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병과 함께 하는 여울길 ⑤> 빗 속에서 찾은 여울길, 작은 삶의 여유
<정수병과 함께 하는 여울길 ⑤> 빗 속에서 찾은 여울길, 작은 삶의 여유
군북면 소정리 금밭여울, 팽나무여울, 군북면 석호리 함티여울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11.07.08 09:32
  • 호수 108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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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호리로 가는 길 위에서 발견한 달팽이. 유난히 일행들의 눈을 끌었다.
군북면 국원리-군북면 석호리 함티여울-군북면 석호리 돌고리마을-군북면 이평리 국원이골-군북면 추소리 쓰레기매립장-옥천읍 교동리 복골칼국수 간 8.8km 구간

장마철엔 어쩔 수 없이 비가 오는 날에도 걸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 걷기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걷기와 산행과는 차이가 있고, 오히려 빗속에서 걷는 것이 어느 때는 더 운치가 있다는 사실을 걸어본 사람들은 알게 됩니다.

장마로 인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그리 심하지 않은 비라면 비옷을 입고 진행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여울길을 출발할 시간대인 9시가 되면서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고, 일행들은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옥천읍사무소를 출발했습니다.

함티여울을 전반적으로 다 내려다 볼 수 있는 자리에 이르러 내려다본 금밭여울과 팽나무여울, 함티여울은 물 속에서 우리의 얘기를 듣고 있는 듯 했습니다. 대청호로 인해 잠긴 여울을 건널 수는 없었지만 여울지기 정수병 선생과 평생을 군북면 소정리에서 살아온 손인서(83), 박오성(65)씨 등 두 안내자가 함께한 길, 이날 여울길은 여울과 소정리 사람들의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유익한 길이었습니다.

▲ 석호리 돌고리로 가는 길, 마을 정자에서 일행들은 막걸리 한 잔과 점심을 같이 했다. 오는 비를 감상하며 야외에서 먹은 점심은 꿀맛이었다.

날씨가 관건이다. 장마철이니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여울길을 걸으려 했던 사람들이 지레 짐작하고 참여하지 않을까봐 은근히 걱정이었다. 그래서 출발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지 않으면 여울길 걷기를 진행한다는 공고를 내보냈는데 다행인지 지난달보다 참여 인원이 더 많은 듯해 안심이다.

마침 출발 시간에는 비가 거의 그쳐 있어 일행들은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비가 오는 날씨와 여울을 안내할 안내자들께 먼저 안내를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걷기 위해 애초 옥천읍 교동리 복골칼국수부터 걸으려 했던 코스를 거꾸로 걷기로 했다.

그런데 군북면 국원리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서 걷기를 시작할 무렵부터 비는 내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날궂이하겠다고 작정한 일행들에게 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함티여울은 이 근방에서는 사람들 왕래가 가장 많았고, 가장 큰 여울이었다고 보면 돼요. 소정리에서 평생을 살아왔는데 이 근방 사정이야 눈에 그리듯 훤하지."

여울길을 걷겠다고 참여한 일행들과 인사 겸 함티여울에 대한 설명을 꺼내는 손인서씨와 박오성씨는 첫 마디부터 함티여울의 존재감에 대해 설명한다.

▲ 일행들이 군북면 이평리에서 석호리로 넘는 배고개를 넘고 있다.
■ 비옷 입고, 우산 쓰고 걸은 여울길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쓴 일행의 여울길 걷기가 시작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군북면 국원리 마을 앞을 지나 석호리로 향한다. 지나는 길엔 지금의 군북면 이백리로 이전한 환경사업소 구실을 했던 옛 분뇨처리장 터가 길 아래로 있고, 지금은 대청호 수려한 경관을 아래에 둔 기도원 가는 길이 지나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길을 걷다 보면 눈에 끌리는 길거리 풍경이 있다.

길 주변에 난 산딸기가 있거나 처음에는 무엇인지 몰랐지만 대청호주민연대 신한중 대표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아본 '구찌뽕' 열매는 일행들이 한 번씩 따먹고서야 그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얼마 걷지 않아서 도착한 곳이 함티여울과 강 건너 막지리, 소정리가 한 눈에 보이는 금강이 휘도는 곳이다. 조금만 더 가면 조선말 개화파 김옥균과 명월이의 전설이 전해오는 청풍정과 명월암이다.

"저기가 군북초등학교 터이고, 그 앞으로 여울이 있었어요. 여기에 와야 잘 보이지. 여기서는 금밭여울부터 팽나무여울, 함티여울까지 전부 다 볼 수 있거든."

여울을 안내하기 위해 동행한 손인서씨가 첫 마디를 거든다.

여울에도 그 깊이와 주변상황, 사람들의 이용도에 따라 그 여울만의 성격이 있었다. 금밭여울과 팽나무여울, 함티여울은 제각각 나름의 구실을 하며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지금 소정리에서 막지리로 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이 있는 곳이 금밭여울이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금밭여울은 그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여울은 아닙니다. 주로 살을 매서 물고기를 잡던 곳이 금밭여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여울 위로 막지리로 가는 배를 타고 건너가는 거지요."

옛날에 사람이 건너고, 살을 매서 고기를 잡던 여울은 지금 뱃길로 변해 있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쨌든 사람이 다니는 길이니, 금밭여울은 앞으로도 여울로서 제구실을 하는 곳으로 남아 있을 듯하다.

"팽나무여울은 주로 소정리 사람들이 많이 건너다녔던 여울이에요. 여울이 시작하는 곳에 큰 팽나무가 있어서 팽나무여울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여울을 건너 소정리 사람들은 막지리로 건너다녔지요."

박오성씨는 금밭여울과 팽나무여울에 대해 제각각 다른 구실을 했던 점을 기억해내며 설명한다.

▲ 석호리 함티에 도착해 여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오성(오른쪽에서 첫번째), 손인서(오른쪽에서 두번째)씨. 정수병씨가 그 옆에 있다.


■ 함티여울에는 이야기꽃이 한 바구니

어느새 함티여울로 옮아온 이야기. 함티여울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여울이었다.

특히 군북초등학교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차가 건너다녔던 큰 여울이었다.

안내면 답양리에서 캐낸 구들돌을 싣고 하루에도 몇 번씩 트럭이 건너다녔다. 돌을 실은 트럭은 석호리, 막지리, 답양리, 소정리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차량이었다. 어떤 이는 매일 정기적으로 오가는 구들돌 싣는 트럭 꽁무니에 올라타 함티까지 무임승차하기도 했고, 어떤 운전기사는 학생들을 태워주기도 했다.

소정리 사람들이 함티까지 오기에는 두 군데 여울을 건너야 했다. 지금처럼 보은을 가는 국도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소정리는 산길을 넘는 오솔길이 고작이었고, 함티에 가려 해도 팽나무여울을 건너서 막지리로 갔다가 막지리에서 다시 함티여울을 건너 초등학교 있는 곳으로 와야 했다.

이곳까지 직행버스가 다녔다. 여울에 막혀 버스는 다시 돌아가야 했지만 어쨌든 차를 타고 옥천장에 가려면 거의 70가구에 달했던 소정리 사람들은 두 개의 여울을 건너거나, 오솔길을 통해 옥천장으로 직접 걸어야 했다.

지금은 수몰돼 흔적만 남은 초등학교 옆 함티 아사달 마을과 학교 앞에는 당시의 번잡함을 설명이라도 하듯, 송방(문구점을 겸한 주막집)이 두 군데나 있었다.

"송방이 두 군데요. 윗송방은 선배들이 들어가고, 아랫송방은 후배들이 들어갔지. 소정리에서 학교를 오려면 고개를 넘어야 했는데 정구재산이라고 했지요. 장마철에 물이 불어 여울을 건너기가 어려우면 학교 소사(기능직 직원)가 이 길 위 백토산 정상에 빨간 깃발을 꽂았어요. 비오는 여름날 고갯마루에서 빨간 깃발을 보면 그 날은 학교 안가는 날이야."

박오성씨가 재미있는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때는 토끼가 많았다고 했다. 박씨는 급우들과 함께 백토산에 올라 토끼들을 몰아 토끼사냥을 했다고 했다. 지난 5월에 간 적이 있는 두룽구치여울 옆 바위에는 대청댐 공사 이전에 표시가 있어 대청댐 제2후보지라는 말이 나돌았다. 만약 타당성검토 등을 통해 옥천에 대청댐이 들어섰다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졌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여름이면 아침 등교시에는 고갯길을 넘어 학교에 가고 오후 하교시에는 함티여울 건너고, 팽나무여울 건너서 멱 감으며 다녔던 어린 시절의 추억담은 끊이지 않는다.

함티여울에는 물레방아와 나무다리(목다리)가 있었다. 나무다리는 매년 장마철이면 떠내려갔지만 가을걷이가 끝나면 주민들의 부역을 통해 새로 놓아졌고, 다음해 장마철까지 사용하곤 했다.

일행은 이제 함티여울을 직접 느껴보고자 군북초등학교 옛 터로 향한다. 군북초등학교 옛 터에는 벽돌로 쌓아올린 터와 콘크리트 기초가 남아 있고, 운동장으로 쓰였던 터는 물이 빠졌다가 장마로 인해 상류에서 밀려온 쓰레기 더미가 가득하다.

석호리 돌고리와 이평리를 거쳐 추소리 쓰레기매립장 입구에서 휴식을 취한 일행은 먼발치에서 국원리산성 모양만 바라본 후 복골칼국수 식당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 일행들이 옛 군북초등학교 건물터에 섰다. 옛 학교 운동장 터에는 이미 장마철 쓰레기들이 잔뜩 밀려들어와 있다.

 

▲ 일행들이 군북면 석호리 구간에서 길 옆에 난 산딸기를 따먹기도 했다.

▲ 국원리산성, 보오리, 국원리에서는 이 산성을 할미성이라고 부른다.

*국원리 산성
국원리산성은 군북면 국원리와 지오리 복골 사이에 있는 삼국시대 성으로 30m 가량의 성벽이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다. 성벽 높이도 6~7m에 달해, 군서면 동평리와 옥천읍 양수리 사이에 있는 동평산성, 군서면 은행리 성치산성, 안남면 화학산성 등과 함께 비교적 성벽이 많이 보전돼 있는 성터이다. 국원리 사람들은 이 성을 할미성, 국원리 늘티 마을 뒷산에 있는 성을 할애비성이라고 하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각각 쌓은 성터라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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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 2011-07-11 15:16:10
언니! 비가 오는데 여울탐사 가셨네요?
맛난 점심도 먹고 산딸기도 따먹고 사진도 예쁘게 나오셨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