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행정단위에 그친다면, 지방정부에 정치적 의사결정의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지역에서는 지역의 민주주의를 가능케 할 사회적 환경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가를 위한 민주주의만 필요할 테니까요. 하지만 대한민국은 시, 군, 구청장을 주민들이 선출하고 다시 그들을 견제할 기초의회 의원들을 주민들이 선출합니다. 당연히 민주주의를 구현할 사회적 환경 역시 필수입니다. 그 중 첫째는 건강한 주민여론을 담보할 지역여론의 공론장, 지역 언론입니다. 그런데 지역언론은 현재 저널리즘의 본분을 망각할 만큼 커다란 존립의 위기 속에 있습니다. 지역방송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도전에, 지역신문은 급감하는 독자와 광고에 절벽으로 밀려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 2005년 정부는 지역신문발전법을 제정해 지역신문지원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경상남도를 시작으로 충청북도를 포함한 많은 광역자치단체들이 지역신문지원조례를 제정했거나 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신문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할 일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지원이 좋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본질적인 질문이 하나 버티고 있습니다. 주민을 대신해 지방정부, 지방의회를 감시해야 할 지역신문이 지방정부로부터 정책적 지원을 받는 일, 과연 약일까요 아니면 독일까요? 독자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러한 고민을 주제로 24일 오후 2시30분부터 두시간 넘게 진행된 제9회 옥천언론문화제 언론인 학술포럼은 전국에서 지역신문 지원조례가 주요 의제가 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 듯, 전국 각지에서 학술포럼을 방청하기 위해 옥천을 찾은 언론인과 언론단체 관계자들로 큰 성황을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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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발제 요약 ■ '지자체 홍보예산 나눠주기, 위기의 근본'
이렇게 지자체 홍보예산과 이로 인한 지역신문의 비판기능 위축, 이로 인한 독자들의 지역신문 외면이라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회로 지방정부의 지역신문지원조례가 작동하는 것이 이용성 교수 발제의 핵심 주제다. 지역신문지원조례를 통해 주민들을 중심으로 객관성을 확보한 지자체 소속 지역신문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렇게 구성된 위원회가 객관적인 기준에 맞게 시장, 군수들이 기준 없이 지역신문들에 나눠주는 홍보예산의 집행에 관여할 때 엉터리 지역신문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저널리즘에 입각한 건전한 지역신문들이 조례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이용성 교수는 "지역신문조례가 지역신문개혁에 일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홍보예산 편성에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개입을 가능토록 하는 위원회 구조를 동반해야하고 그렇지 못하면 조례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역신문 지원 조례는 지역신문시장의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명확한 조례 제정취지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서대 이용성 교수의 발제에 이어진 경남민언련 강창덕 대표의 발제는 김두관 도지사 취임 이후 전국최초로 지난해 9월 지역신문지원조례를 제정한 경상남도의 실제 지원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경상남도의 지원조례는 지난 2004년 정부가 제정한 지역신문발전법의 제정 취지를 최대한 반영한 조례라는 점이 특징이다.
강 대표는 발제에서 "10억 원으로 지원 사업비가 결정됐지만 특정 신문사가 전체 예산의 15% 이상을 지원받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지원예산이 특정언론사에 편중되는 것을 막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남도 지역신문지원조례는 정부의 지역신문발전법을 상위법으로 따르다보니 정부사업과 경상남도의 지원사업간 중복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경상남도 조례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지원사업 예산이 기금예산이 아닌 일반예산으로 편성된 점도 지적되고 있다. 단체장이 바뀌거나 예산전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지원조례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 2부 토론 요약 ■ '신문사 공적소유에 대한 깊은 고민 필요'
이 지부장은 "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는 그 구성과 운영상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쟁점"이라며 "부산시에서도 처음 조례 입법 예고 당시에는 행정부시장이 위원장을, 시 대변인이 당연직 위원을 맡도록 했고 위원수도 11명인 경남에 비해 9명으로 줄었다"며 "이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현직공무원이 지역언론을 지원하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결국 최종 제정 조례에는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하고 현직 공무원들의 위원회 참여는 최소화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충북민언련 이수희 사무국장은 현재 추진 중인 충청북도 지원조례의 제정과정이 순탄치 않다고 말했다.지원조례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확인되지만 충북지역 신문들이나 시민사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
지역신문지원조례가 지역신문사에 대한 지원이 아닌 지역신문 구독자, 구독주민들에 대한 지원으로 애초 준비돼야 한다는 입장은 전북민언련 박민 사무국장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박민 사무국장은 조례가 지역신문을 지원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지원의 결과가 독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조례가 구독자지원조례가 아닌 신문사지원조례가 되다 보니 지원기준 하나하나가 모두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제정된 조례의 문제점을 함께 파악해야 새롭게 재정되는 조례를 지역현실에 맞고 균형감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신문이 가질 구조적 모순의 핵심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홍보예산 나눠주기가 있다는 주장은 우희창 대전충남민언련 공동운영위원장의 토론을 통해서도 반복됐다.
우 위원장은 "정부 산하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6~7년째 지역신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좋은 신문들이 경쟁력 있는 신문으로 거듭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 원인은 정부가 아무리 경쟁력을 갖춘 신문사들을 지원해도 지방자치단체가 홍보 예산을 기준 없이 나눠주는 데 있으며 지방정부가 조례로 마찬가지 지원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신문지원이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나름대로 필요한 지원정책을 개발 하더라도 결국 민간 기업이라는 한계를 지닌 언론사들의 소유구조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예산의 지원이 무의미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본사 황민호 취재부장은 "이제는 지역신문사들이 지원을 받는 만큼 지역사회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소유구조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시점이 됐다"며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지역신문사들이 기존의 주식회사 체제에서 주민이 통제할 수 있는 공적소유형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