 금이 나왔다는 장금소여울을 바라보며 일행들은 금강 어부 주영현씨가 운전하는 배를 타고 독락정으로 나왔다.

독락정에서 바라본 갈마골이 새롭게 보인다. 한반도 지형 등성이를 걸었으니 백두대간 종주를 하루에 다 끝마친 셈이고, 일행들의 자긍심은 힘든 여정 속에 더욱 빛을 발했다.

안남면 배바우도서관에서 마련한 뒷풀이 막걸리와 부침개 등으로 육체 피로를 달랬다.
 
▲ 아래로 금강이 흐르고, 왼쪽으로 등주봉이 보이고, 갈마골과 멀리 안남 소재지가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 산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준다. 산뽕나무 열매 오디를 따먹는 일행.


▲ 대학 선후배 사이인 남기화씨와 한중열씨가 여울길에서 만났다.
선배 남기화, 후배 한중렬


여울길 출발에 앞서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을 죽향초등학교 제49회라고 소개했던 남기화(경기도 용인 거주)씨와 친환경농업 강사인 한중렬씨와의 만남이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가 있어요?" "그러게 말이야! 대단한 일이네."

남씨가 옥천과 인연을 맺은 건 한국전쟁 전인 1949년. 어머니가 둘째를 낳기 위해 외가가 있는 옥천에 왔다가 전쟁을 만나 1955년, 죽향초 2학년 때까지 옥천에서 살면서 학교를 다녔던 인연으로 남씨는 옥천 사람이 됐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옥천에 오곤 한다는 남씨는 평소 한반도 지형에 가보고 싶었다. 마침 한반도 지형을 간다는 공지를 보고는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다섯시 넘어 기차를 탔다. 그리고 고려대학교 후배인 한씨를 만났다.

"학교 다닐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서로 친했어요. 그런데 여울길에서 만나다니 정말 반갑네요."

두 명의 선후배는 여울길에서 5년만에 다시 만난 추억 등을 되새기며 정을 돈독히 했다.
 


▲ 올해 여든 두살인 동이면 남곡리 조순섭씨. 조씨는 12km가 넘는 여울길을 거뜬하게 걸었다.
최고령 참가자 조순섭씨

"이렇게 걸으니 아주 좋으네. 나는 더 걷자고 해도 얼마든지 걸을 수 있어."

여울길 최고령 참가자인 조순섭(82, 동이면 남곡리)씨는 여정 도중 쉬지 않고 걸으며 건강을 과시했다. 기다란 수염을 관리하고 있는 조씨는 수염도 샴푸로 감고, 말리기도 하는 등 수염에 얽힌 궁금증도 시원시원하게 풀어주는 호인이다. 무엇보다 최고령 어른으로 제역할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싶다.

"다음에도 올텨. 또 불러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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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주 2012-06-23 09:53:23
한반도 지형을 종주한 기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청마리 사람이면서도 한반도 지형의 등성을 걸은 건 처음입니다.
강을 배 태워 건너 주고 막걸리에 부침개까지... 안남 분들 고맙습니다.
이제 생각하니 올 때 인사도 못하고 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