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과제와전망③주민복지분야>면 주민들이 진짜 원하는 복지수요 발굴 시급
<민선5기과제와전망③주민복지분야>면 주민들이 진짜 원하는 복지수요 발굴 시급
"면 근무조차 싫어하는데 주민 삶 알까" 쓴 소리도
작은 공약이라도 약속한 건 반드시 지켜주길 희망
  • 정순영 기자 soon@okinews.com
  • 승인 2010.06.25 01:09
  • 호수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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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는 하나밖에 없는 것이 많습니다. 학교도 하나, 은행도 하나, 미용실도 하나, 병원도 하나...(사실 하나조차 없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해서 욕구의 다양성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교육ㆍ의료ㆍ문화 서비스를 접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은 읍이나 면이나 하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주민들이 진짜 원하는 복지서비스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읍이 아닌 면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승용차가 있는 사람들은 잘 짜인 대중교통체계의 필요성을 절감치 못하고 약국과 병원이 넘쳐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보건소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듯, 복지수요는 '심각한 결핍'이 있는 곳에서 더 잘 발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지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물질적ㆍ문화적 조건의 충족상태'라 정의한다면 우리고장 8개 면의 복지는 '낙제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선5기 과제와 전망 주민복지분야'는 23일 안남면 배바우작은도서관을 찾아 면에 사는 주민들과 토론을 벌여보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이번 토론을 통해 '9개 읍면이 고루 잘 사는 옥천을 만들어야 한다' 늘 이야기하면서도 본 기자조차 읍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기사를 써오지 않았나 반성했음을 고백합니다. 2시간 가까운 열띤 토론에는 △청산면 한곡리 박봉욱 이장 △동이면 주민 정영희씨(옥천농협 농가주부모임 회장) △안내면 주민 박효정씨(다문화가정 방문교사, 금강환경지킴이) △안남면 주민 김대영씨(안남면 주민자치위원장)가 함께 했습니다.

▲ 민선5기에 대한 면 주민들의 바람을 거침없이 들려 준 (왼쪽부터) 박효정, 박봉욱, 정영희, 김대영씨

당선자 공약 알맹이가 아쉽네

△사회자: 우선 김영만 군수 당선자의 주민복지 공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달라

▲ 청산면 한곡리 박봉욱 이장

=박봉욱: 생각나는 것을 대략적으로 추려놓았다는 느낌이다. 사실 전천후 게이트볼장 건립 같은 것은 누가 됐든 순차적으로 해줄 것 아닌가. 김영만 당선자가 진짜 하고자 하는 핵심알맹이가 없는 느낌이라 좀 아쉽다. 그리고 면에 사는 대다수 농민들의 복지 부문에 대한 정책이 없는 것 같다.

=정영희: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옥천을 만들겠다지만 정작 농촌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여성농업인에 대한 복지 공약이 없는 것도 아쉽다. 보통 복지공약이라 하면 쉽게 경로당 지원 같은 것을 많이 말하는데 가장 열심히 일하는 40,50대를 위한 복지공약도 필요하다.

=김대영: 섣부른 평가는 하고 싶지 않고 취임 이후 정말 소신을 갖고 군정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복지공약이 면의 특성 같은 것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평소 면에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모든 주요기관이 읍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가에서도 만날 지역균형발전이다 뭐다 말을 많이 하는데 옥천도 진짜 읍면균형발전하려면 읍에 있는 공공기관을 일부라도 면으로 이전해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하고 싶다.

공공기관 면 이전은 어때?

△사회자: 옥천읍에 인구가 집중되다 보니 각종 공공기관은 물론 주민편의시설도 읍에 몰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면 주민들이 느끼는 복지에 대한 욕구나 불만이 클 것 같다.

=박봉욱: 청산은 옥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청산 주민들의 생활 패턴을 잠깐 이야기해보면 만약 집안 대소사가 있어 시장을 볼 때 급한 사람들은 영동으로 간다. 또 청성 사람들은 보은으로 간다. 최근에는 폐고속도로 왕래가 늘면서 차라리 대전으로 장 보러 가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옥천과 청산ㆍ청성면 사이의 거리에서 오는 이질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다 옥천군 복지서비스의 수혜를 별로 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이질감은 더 커진다. 가장 서러울 때는 아플 때다. 119부르면 영동으로 간다. 옥천읍 병원에 비해 영동 쪽 병원 시설이 훨씬 나쁘다. 규정 상 영동으로 가야 한다지만 그럼에도 청산ㆍ청성 사람들은 같은 옥천사람 인데도 충분한 의료시스템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소외감, 서러움이 크다.

=정영희: 동이면은 사실 옥천읍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일상생활 하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읍하고 가깝다는 이유로 뭐든지 읍에서 소비하고 생활하다 보니 동이면 자체적인 색깔이나 특성이 없어지는 것 같다.

=박효정: 면에 사는 청소년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인 기반 시설이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 읍에 있는 아이들은 학원이라도 다닐 수 있지만 면 아이들은 학원 다니려면 학원비에 읍까지 나가는 교통비, 식비 이런저런 것 다 생각하면 보낼 엄두가 안 난다. 같은 청소년이지만 읍면 간에도 교육혜택의 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안내면에서는 복지관에서 청소년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기가 쉽지 않다. 면지역 청소년을 위한 공간마련과 체계적인 복지정책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

종일 들에서 일하다 끼니도 제 때 못 챙길 때
십대들이 방과후 갈 곳 없어 방황할 때
면 직원들 눈빛에서 '난 곧 읍으로 갈겁니다'란 마음을 읽을 때
마을노인이 돌아가셔도 면에 장례식장이 없어,
평생 살던 고향 아닌 영동에서 장례 치를 때
군의원들이 작은 면 행사엔 잘 오지도 않을 때
노인들의 유일한 즐거움이 약장사 노래듣는 거란 말을 들 때

우리는 외친다
"아~ 면 살이 참말로 대근하다~"


△사회자: 읍과 면은 생활방식이나 기반시설 등의 차이가 워낙 커 각 면의 현실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으면 좋은 복지정책이 나올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안남면 주민자치위원회 김대영 위원장
= 김대영: 공무원들 리더십교육 같은 것을 한다지만 형식적인 거 같다. 전반적으로 공무원들이 주민들 입장에서 일 한다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식으로 한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좀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한 집안의 좋은 가장이 되려면 사소한 것까지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 것처럼 군수나 면장도 자신이 가장이라 생각하고 일을 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면 직원들도 마을에 애정을 가지고 직접 찾아다니면서 일 할 수 있지 않겠나.

= 정영희: 제발 면 직원이나 자주 좀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 면은 잠깐 거쳐 가는 곳이라 생각하는지 이 사람 면에서 일 좀 잘 하겠구나, 이제 좀 친해졌구나 싶으면 어느새 군청이나 읍으로 나가 버린다.

=박봉욱: 솔직히 청산면은 유배지라는 농담도 하지 않나. 청산ㆍ청성은 대부분 초임이 오거나 막 진급한 사람들이 온다. 면사무소 나가보면 직원들 분위기에서 '언제 읍으로 다시 나가나' 이런 생각하고 있는 것이 훤히 보인다. 그러다보니 면 주민들하고 뭘 좀 잘 해보겠다는 적극적인 행정이 없다.

△사회자: 면 지역 삶을 진짜 잘 알고 주민 삶의 질을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공무원이 없다는 말씀이 참 안타깝게 들린다. 지면을 통해서라도 현재 면에 반드시 필요한 복지 정책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 농가주부모임 정영희 회장
= 정영희: 여성농업인들은 바쁜 농번기엔 하루 종일 일만 하다 보니 운동할 시간도 없고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다. 저도 저녁 늦게라도 운동을 좀 해보려 해도 시골길은 너무 어두워 밖에서 뛸 수도 없고 마을엔 러닝머신도 없으니 가끔 석탄리 안터마을회관에 가서 러닝머신을 이용하기도 했다.(웃음) 제안하고 싶은 것이 마을별로 급식소 같은 것을 마련해 농번기 일하는 농업인들과 혼자 사는 노인들이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또, 마을 곳곳 어디에나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농사일로 뭉친 근육이나 피로를 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효정: 마을공동급식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65세 전후의 여성분들은 아직 한참 활동할 나이시니 그런 분들이 기본적인 영양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행정에서 급식소별로 일정 부문 예산지원을 해주면 일자리 창출도 되지 않겠나. 그리고 마을마다 찜질방을 많이 만들었는데, 노인들이 그 시설을 잘 이용하면 정말 깨끗하고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다. 마을마다 관리 어려움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군에서 이왕 만들어놓은 찜질방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게 운영지원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 박봉욱: 청산ㆍ청성은 그나만 복지관이 새로 생기니 참 다행이다 싶다. 복지관 같은데서 정말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면 노인들이 평생 살아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청산ㆍ청성은 장례를 치를 때 옥천읍이 너무 멀어 보통 영동이나 보은으로 많이 간다. 노인들이 돌아가셔도 고향에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거다. 청산농협이 장례시설 마련을 추진하다가 예산문제로 결국 못했는데, 군에서 시설마련에 지원을 좀 해주면 운영은 농협이 위탁해서 맡고 새마을부녀회 같은데서 식당 운영을 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정영희: 어떤 마을은 보건소나 방문간호사가 찾아와 노인들께 춤이랑 노래도 가르쳐드리고 운동도 시켜드리고 하는데 어떤 마을은 전무하다. 마을마다 경로당이 다 있는데 군에서 체계적으로 경로당에 모이는 어르신들이 즐겁게 참가할 수 있는 놀이나 운동프로그램을 마련해줬음 좋겠다. 그런 게 없으니 화투치기 아니면 약장사한테 속아 약이나 잔뜩 사시지 않나. 한번은 약장사들을 못 오게 해야 한다고 하니 어르신들이 "그 사람들을 한 번 보고나면 스트레스도 싹 가시고 잠도 무지 잘 온다"며 오히려 두둔하시더라.

▲ 안내면 다문화가정 방문교사 박효정씨
= 박효정: 면에 사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세심한 정책도 정말 시급하다. 그나마 안내면은 행복한 학교 내에 다문화반이 꾸려져 있어 결혼이민여성들이 교류도 하고 한국어공부도 하고 그러는데 그런 공간이 없는 면은 다문화가정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거점을 꼭 마련해야한다. 또, 군수 당선자 공약 중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것이 있던데 읍에 지을 거 일부만이라도 면에 지어줬음 좋겠다. 면으로 귀농한 사람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것이 참 안타깝다.

= 김대영: 해마다 연초면 연두순방을 하는데 주민들에게 어려운 점 있으면 다 얘길 하라고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이후엔 아무 말이 없다. 군수도 그렇지만 군의원들도 뭘 하는지 모르겠다. 군의원이 없는 안남에는 행사가 있어도 오지도 않는다. 군의원분들도 주민들 직접 찾아다니면서 일을 좀 했으면 좋겠다. 지역에서 정치하는 분들 대접만 받으려고 하지 마시고 주민들을 직접 만나라. 그러면 주민이 절로 알아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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