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넘쳐났다. |
수몰 30년, 옥천의 미래 대청호서 찾다 ①주민지원사업비와 대청호 유람선, 옥천의 선택은? |
◆생활형에서 레저형까지 하천 변천사
그 옛날 1920년 온천천은 부산 동래지역 아낙네들의 빨래터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로 주민들의 생활터전이었다. 해방 이후 산업화의 물결이 휩쓸고 간 1990년 대까지 온천천은 콘크리트 호안으로 뒤덮였고 주변 마을 생활하수가 그대로 유입되면서 냄새나는 도심속 하수구였다.
도시화에 따른 인구집중, 하천 복개, 콘크리트 주차장 설치 등은 하천 본연의 기능보다는 물이 지나가는 물길에 불과했다. 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자치단체에서 공공근로로 하천 쓰레기 줍기, 자연 친화형 하천 개선작업을 하고 하수처리장을 본격가동하면서 드디어 '우리 하천'으로 조금씩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정산에서 내려오는 온천천 물길을 나눠쓰는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는 온천천을 주민들의 친수공간으로 재탄생하기에 이른다.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창포와 부들, 갈대를 심었다.
2005년에는 온천천의 수량을 유지하기 위해 낙동강에서 3만톤의 물을 펌핑해 활용하면서 온천천은 수질도 깨끗해지고 찾아오는 사람도 점차 늘어났다. 자전거길, 산책로, 농구장, 각종 운동시설 등이 갖쳐줬고 나무와 꽃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보여줬고 인공폭포와 음악분수 등 각종 물 관련 놀이시설도 하천으로 점점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옛날 20년대 하천이 생활형 하천이었고 70년대 근대화의 물결에 희생된 하천이 있었다면 2000년대 하천은 레저형 하천으로 변모한 것. 어쨌든 이 하천은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2010년 주민만족도 92.4%라는 기염을 토하며 부산 시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하천으로 거듭났다.
◆주민 만족도 92.4%의 비밀
금정구가 온천천의 상류지역에 위치해 있다면 동래구와 연제구는 중 하류 지역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하천 관리는 행정구역 별로 다 달리하지만 원칙은 같다. 주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온천천은 주민들의 욕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항상 흐르는 하천을 만들기 위해 낙동강 물을 매일 3만톤가량 펌핑하고 산책하기 좋도록 산책로 정비와 자전거 도로도 따로 만들었다.
배드민턴, 농구 등 각종 스포츠도 하천 둔치에서 즐길 수 있고 인공폭포와 음악분수, 야외 수영장은 물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친수 공간으로 만들었다. 갈대와 부들은 운치를 더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매일 운동을 하러 온천천을 찾는다는 김용운(75)씨는 "동래구에서 유일하게 잘 한일이 온천천을 바꾼 일이다"며 "나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고 좋아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전재민(중1)학생도 "친구들과 자주 놀러와서 농구도 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다"며 "방과후에 별일 없으면 꼭 오는 곳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온천천을 가꾸는 자발적인 시민 모임도 생겨났다. 온천천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졌고, 온천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온천천은 현재 누리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며 온천천을 채워가고 있었다.
◆다른 듯 닮은 듯한 온천천
온천천을 가만히 살펴보면 온천천 양 옆 하천 둔치의 모습이 다르다. 동래 쪽의 온천천은 부들과 창포, 갈대 등이 하천 바로 옆에 심어져 있고 그 다음에 잔디가 깔려있고 산책로 자전거도로, 운동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연제 쪽의 온천천은 수생식물 식재가 거의 없고 잔디만 깔려있고 스탠드 야외 무대, 농구장 등 문화 체육 편의시설이 즐비하다.
이는 서로 다른 자치단체가 다른 접근으로 온천천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맨 처음 동래구는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틀로 온천천을 바라보았고 연제구는 주민친화형 공간 조성으로 온천천으로 바라 본 것. 연제구는 98년부터 2005년까지 '시민과 함께하는 친수공원만들기'로 54억원의 예산을 들였고, 동래구 역시 똑같은 시기, 같은 예산이지만, 다른 주제인 '생태하천, 웰빙 하천 만들기'로 사업을 했다. 하지만, 이는 곧 동일시 되고 있다. 주민 편의시설이 점차 늘어나면서 생태하천 복원은 다소 뒷전으로 밀려난 셈. 이는 시민들도 공무원들도 똑같이 우려하고 있는 온천천의 한계이자 극복해야 할 현재의 모습이기도 하다.
부산시 동래구 온천천 안주한 담당자는 "당초 동래구에서 고민한 온천천의 모습은 생태하천이었지만 연제구가 하천 둔치에 주민 체육시설을 많이 설치하면서 동래 주민들도 이를 같이 요구해왔다"며 "그래서 생태보다는 주민친화형 공원으로 바꾸고 있는 실정인데 어느 것이 온천천의 모습일지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천천네트워크 활동가이자 생명그물 구영기 대표는 "시민들의 욕구가 점차 커지면서 하천 주변 개발의 욕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며 "온천천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하천으로 거듭났다는 것은 평가받을만 하지만 이제는 하천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태도로 하천을 바라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천천의 과제, 하천 통합관리와 주민참여
온천천의 주민만족도는 날로 높아가지만 그만큼 민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온천천에 대한 주민들의 애증도 높아지는 것이다. 온천천은 3개 자치구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강건너를 보면서 서로의 자치단체를 평가하면서 들볶는다. 이것은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으로 작용도 한다.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하천 개발이 그렇다. 그래서 하천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온천천 사람들의 모임 유상복 대표는 "3개 자치단체가 온천천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관리하면서 난개발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산시에서 통합관리를 하되 반드시 주민 참여를 전제로 통합관리를 한다면 바람직한 온천천의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온천천은 90년대 중반 콘크리트 주차장을 과감히 걷어내고 하천과 인간의 공존을 실현해내며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지금 2010년 온천천에 인간의 욕구가 점차 극대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하천 생태계의 다양한 동식물과 교감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럼 우리 옥천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찬찬히 생각해 볼 문제다.
'온천천, 부산 주민들이 사랑하는 보물' <인터뷰>부산시 동래구 안주한 온천천 담당자 |
'온천천의 주인은 바로부산 주민' <인터뷰>온천천 사람들의 모임 유상복 대표 |
'온천천 하천 생태계 복원에 주력해야' <인터뷰>온천천 네트워크, 생명그물 구영기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