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대근린공원 체육공원 변경 추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서대근린공원 체육공원 변경 추진, 이대로 좋은가
'군 홈페이지 변경안 공고 못 봄 주민 잘못인가'
주민들, 옥천군 설명 부족에 답답함 토로
  • 박누리 기자 nuri@okinews.com
  • 승인 2012.06.15 10:46
  • 호수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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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사에서 열린 토론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토론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12일 본사 독자사랑방에선 '서대근린공원의 체육공원 변경 추진'에 관한 지역사회의 찬반 의견을 듣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스무명 가까운 주민 및 담당 실과소 공무원 등이 참석해 서대공원에 대한 지역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토론회를 통해 서대공원 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부터 열악한 체육시설로 생활체육인들이 겪는 어려움, 주민들의 소음 피해 우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본지에서는 약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 날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싣습니다.   / 진행 정순영 편집국장·정리 박누리 기자·사진 권오성 기자

▲ (사진위)왼쪽부터 육도천(성암2리 이장), 박한범(군의원), 노호영(도시건축과 도시계획팀) (사진아래)왼쪽부터 윤병규(동이면 세산리), 조세형(야구연합회 리그 위원장), 김병식(성암2리 새마을지도자), 백종국(생활체육회 사무국장)


 서대공원 변경 추진, 어디까지 왔나

사회(정순영 편집국장): 토론에 앞서 군 담당자께서는 현재 서대공원의 계획 변경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짧게 설명 부탁드린다.

도시건축과 도시계획팀 노호영(이하 노): 서대공원 변경안은 현재 옥천군에서 하는 모든 절차를 거쳐서 충북도에 (변경)안이 올라가 있는 상태로 최종 결정권은 도지사에게 있다. 아직 최종 결정까지는 안됐고 변경안에 대해 도와 협의 중이다. 군에서는 모든 계획이 픽스(확정)된 것이라 바꿀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윤병규(동이면 세산리, 이하 윤): 설명을 덧붙이자면, 도지사 승인 전 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되는데 여기서 통과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변경안에 대해서는 보류나 보완 등 사안에 따라 여러 가지 조치가 있을 수 있다. 현재는 그 전 단계다.

박한범 군의원(이하 박): 당초 근린공원 조성계획으로 갖고 있던 서대공원을 이용해 지역 생활체육인들의 전용구장 확보를 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계획이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근린공원이라고 해서 체육시설이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 민원을 수용하려다 보니 체육공원으로 변경이 돼야 많은 면적이 체육시설로 제공될 수 있고 국가나 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지원을 얻을 수 있어 체육공원으로 변경된 것 같다.

▲ 서대근린공원 조성 원안 조감도(2008년 자료)

▲ 현재 옥천군이 추진 중인 체육공원 변경안 조감도(자료출처: 옥천군)


'열악한 체육 환경, 이대로는 안 된다'

사회: 2008년 도시공원 계획 발표 당시 근린공원이었던 것을 체육공원으로 변경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생활체육인들이 군에 전달한 것인가.

생활체육회 백종국 사무국장(이하 백): 현재 옥천군에 25개의 종목별 생활체육연합회가 있지만 도내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봐도 옥천 체육시설은 상당히 낙후돼 있다. 야구만 봐도, 옥천에 야구클럽이 13개인데 변변한 야구장 하나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생활체육인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또 옥천신문 홈페이지 여론광장 글을 봐도 체육공원 찬성하는 쪽이 훨씬 많다. 인근 성암리나 마암현대 아파트 쪽에도 찬성하는 사람들 있다. 제가 봤을 땐 주민 몇몇이 반대하는 것이다. 또 체육공원이 100% 군비로 지어진다고 주민들은 알고 있는데 군비가 35%이고 도비 35%, 나머지 30%는 체육진흥기금이 지원된다.

야구연합회 조세형 리그위원장(이하 조): 야구동호인들은 야구장이 없어 보은이나 영동, 대전, 청주까지 가서 야구를 했다. 지난해에 가풍리 의료단지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쫓겨났다. 군수와 면담을 요청해 책임져달라 하니, 서대공원에 (야구장을) 넣어주겠다고 해 연합회의 10년 숙원사업이 이루어지나 했는데 다들 왜 반대만 하는지 모르겠다. 야구장이 생긴다고 해서 우리가 깽판을 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테니스연합회 김낙성 회장(이하 김): 체육공원에는 체육시설만 있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일반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만들어진다. 또 경제성도 따져야 한다. 체육시설이 들어서면 대회 유치가 가능하다. 외부인들을 초청해 대회를 유치하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서대공원은 옥천 중심지, 많은 사람 이용 가능한 근린공원 맞다'

사회: 반면 주민들의 우려는 어떤 것인가.

성암2리 육도천 이장(이하 육): 지난해 6월쯤 성암3리 김서정 이장과 함께 군의회를 찾아갔었다. 당시 근린공원에서 체육공원으로 바뀐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당시 박찬웅 군의장에게 주민공청회를 요청했고 한다고 했는데 무산됐다. 올해 본격적으로 서대체육공원으로 변경된다는데 주민들은 아무도 몰랐다. 진달래 아파트만 해도 앞에 있는 정구장 때문에 민원이 많은 것으로 안다. 공설운동장도 마찬가지다. 중심가에 있어 주차도 불편하고 문제가 있다. 민원 발생 여지가 있는 것을 왜 꼭 중심지에 하려고 하나. 외곽으로 빼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윤: 서대공원 자리는 (접근성 면에서)옥천에서 제일 좋은 땅이다. 그런 장소라면 옥천 주민 누구든지 가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생활체육회의 사명 역시 언제 어디서 누구나 생활체육을 즐기게 하자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도) 서대공원이 근린공원으로 가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많은 주민들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걷기나 산책 같은 생활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근린공원으로 가야 한다는 게 제 주장이다.

백: 체육시설이 주민 밀집 지역에 있으면 주민들이 야간에도 공원을 이용하기 쉬워 좋은 점이 있다. 영동 같은 곳은 공설운동장이 외곽에 있어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또 진달래 아파트 정구장 민원 같은 경우는 일부의 민원일 뿐이고 현재는 저녁 9시 이후로는 정구장을 이용하지 않아 별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체육공원에서 아파트까지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소음 문제 역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인근 산에 올라가면 된다. 체육공원 주변으로 둘레길을 만들어 거기를 돌아도 된다.

윤: 영동의 예를 들었는데 그렇다면 옥천 향수공원은 왜 사람이 안가냐. 문제는 장소다. 공설운동장 역시 만약 그 자리에 일반 공원이 들어섰다면 사람이 더 많이 올 거다. 또 걷기 좋은 장소로 산 이야기를 하셨는데, 제 경우 다리 인대 파열로 등산을 못한다. 아시겠지만 옥천 도로는 엉망진창이라 도로에서도 못 걷는다. 제가 걸을 수 있는 곳은 하상도로 같은 곳 뿐이다. 초등학교 1,2학년들도 돌람산 못 올라간다. 이런 약자들을 위해 서대공원을 양보하자는 거다. 공원에서 아이들과 아빠가 같이 즐겁게 노는, 그런 세상을 꿈꾸자는 거다.

조: 향수공원을 이용하지 않는 건 가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주민들은 이용하지 않는다. 서대공원도 마찬가지다. 체육시설이 있으면 체육인들은 주말에 가고 평일에는 누구나 와서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활용성 높다고 본다.

윤: 체육시설의 경우 체육동호회 소속이 아닌 일반 주민들의 경우 오히려 이용이 어렵다. 체육시설은 체육인들의 특정한 공간이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누구든지 어느 때나 체육활동을 하려면 체육공원보다는 근린공원이 돼야 한다. 옥천 체육시설이 미비하다는 것은 저 역시 잘 안다. 제 얘기는 좋은 체육시설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좋은 체육시설 들어오면 외부인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많지만 경제유발효과 때문에 일반 주민이나 어린이들의 삶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

조: 체육인들만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야구장이 생기면 어린이 야구단을 만들어 동호인들이 직접 어린이들을 가르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참관인으로 참석한 정구연합회 김종수 고문 역시 이 같은 주민 참여 프로그램 계획을 밝혔다.)

소음 피해 우려, 체육공원 외곽 조성 필요 vs 과도한 우려, 도심 위치해야 활용도 높다

성암2리 노인회 김명종 총무: 체육공원 조성 시 어느 정도 산을 깎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노: 공원 예정지 주변의 야산 쪽은 건드리지 않고 밭쪽을 정리한다. 산 쪽은 산책로나 수목 위주로 가고 평지 쪽에 시설물이 들어간다. 체육공원도 전체 공원부지의 50% 미만으로 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 근린공원이나 체육공원이나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본다.

사회: 육도천 이장님이 주민 대상으로 설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

노: 저희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일한다. 이 절차에서는 공청회라는 단계는 없다. 또 지금 보시다시피 초안 단계라고 해도 여기 모인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다. 군에서는 공청회를 해도 의견을 다 수렴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는 마찬가지다. 공청회를 안했다고 '주민 의견을 무시했다'가 아니다. 또 신문 2군데, 인터넷 홈페이지, 유선방송 자막 등을 통해 공람 기간을 공고 했는데 아무도 의견 제시한 사람들이 없었다. 관심이 없거나 못 봤을 수 있다. 자기가 못 봤다고 해서 왜 안하냐고 할 수 없다. 저희는 법적인 절차대로 진행한 거다.

박: 집행부 공무원들이 공청회를 통해 반드시 의견 수렴할 사안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지만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은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생활권 밀집 지역이라 당초 계획대로 근린공원으로 가야한다는 의견과 체육동호인들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체육공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상호 마찰이 생기는 것인데 (군의원으로서) 이런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것에 책임도 느낀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계획변경을 번복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 이후 실시설계 과정에서라도 주민 의견이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암2리 김병식 새마을지도자: 군 담당자는 (공람에 대해)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유선방송에 내보냈다지만 저 같은 경우는 홈페이지 라는 것도 잘 모른다.

시골서 농사짓는 사람들,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와 자기 바쁜데 그거 어떻게 알겠냐. 이 사안은 옥천군의 큰 사업인데 왜 이장회의에서조차 얘기가 안 나온 건가. 제가 읍 새마을협의회장 보고 있는데 우리 회의도 매달 진행되고 있지만 회의에서 이런 자료 하나 올라온 게 없다. 심지어 군 소식지에도 나온 걸 본 적이 없다. 어차피 체육공원이나 근린공원이나 나는 주민으로서 찬성한다. 또 우리가 아무리 반대한다 해도 이 단계에서 엎어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해온 걸로 보면 군이나 도나 사업이 거의 결정돼야 주민들이 알게 된다는 거다.

육: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 얻어맞는 격이다.

노: 저희가 군정 소식지나 이장 회의를 통해서 충분히 홍보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는 공청회도 마찬가지고 군정 소식지나 이장 회의 자료로도 내보내도록 하겠다.

* 참관인으로 참석한 생활체육회 및 담당 실과소 팀장 발언 정리

족구연합회 지동근 회장: 늦게라도 이런 자리 마련돼 감사하다. 군에서 계획 변경할 때는 나름대로 심사숙고한 걸로 알고 있다. 생활체육인들도 군민이고,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했으면 좋겠다.

환경녹지과 김영수 푸른도시팀장: 그동안 어린이 전용 체육시설로 추진하는 것이나 현상 설계에 대한 의견이 나왔는데 어린이 전용시설은 어려울 것 같다. 어린이 공원은 금구리에 따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있기도 하다. 현상설계 부분은 나중에 체육시설사업소에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체육시설사업소 양중식 체육팀장: 현상설계 개념을 몰라서 당장 답변을 못 드리겠다. 일단, 도 승인이 나면 그때부터 체육시설사업소 체육팀에서 주관하게 된다. 지금까지 좋은 의견들 주셨는데 이 업무가 체육시설사업소로 넘어오게 되면 '체육공원이 근린공원인것처럼' 일반 주민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겠다. 체육시설이 단순히 체육시설로만 활용되는 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체육공원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 충분히 대화로써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끝)


<기자의 눈> 주민 자치 1번지의 데자뷰

데자뷰 현상. 취재를 하다 보면 조금 자주 이 데자뷰 현상을 느낀다. 12일, 서대공원 계획 변경을 놓고 벌어진 주민 토론회에서도 그랬다.

서대공원 계획 변경에 대해 이렇다 할 공론장이 없었던 주민들은, 토론회가 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냈다. '두두두두' 쏟아지는 말을 기록하느라 키보드를 두드리는 기자의 손가락도 덩달아 빨라진다. 정신없이 토론 참석자들의 말을 기록하다 멈칫, '데자뷰'다. 한 주민의 '우리가 아무리 반대해봐야 이 단계에서 엎어질 수 없다는 것 안다'는 말에서다. 이어지는 '지금까지 해온 걸로 보면 사업이 거의 결정돼야 주민들이 알게 된다'는 말에도 또 한 번 흠칫한다.

재미있게도 이 말은 기자가 취재 도중 만나는 주민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때로는 한숨 섞인 체념이, 때로는 짜증이 묻어나는 주민들의 이 말은 어쩌면 현재 옥천군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주민들의 이런 반응 속에는 '아무리 말해봐야 행정이 듣지 않는다는 것 잘 안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여기에 또 반복되는 것이 있다. '우리는 지켜야 할 절차 다 지켰다'는 군의 입장이다. 군 누리집에 공고문 올려놓고 조회수는 60을 간신히 넘겨도, 주민들 대다수는 그런 게 있는지 몰랐다 해도, 일단 해야 할 절차는 했으니 그걸로 됐다는 거다.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뭘 더 요구하진 말라는 거다.

여기에 또 주민들은 '답답함'을 데자뷰로 체험한다. 이 답답함에 신물 난 주민들은 '말해도 안 바뀐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돌고 도는 이 답답함 속에서 주민 자치 1번지, 그런 건 여기 없다.

처음 서대공원의 계획 변경이 추진되던 때부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면 어땠을까. 주민 의견 반영의 유무를 떠나, 그때도 '말해봐야 안 바뀐다는 거 안다'는 체념 섞인 말이 나왔을까.

이제는 좀 끝내야 되지 않나. 매번 반복되는 이 웃지 못 할 데자뷰 말이다.

(데자뷰: 처음 본 것을 이미 본 것처럼 느끼거나, 최초의 경험을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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