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30년, 옥천의 미래 대청호서 찾다⑥>도심하수구 '부산의 자랑'으로 거듭나다
<수몰 30년, 옥천의 미래 대청호서 찾다⑥>도심하수구 '부산의 자랑'으로 거듭나다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10.11.26 10:07
  • 호수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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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넘쳐났다.
평일 낮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하천 둔치에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빼곡했다. 자전거를 타는 청년도 발견했고 농구하는 아이들도, 운동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유모차 끌고 나온 애 엄마도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열심히 달리는 사람도 보였고 그냥 앉아서 담소 나누는 사람도 보였다. 물은 흘렀고 사람들의 이야기 꽃도 그렇게 피어났다. 아파트 숲으로 빽빽한 도심 한가운데 온천천은 그야말로 신기하고도 대견한 주민들의 쉼터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95년 이전 냄새나고 더러웠던 그 온천천이 매일 3만 명의 인파가 찾고 90%가 넘는 주민 만족도를 기록하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늘 커다란 호수(대청호)를 옆에 두고 시가지를 지나는 하천(금구천)을 바로 곁에 두고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옥천 주민으로서는 그야말로 부러울 수 밖에..
최근 옥천군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75억원의 예산을 들여 금구천 생태하천조성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 온천천의 사례는 도심 하천 친수공간이 가진 여러 가지 장단점을 잘 보여준다. 이를 잘 살피고 우리 하천에 적용해본다면 금구천을 우리 일상속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부산 온천천 안으로 들어가보자.

수몰 30년, 옥천의 미래 대청호서 찾다

①주민지원사업비와 대청호 유람선, 옥천의 선택은?
②수계관리, 민관협치 필요하다
③대청호 유역공동체의 대안을 알아보다
④잃어버린 수몰의 상흔, 복원 문제 시급
⑤하천을 이용한 마을축제를 보다
⑥도심속 하천 문화자원 만들기
⑦일상 속 마을 도랑 살리기
⑧미래 위한 하천생태교육 필요하다
⑨일본 하천 민주주의를 돌아보다

◆생활형에서 레저형까지 하천 변천사

그 옛날 1920년 온천천은 부산 동래지역 아낙네들의 빨래터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로 주민들의 생활터전이었다. 해방 이후 산업화의 물결이 휩쓸고 간 1990년 대까지 온천천은 콘크리트 호안으로 뒤덮였고 주변 마을 생활하수가 그대로 유입되면서 냄새나는 도심속 하수구였다.

도시화에 따른 인구집중, 하천 복개, 콘크리트 주차장 설치 등은 하천 본연의 기능보다는 물이 지나가는 물길에 불과했다. 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자치단체에서 공공근로로 하천 쓰레기 줍기, 자연 친화형 하천 개선작업을 하고 하수처리장을 본격가동하면서 드디어 '우리 하천'으로 조금씩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정산에서 내려오는 온천천 물길을 나눠쓰는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는 온천천을 주민들의 친수공간으로 재탄생하기에 이른다.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창포와 부들, 갈대를 심었다.

2005년에는 온천천의 수량을 유지하기 위해 낙동강에서 3만톤의 물을 펌핑해 활용하면서 온천천은 수질도 깨끗해지고 찾아오는 사람도 점차 늘어났다. 자전거길, 산책로, 농구장, 각종 운동시설 등이 갖쳐줬고 나무와 꽃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보여줬고 인공폭포와 음악분수 등 각종 물 관련 놀이시설도 하천으로 점점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옛날 20년대 하천이 생활형 하천이었고 70년대 근대화의 물결에 희생된 하천이 있었다면 2000년대 하천은 레저형 하천으로 변모한 것. 어쨌든 이 하천은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2010년 주민만족도 92.4%라는 기염을 토하며 부산 시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하천으로 거듭났다.

▲ 부산 온천천의 하천 둔치는 그야말로 종합 문화 레저 공간이다. 산책, 자전거 타기, 가벼운 운동, 농구, 배드민턴, 공연 관람, 물놀이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주민 만족도 92.4%의 비밀

금정구가 온천천의 상류지역에 위치해 있다면 동래구와 연제구는 중 하류 지역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하천 관리는 행정구역 별로 다 달리하지만 원칙은 같다. 주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온천천은 주민들의 욕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항상 흐르는 하천을 만들기 위해 낙동강 물을 매일 3만톤가량 펌핑하고 산책하기 좋도록 산책로 정비와 자전거 도로도 따로 만들었다.

배드민턴, 농구 등 각종 스포츠도 하천 둔치에서 즐길 수 있고 인공폭포와 음악분수, 야외 수영장은 물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친수 공간으로 만들었다. 갈대와 부들은 운치를 더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매일 운동을 하러 온천천을 찾는다는 김용운(75)씨는 "동래구에서 유일하게 잘 한일이 온천천을 바꾼 일이다"며 "나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고 좋아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전재민(중1)학생도 "친구들과 자주 놀러와서 농구도 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다"며 "방과후에 별일 없으면 꼭 오는 곳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온천천을 가꾸는 자발적인 시민 모임도 생겨났다. 온천천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졌고, 온천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온천천은 현재 누리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며 온천천을 채워가고 있었다.

◆다른 듯 닮은 듯한 온천천

온천천을 가만히 살펴보면 온천천 양 옆 하천 둔치의 모습이 다르다. 동래 쪽의 온천천은 부들과 창포, 갈대 등이 하천 바로 옆에 심어져 있고 그 다음에 잔디가 깔려있고 산책로 자전거도로, 운동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연제 쪽의 온천천은 수생식물 식재가 거의 없고 잔디만 깔려있고 스탠드 야외 무대, 농구장 등 문화 체육 편의시설이 즐비하다.

이는 서로 다른 자치단체가 다른 접근으로 온천천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맨 처음 동래구는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틀로 온천천을 바라보았고 연제구는 주민친화형 공간 조성으로 온천천으로 바라 본 것. 연제구는 98년부터 2005년까지 '시민과 함께하는 친수공원만들기'로 54억원의 예산을 들였고, 동래구 역시 똑같은 시기, 같은 예산이지만, 다른 주제인 '생태하천, 웰빙 하천 만들기'로 사업을 했다. 하지만, 이는 곧 동일시 되고 있다. 주민 편의시설이 점차 늘어나면서 생태하천 복원은 다소 뒷전으로 밀려난 셈. 이는 시민들도 공무원들도 똑같이 우려하고 있는 온천천의 한계이자 극복해야 할 현재의 모습이기도 하다.

부산시 동래구 온천천 안주한 담당자는 "당초 동래구에서 고민한 온천천의 모습은 생태하천이었지만 연제구가 하천 둔치에 주민 체육시설을 많이 설치하면서 동래 주민들도 이를 같이 요구해왔다"며 "그래서 생태보다는 주민친화형 공원으로 바꾸고 있는 실정인데 어느 것이 온천천의 모습일지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천천네트워크 활동가이자 생명그물 구영기 대표는 "시민들의 욕구가 점차 커지면서 하천 주변 개발의 욕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며 "온천천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하천으로 거듭났다는 것은 평가받을만 하지만 이제는 하천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태도로 하천을 바라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천천의 과제, 하천 통합관리와 주민참여

온천천의 주민만족도는 날로 높아가지만 그만큼 민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온천천에 대한 주민들의 애증도 높아지는 것이다. 온천천은 3개 자치구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강건너를 보면서 서로의 자치단체를 평가하면서 들볶는다. 이것은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으로 작용도 한다.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하천 개발이 그렇다. 그래서 하천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온천천 사람들의 모임 유상복 대표는 "3개 자치단체가 온천천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관리하면서 난개발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산시에서 통합관리를 하되 반드시 주민 참여를 전제로 통합관리를 한다면 바람직한 온천천의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온천천은 90년대 중반 콘크리트 주차장을 과감히 걷어내고 하천과 인간의 공존을 실현해내며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지금 2010년 온천천에 인간의 욕구가 점차 극대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하천 생태계의 다양한 동식물과 교감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럼 우리 옥천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찬찬히 생각해 볼 문제다.

▲ 여름에 부산 온천천은 물놀이 공간으로 대변신한다. 사진은 부산 온천천 하천 둔치에 설치된 인공폭포에서 주민들과 아이들이 노는 모습.

▲ 가을녘 주민들이 부들과 갈대가 있는 하천 주변을 운치있게 산책하고 있다.<사진제공: 부산 동래구>

▲ 부산시 동래구 안주한 온천천 담당자
'온천천, 부산 주민들이 사랑하는 보물'

<인터뷰>부산시 동래구 안주한 온천천 담당자

"온천천은 매일 3만 여 명이 찾을 정도로 여느 관광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심속 허파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공간이다. 관심이 높아진 만큼 주민들의 민원도 많다. 매년 20회 정도 하천 주변 기구들이 침수가 되는데 이것들을 교체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확실히 온천천을 사랑하고 있다. 온천천이 없다면 이 많은 주민들이 어디 가 있을까 상상이 안 갈 정도이다. 하지만, 이제 온천천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 그래서 우리도 주민들의 요구와 생태하천 본연으로서 온천천의 모습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려 하고 있다."

▲ 온천천 사람들의 모임 유상복 대표
'온천천의 주인은 바로부산 주민'

<인터뷰>온천천 사람들의 모임 유상복 대표

"얼마 전 일본 후쿠오카로 강의 날 워크샵 참석 차 부산시 하천살리기 시민운동본부와 함께 다녀왔다. 일본에는 하천을 통합관리하고 주민 참여가 법으로 명문화 되어 있다. 이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온천천은 말로만 통합관리일 뿐이다.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되어 하천 정비 계획에도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온천천 사람들의 모임은 현재 80명의 회원으로 온천천 어린이 사생대회도 열고 있고 하천 주변 쓰레기 줍기도 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온천천 옛날 모습 사진전시회도 했다. 하천의 역사와 문화, 자연이 살아숨쉬는 온천천이 되길 바란다."

▲ 온천천 네트워크, 생명그물 구영기 대표
'온천천 하천 생태계 복원에 주력해야'

<인터뷰>온천천 네트워크, 생명그물 구영기 대표

"주민들의 욕구는 끝이 없다. 하천은 이제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하천을 통합관리해 한 쪽은 자연 상태 그대로 복원한 채 놓아두고, 한 쪽은 주민친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고민해본다. 하천생태계의 주인은 인간 뿐 아니라 하천 주변에 사는 동식물인데 이들의 목소리가 온천천 개발에든 담겨있지 않다. 같이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온천천 주변 동식물에 대해 관찰하고 공부하는 모임을 지속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하천 생태계를 이해해야 하천을 사랑할 수 있다. 온천천 네크워크는 미래의 온천천에 대해 고민하며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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