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병과 함께 걷는 금강 여울길(9)>가을비 속 단풍 곳곳, 서화천 여울길엔 인정넘치고
< 정수병과 함께 걷는 금강 여울길(9)>가을비 속 단풍 곳곳, 서화천 여울길엔 인정넘치고
공곡재 장승 거쳐 부소담악 병풍바위에 비친 율원구곡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11.10.28 10:26
  • 호수 11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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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북면 항곡리~군북면 이평리 공곡재~군북면 이평리 물아래여울, 배일여울~군북면 추소리 부소무니 여울까지 9.5km 구간 ■

금강 본류에 있는 여울 탐방이 9월로 모두 끝났습니다. 지난 2003년 6월, 영동군 경계에 가까운 이원면 지탄리와 원동리를 잇는 오배거리(현재 원동리와 지탄리를 잇는 이원대교(지탄교) 상류 지점) 여울을 처음 건넌 이후 2006년 4월까지 여울지기 정수병 선생과 함께 소개했던 옥천군내 여울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으로만 끝났습니다. 올해 4월부터는 이를 독자들과 함께 걷는 여울길 탐방으로 꾸렸고, 어쨌거나 옥천-영동 경계지점부터 옥천-보은군 경계까지 여울을 모두 돌아보았습니다. 이쯤에서 슬며시 욕심이 생깁니다. 올해 시작한 여울길 탐방이 옥천읍 오대리 보내 마을이었으니, 그 상류지점도 한 번 독자들과 함께 가볼까 하는 그런 것이지요. 독자들과 함께 하는 여울길 탐방에 대한 고민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어찌됐든 금강 여울길을 마감한 이후 기획한 서화천 여울길을 한 번에 끝내기는 아쉽지만 올해 여울길 탐방은 예서 마치기로 했습니다. 서화천 여울길은 군북면 증약리에서 방아재를 넘어 항곡리 황골에서 시작했습니다. 마을에서 오른쪽으로 고리산 산허리를 넘는 공곡재 가는 길로 접어들어 비안개에 싸인 고리산 단풍을 배경으로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물아래여울과 배일여울에 대해서는 군의회 의장을 지낸 유제구씨의 친절한 설명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떠난 여울 탐방,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 옆으로 단풍이 아름답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가을비치고는 제법 양도 많다.

일기예보에는 새벽까지 내리고는 갠다고 했는데 아침 출발 시간이 돼도 그칠 기미가 없다. '이러다가 한 분도 안 오시는 것 아냐?'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데도 벌써 몇이 나와 있다.

조금 있으니 얼추 열 명이 된다. '열 명이 되지 않으면 취소해야 하나' 했던 고민을 괜히 했나 싶다. 그럼 걷는 길 좋고 한데, 우산 쓰고 가면 되지.

그렇게 출발했다. 모두 열세 명이다. 그동안 참여하던 이가 나오지 않으면 한동안 뜸했던 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또 그렇게 여울 탐방팀은 완성돼간다. 가을비 속에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탐방단은 아니지만 출발 전에 이런 빗속에 무슨 걷기냐고 지청구(?)를 하는 사람은 있었다.

증약리를 넘어 방아재를 넘은 버스가 항곡리에 도착하고, 일행이 내리면서 고리산 산허리를 감도는 공곡재 길로 접어든다.

탱자나무 울타리에 조금씩 남아 있는 탱자는 지나는 일들이 시선을 붙잡고, 빗 속에서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일행들의 발걸음은 시작되었다.

마침 대청호 속에 수몰된 군북면 이평리 갈벌이 고향인 박순남(58)씨가 고향 가는 길에 동행하겠다고 함께 했다.

길은 꼬불꼬불, 비안개는 뿌옇게 고리산 산허리부터 감싸고 있는 모양이 더욱 빗 속 걷기의 운치를 더해준다. 길 옆에 자란 감나무는 아직도 감을 많이 달고 있고, 빨갛게 달린 산수유가 일행들의 눈길을 끈다.

누구는 우산 쓰고, 누구는 비옷 입고 모양새가 제각각이지만 기분만은 곧 비가 그칠 것 같은 분위기다. 공곡재를 향해 절반쯤 걸었을까? 비가 그친다. 팔은 자유롭고, 시선은 이제 다른 곳도 향하는 여유가 생긴다.

산허리로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제법이다. 새빨간 단풍은 아니지만 참나무 등의 활엽수들이 낙엽 떨어뜨릴 준비를 하며 제 색깔을 낸다.

▲ 궁곡재 마루에서 간식을 먹으며 정수병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길 아래는 대청호다. 금강을 가두어 만든 인공호수. 멀리 방아실이 보인다. 비안개 속에 내려다본 방아실이 더 신비스러워 보인다.

이윽고 조금만 올라가면 공곡재 정상이다.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방아실 마을이 잘 생겼다. 고갯마루에서 쉬어가자고 할 참인데, 마침 선두가 공곡재 고갯마루 돌탑 앞에 자리를 잡았다.

고갯마루는 어디가 됐든 사람들이 쉬어가는 장소다. 박덕분씨가 여울 탐방 일행들에게 줄 쑥백설기를 해왔다. 쑥백설기는 일행들의 인기를 모은다. 매번 일행들이 함께 나눠먹어도 남을 만큼 충분히 먹을거리를 가져와 일행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이다.

점심시간이 아직 되지는 않았으나 저마다 먹을 것 풀어놓고 막걸리 안주 삼아 한 잔씩 맛나게 들이킨다. 이래서 함께 걷는 맛이 있는 게다.

여울지기 정수병 선생이 오늘 갈 여울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하고 박순남씨가 예부터 있었던 공곡재 돌탑이 오래 전부터 있었노라는 얘기를 한다.

가는 길을 따라 익은 산초열매를 따기도, 길 가에 난 고들빼기를 캐느라 발걸음이 늦어지긴 했으나 수몰된 이평리 갈벌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물건너 추소리가 빤히 바라보이는 확트인 풍광을 앞에 두고 일행들은 맛난 점심을 먹었다.

▲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유재구 전 군의회 의장이 배일여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수면이 배일여울 자리다.

유제구 전 의장은 이평리에서 물 건너 용호리로 건너는 물아래여울이 옛날 동학군 지도부가 건넜던 여울로, 동학군들이 이 여울을 건너 고리산을 올랐고, 증약리로 갔다는 말을 전한다. 특히 중봉 조헌 선생이 서화천 상류에서부터 경치가 좋은 곳 아홉 곳을 골라 '율원구곡가'를 짓고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했던 곳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지금은 수몰되었으나 배일마을에서 지금은 국원이골이라고 부르는 이평리 본동마을로 건너는 배일여울이 큰 여울이었음을 설명한다. 배일여울은 배일 마을에서 강을 건너 군북초등학교로 가고, 죽향초등학교로 가는 길목으로, 옛날에는 큰 길이었음을 알린다. "이평리 사람들은 배일여울을 건너가고, 추소리 사람들은 부소무니여울을 건너 추동으로 가서 지금 쓰레기매립장 골짜기로 올라가 고성재(옛날 성이 있는 고개라는 말로, 현재 쓰레기매립장 위 산에 있는 국원리산성을 말한다)에서 만났어요. 죽향초등학교를 가거나 옥천장에 가려면 건넜던 여울이니까."

시간도 여유가 있다. 오늘은 추소리 추소정이 있는 곳까지 걸을 계획이다. 추소정에 오르니 말로 듣던 병풍바위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병풍바위의 변함없는 위용과 호수면 쪽으로 휘어진 소나무를 바라보는 일행들의 눈에 멋진 가을 풍경 하나씩이 들어왔다.

▲ 여정이 끝난 군북면 추소리 추소정에서 병풍바위를 바라보며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바로 앞 수몰된 부소무니 마을을 보면서 추억을 되새긴다.

▲ 박순남씨
40여년만에 걸어본 고향길

"고등학교 때도 이 길이 있었어요. 항곡리 사는 친구한테 갔었는데 길은 좁았지요. 40년이 넘은 세월을 흘러 이제야 고향 길을 다시 걷네요."

대전에 살면서 대전둘레길 홈페이지에 뜬 여울길 안내문을 보고 고향에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박순남씨는 산길을 걸으며 조곤조곤 고향 얘기를 풀었다.

"옛날에는 아침이면 마을 앞 강에서 먹을 물을 지게로 퍼나르는 행렬이 줄을 이었어요. 얼마나 맑았으면 그 물을 그냥 먹었거든요. 동네 젊은이들은 아침에 물지게로 물을 길어다 항아리에 붓는 일이 일과였어요. 겨울이면 얼음이 이만큼(대략 30cm 정도를 벌리며) 두께로 얼어요. 그러면 그 얼음을 깨서 거기서 물을 길어다 먹었어요. 후에 공동샘을 팠다고는 하는데 여덟 살 때까지 갈벌에서 살던 기억이 생생해요."

옛날에는 마을에 뱀도 많았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면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고, 서로 그냥 같이 생활을 했단다. 공곡재 올라가는 길에 깔려죽은 뱀 몇 마리가 보이자 꺼낸 얘기다.

"면사무소 있는 곳에서 걸어오려면 어른들이 호랑이 비슷한 녀석을 만나 집에까지 오느라고 땀에 흠뻑 젖곤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어요. 이렇게 걸으니 정말 좋아요. 고향 생각 많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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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rcjstkfka 2011-10-28 16:24:47
넘 행복 했답니다 쑥백설기 맛은 환상 그 자체였읍니다 정수병샘의 알사탕도 달콤했답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걷기엔 그만이엇지요 많은 분들이 같이 몿한게 아쉽지만요 다음여정은 서천에 철새보러간다네요 기대데네요 꼭 가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