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읍에서는 짧은 시간 집중된 비로 곳곳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가옥이 반파되거나 침수되고, 콘테이너가 완파되기도 했으며 포도밭이 산사태로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다. 또 읍지역 곳곳에서 토사가 도로로 흘러 도로 통행이 막혔고 수많은 농경지들의 침수 피해가 나기도 했다.
옥천읍 삼청리 태동마을에서 하삼가는 길목 버스정류장은 무릎까지 오는 진흙더미로 인해 도로가 막혔다. 삼청리 덕고개 옆 산에서 지난 10일 저녁 9시부터 시작된 산사태는 묘지 두기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했고 컨테이너 박스 두 동을 완파시켰다. 복숭아 나무는 뿌리채 뽑혀져 나와 버스정류장 안에 쳐 박혔고 하수관거 자재는 논과 밭에 둥둥 떠 다녔다.
삼청리 덕고개 근처에 하수관거 자재를 쌓아 놓았던 창신개발 최종남 이사는 "콘테이너 두 동이 완파되고 자재가 다 못쓰게 되는 등 3천여 만원의 재산피해가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묘지 두 기 등 여주 이씨 종중 소유의 산이 다 망가지자, 이우현(75, 옥천읍 소정리)씨는 "종친 묘지가 사라져 큰 일이다"며 "또 비가 온다면 나머지 묘지도 사라질 텐데 빨리 조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 바로 앞집인 금기윤(55)씨는 "밤새 잠을 못 이뤘다"며 "다행히 마당 앞에 개집과 닭장이 피해를 보고 집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삼마을 입구 돌장승 윗 집은 주택이 반파됐다. 산 밑으로 물이 쏟아지면서 흙집으로 만들어진 부엌 벽이 뚫려 가스렌지와 양은 남비 등이 널부러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하삼리 곽정섭 이장은 "노인 두 분이 사셨는데 한 분은 병원에 가 계시고 한 분만 사는 집인데 그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파된 주택에서 쓸려나온 토사와 물건들이 곽정호씨(80) 고추밭을 덮기도 했다.
옥천읍 가풍리에서 소정리 가는 방향 도로도 산사태가 나면서 흙더미가 그대로 도로를 덮쳤다. 가풍리 정광회씨는 "조금만 비가 더 내렸으면 아버님 묘소가 쓸려내려갈 뻔 했다"고 "절개지면 공사가 제대로 안 돼 이렇게 산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풍리 도로에 쌓인 흙더미는 오전 10시께 굴삭기가 나와 흙을 치웠다.
옥천읍 서정리 서화천은 10일 내린 폭우로 인해 하천 제방을 넘나들여 인근 가옥을 일부 침수시켰다. 옥천집 식당은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보조 식당과 가옥이 일부 침수됐다. 옥천집 식당 남정학씨는 "물과 쌓인 뻘을 치우느라 밤을 꼬박 샜다"며 "당장 오늘 식당 손님을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정리 윗마을에서는 금강유역환경청에서 매수한 토지에서 산사태가 나 도로를 뒤덮고 박석호씨(72) 들깨밭까지 일부 토사가 유출됐다. 서정리 조규행 이장은 "밤새 서화천에서 물이 넘치고 인근 마을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관계기관에서 하루 빨리 조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옥천읍 매화리 매화저수지는 저수지 안쪽 택지개발 지역에서 산 절개지의 토사가 빗물에 쓸려 내려와 배수구를 막았고 이 때문에 배수로로 유입되지 못한 빗물이 흙탕물로 저수지로 쏟아지면서 저수지 수위가 만수위까지 치솟았다. 한 때 저수지 수위가 넘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옥천군 공무원들과 마을주민들이 현장에 나와 저수지 상황을 지켜봤지만 다행히 오후부터 빗줄기가 약해지면서 별다른 문제는 발행하지 않았다.
옥천읍 구일리 귀현마을에서는 이 마을 농민 박아무(70대)씨가 운영하는 6백여 평의 노지 비가림 포도밭이 산사태로 쏟아져내려온 흙더미에 완전히 파묻히는 안타까운 현장이 확인되기도 했다. 포도밭 주인 박씨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포도밭이 완전히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며 "집까지 덮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포도가 거의 익어 조만간 수확을 할 계획이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