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자치 1번지'. 옥천 나들목을 벗어나 옥천에 진입하면 좌측으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바로 '주민 자치 1번지'라는, 화단에 커다랗게 새겨놓은 글자다. 주민 자치,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 단어를 저렇게 크게, 입구부터 장식해 놓은 곳은 분명 무언가 다르겠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종종 '주민 자치'란 말이, 나들목을 벗어나며 봤던 화단의 그 커다란 글씨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얼마 전 군이 진행하는 어떤 프로그램에 소위 말하는 '딴지'를 거는 기사를 하나 썼다. 취재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주민들이 해당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 부분이 시급히 조정돼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주축으로 기사를 썼다. 그리고 신문이 발행된 지난 금요일, 기자는 해당 공무원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해당 공무원은 '왜 일부 불만 많은 주민 이야기만 듣고 기사를 쓰느냐'고 항의를 했다.
공무원이 기자에게 항의하는 일,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기사에서 이의를 제기한 주민도 해당 공무원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공무원이 그 주민에게 정확히 어떤 내용으로 항의 했는지 알 순 없지만 확실한 건, 당시 전화를 받은 주민은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란 거다. 군의 문제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는 이유로 군 관계자에게 항의 전화를 받는다니.
'주민 자치 1번지'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주민이 군에 쓴 소리 좀 했다고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찾아내고 전화해서 항의하고, 그러는 사이 '주민 자치 1번지'는 가뭄에 말라버린 꽃처럼 그렇게 부스러져 가는 것이다.
뚜껑 열어보니 여기도 별 수 없네. 이런 말 듣기엔 군도, 주민도 너무 아쉽지 않은가. 기자는 옥천에 와서 주민들을 만나며 전에 살던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주민 자치의 희망을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주민 자치, 이 무거운 이름의 성공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주민 자치 1번지의 성공이 결정된다는 것. 주민은 아는데 군은 왜 모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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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일번지 주민이 보는 쪽에서 공무원도 봐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