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병과 함께 걷는 금강 여울길(12)>봄꽃·초록 속 3천연 흔적 더듬은 선사 테마여행
< 정수병과 함께 걷는 금강 여울길(12)>봄꽃·초록 속 3천연 흔적 더듬은 선사 테마여행
오대리 반대편에서 바라본 가랜여울, 터골여울은 평화로웠네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12.05.11 10:39
  • 호수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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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면 석탄리 가랜여울, 터골여울②
옥천읍 동정리 선사테마공원-동이면 남곡리-동이면 지양리 현동 고인돌-지양리 지장 고인돌-석탄리 안터 선사공원-가래여울, 터골여울 간 약 11km 구간

대청호주민연대와 옥천신문사가 공동주관하는 두 번째 금강 여울길 걷기 행사입니다. 가는 4월을 부여잡고 떠난 금강 여울길은 3월 옥천읍 교동리 옥천향교를 출발해 오대리 순환길을 더듬는 여울길 구간의 반대편에서 대청호 물길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었습니다. 이 길은 남곡리, 지양리 마을 안길을 걸어 마을도 살피고, 주민들의 삶 속에서 길은 어떻게 제구실을 하고 있는가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길은 선사시대, 신석기시대나 청동기시대에 금강 주변에 살았던 선조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길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고, 그 길을 따라 멀지 않은 시절까지 강을 건넜던 여울에 닿으니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여울지기 정수병씨가 몸이 편치않아 참석하지 못했으나 따가운 봄햇살도 없고, 싸늘한 바람도 없는 걷기에는 안성맞춤인 그런 날이었습니다.

가랜여울과 터골여울은 옛날 오대리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러, 장을 보러 옥천읍내를 건너다녔던 길이다.

가랜여울에 대한 유래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원면 지탄리에서 구룡리를 건너는 여울이 둘로 갈라져 형성됐다고 해서 '가린여울'이라고 했음에 비추어 아마도 비슷한 지형이거나 상황이 이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고 추정할 따름이다.

▲ 조팝나무 꽃이 활짝 핀 농로를 일행들이 걷는다 먼발치로 지장마을이 그림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여울 이야기, 오대리 이야기

가랜여울, 터골여울은 오로지 오대리 오류티와 터골을 가기 위해 형성됐던 여울.

그만큼 오대리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오대리 사람들은 정작 마을에서는 농경지가 적었다.

금강 건너 가랜여울을 건너 수북리, 남곡리 쪽에 논밭이 많았다. 오대리 사람들이 가을걷이를 하면 금강변에 나락이 널렸고, 소들은 여울을 건너 마을로 곡식을 운반하곤 했다.

햇나락이 깔렸던 가랜여울 자갈밭은 오대리 사람들의 '칭이나칭칭' 노랫가락에까지 담겼을 정도로 추억의 장소다.

남곡리까지 가서 벼를 베고, 이를 소에 싣고 마을에 오기를 반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새벽에 나와 한밤중까지 하루 종일 매달려 소로 다섯 바리를 했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오대리 터골 출신으로, 지난달 여울길에 동참했던 백천수(동이면 남곡리)씨는 당시 마을 상황과 여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여울길을 더 빛나게 한다.

지금 둥근 건물 모양만 남아 있는 옛 옥천읍 취수탑 옆으로 대청호 한복판이 가랜여울 자리였다. 취수탑 있던 자리에는 물레방아가 있었고, 추수가 끝나면 오대리 사람들은 바쁜 일손을 놀렸다. 가랜여울에 징검다리를 놓는 일이었다. 가마니에 자갈과 흙을 채워 겨울에 주민들이 건너다닐 수 있도록 했는데, 100개 정도 만들어졌다는 이 징검다리는 여름철 홍수가 지면 떠내려가 다시 만들곤 했다. 하지만 인력이 많이 들고 어려웠던 탓에 한국전쟁 즈음해서 만들었던 것 같다는 설명이다.

백씨의 기억에 의하면 여울을 건넜을 당시 오대리에는 오류티에 약 50가구, 백씨가 살았던 터골에 11가구, 버들개에 20~30가구, 보내에 30여 가구 등이 살았단다. 터골과 보내는 금강이 휘돌아 서로 반대편에 있는 자연마을. 보내에는 대장간이 있었는데 이 대장간에 가느라고 터골 사람들은 벚나무재를 통해 보내로 가는 길로 왕래했다.

터골을 통해서 보내로 가는 길은 지금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지만 지금은 옛길이 되어 오대리 순환길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소재로 남았다.

예나 지금이나 육지 속의 섬이었던 오대리. 옥천읍으로 나오기 위해 배를 타는 것이야 변함이 없는데, 행정일을 보기 위해 옛날에는 산등성이길로 안남까지 걸었다면 지금은 옥천읍으로 모든 일을 보러 나온다는 것이 달라진 것이다.

■고인돌, 선돌 등 선사유적을 찾아


출발점은 옥천읍 동정리 선사테마공원이다.

조성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옥천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곳이다.

선사테마공원이란 명칭에 걸맞게 고인돌, 선돌이나 유적 설명이 곳곳에 있고, 옛날 고인돌이나 선돌을 이동시켰던 체험코스도 마련되어 있어 누구든 한 번씩은 큰 돌을 끌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런데 말이 쉽지 그 돌 끄는 게 만만치않다.
▲ 동이면 지양리 현동 풋당골 고인돌, 고인돌 밑으로 상당한 공간이 있고 도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마침 '노골프장데이'를 맞아 동이면 석탄리와 지양리를 찾은 환경단체 사람들과 소비자들이 우리와 비슷한 시각에 도착해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출발했다.

공원 안에는 오대리 마을에 있던 고인돌을 비롯, 수북리, 남곡리, 용호리, 막지리 등지에서 옮겨온 선돌 등이 있다. 아쉬운 느낌이 있으나 우리 고장에서 발견된 선사문화 유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동이면 남곡리 마을길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여울길 걷기에 나선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면서 일행은 구불구불한 마을 길을 걸었고, 함께 걷는 이들 사이에 얘기꽃이 한창이다. 한참을 걷다 보니 새로 들어선 집이 있어 발걸음을 쉬고 막걸리 한 잔으로 마른 입을 축이려 하는데 마침 집주인이 JC특우회장 등을 지낸 조영석씨다.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했더니 까죽부침개며, 백설기, 두릅 등 푸짐한 각종 안주가 펼쳐졌다. 옥천새마을금고 이병훈, 박덕분 전 이사장 부부가 하루 전부터 정성들여 마련한 것이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이사장 부부가 내놓은 각종 안주와 먹걸리 한 사발에 목을 축이고 다들 감탄사 한 마디씩을 내뱉는다.

▲ 한참을 걷다보니 출출해진다. 막걸리 타임이다. 중간에 적당히 쉴 곳을 찾아낸 곳이 남곡리에 있는 전원주택이다.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조영석씨 집을 배경으로 전체사진ㅇ을 찍었다. 막걸리와 먹을거리로 배를 채운 뒤라 마음까지 넉넉하다.

▲ 옥천새마을금고 이병훈, 박덕분 전 이사장 부부가 준비한 각종 안주와 막걸리를 먹는 모습.

걸음은 지양리 현동마을에서 동이면 청마리로 넘는 말티 초입 둥구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 길은 청마리 사람들이 동이를 거쳐 옥천읍으로 걸어오던 길이다. 청마리 앞에 다리가 건설되지 않았을 때 물이 불어 강을 건널 수 없으면 이 길을 통해 육로로 옥천읍을 나오곤 했던 곳이다.

지양리 현동과 지장마을을 잇는 길도 마찬가지로 이 길.

말티로 오르는 길가 풋당골이라는 곳과 지장마을에 들어선 농로 바로 위에서 우리는 두 기의 고인돌을 만난다. 현동에 있는 고인돌은 마치 무덤을 파고 시신을 묻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아마도 도굴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기의 고인돌 모두 크기가 크고 거북 모양에 가깝게 만들었다.

말티로 오르는 도중 현동에서는 새롭게 형성된 몇 가구의 주택을 볼 수 있다. 전원주택을 짓고 귀촌하는 일행들이 빚어낸 풍경이리라. 어찌됐든 사그라져가는 농촌의 새로운 풍경이라 이마저도 반갑다.

이 주택지 바로 위로는 한창 지역 이슈로 등장해 있는 골프장 예정지다.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어떤 모양으로, 주민들이 사는 곳과 어떤 경계를 이룰 지 알 수 없으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바로 옆으로 골프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괜히 편치 않다.

점심을 먹고 있는 '노골프장데이' 행사 참가자의 박수를 받으며 지장마을에 들어선다. 지장마을 주민들이 끓여낸 맛난 국수를 한 그릇씩 먹고는-아마도 여울길 행사 중 이렇게 점심을 대접받아보긴 처음인 듯-우리는 석탄리로 향한다.

이윽고 도착한 4월 여울길 여정의 끝자락. 여기서는 물에 막혀 더 이상 갈수가 없다. 안남면 출신인 이병훈 전 이사장은 이 길을 통해 안남을 오갔다고 했다. 길이 끊겨 더 이상 가지 못하는 터골여울 앞에서 수북리에서 장계리로 이어지는 옛날 보은가는 옛 비포장 국도에서 트럭에서 자갈이 튀어 신혼부부와 택시운전사가 죽은 얘기며, 이 전 이사장이 전해주는 구수한 입담이 여울길 마지막 자락을 장식했다.

▲ 물길 건너편이 오대리 터골, 석탄리 안터마을을 휘감은 여울길은 여기서 물에 잠겼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길에서

▲ 가장 어린 참가자. 이병훈 전 이사장의 손녀다.

▲ 여울길 끝자락. 대청호에 묻혀 길이 끊겼다.

▲ 여울길 탐방 중 봄나물을 뜯고 있다.

▲ 동이면 지양리 현동마을 말티재 입구에서 쉬고 있는 일행들.

▲ 복사꽃이 만발한 모습

▲ 으름꽃.


※ 다음 여울은 5월26일(토)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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