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과제와 전망 ①자치행정분야 주민간담회> 주민참여, 말이 아닌 실천으로 지원하라
<민선5기 과제와 전망 ①자치행정분야 주민간담회> 주민참여, 말이 아닌 실천으로 지원하라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0.06.11 09:39
  • 호수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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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자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옥천의 문제를 인구유출, 경기침체 등으로 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들은 경기가 살아나고 인구가 늘어나면 우리 옥천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들이 지적하는 옥천의 고민 1번지는 바로 자치의 문제입니다. 주민이 지역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폐쇄적 관료주의와 부패한 정치인들이 옥천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옥천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자치역량 확보와 이를 통한 공직사회개혁을 꼽습니다. 그런 뒤에야 주민이 주인 되는 잘살고 행복한 옥천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현직군수 구속이라는 충격적 사태를 딛고 당선된 옥천의 새 군수는 "군민 여러분이 군수"라며 "옥천을 전국 제일의 주민자치 1번지"로 만들겠다며 당선됐습니다. 그는 옥천을 물질보다 정신으로 살찌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옥천신문은 자치문제에 관심을 갖는 주민들을 초청해 당선자의 공약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자치의 현장이 평가하는 1등 자치군수의 공약, 지금부터 독자여러분과 함께 그 냉정한 평가의 장으로 가보겠습니다.

▲ 9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자치행정 분야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자치역량 확보와 공직사와 개혁을 꼽았다.

▲ 송치양 "관공서행정버리고 주민 목소리 찾아가야"
사회자 : 당선자의 슬로건은 '주민자치 1번지 옥천'이다. 당연히 자치행정분야 공약이 가장 핵심적인 평가의 대상이 될 것 같다.

이진영(명륜당 대표) : 우선 짚어야 할 것이 옥천의 자치 수준이다. 1번지가 1등이라는 의미라면 당연히 지금 우리가 몇 등 인지가 나와야 한다.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현재 위치를 확인한 다음 단기적, 또 중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1번지라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이 크게 든다. 4년 전 지방선거를 후보자로 경험하면서 피부로 느꼈지만 그럴듯한 공약은 인터넷만 들어가면 분야별, 항목별로 차고 넘치는 것이 현실이다. 공약보다 의지, 말보다 행동이다.

박상욱(옥천군공무원노조 비상대책위원장) : 당선자가 제시한 자치분야 공약들을 보면 당장 실현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약속들이나 실천방안이 전무한 약속, 또 위험한 공약들이 눈에 띈다. 가장 강조하는 공약 중 하나가 매월 1회 분야별로 민원을 청취해 군정에 반영한다는 약속이다. 민원은 당선자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고 대부분 예산이 필요하지만 예산은 이미 계획돼 군정 반영이 불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 뿐 아니다. 당선자가 알아서 챙겨주거나 외면할 수 없는 선거공로자의 민원도 있다. 이것들을 모두 공개해서 해결해 보려 해도 비난의 칼끝이 당선자를 겨냥하면 결국 비공개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한용택 군수가 취임 초 개방했던 군정업무협의회를 임기 중반 막은 것이 좋은 예다.

윤병규(옥천군경관심의위원회 위원) : 민원이란 것이 냉정하게 보면 개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주민 개개인의 이익을 민원청취라는 형태로 수렴하는 것이 옥천군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냐는 점이다. 개인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군민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손해로 돌아오는 민원들도 많다. 이것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안목이 없으면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다.

▲ 박상욱 "인사·예산 주민에게 완전히 돌려주는 것이 실력"
송치양(인사전횡저지를 위한 주민모임 간사) : 군수가 민원 들어준다고 군청으로 오라면 달려갈 사람들 많을 것이다. 이것이 옳은 방식인지 생각을 해 봤다.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있는 곳, 자치에 대한 의견과 의지가 있는 곳으로 군수나 공직사회가 찾아가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한다. 귀담아 들어야 할 민원이나 의견을 찾는 성실한 자세가 먼저 취해지길 기대한다.

사회자 : 민원청취라는 공약이 자치행정 전반에 관한 주민의견 수렴이라고 본다면 청취를 넘어 민의가 군정의 흐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할 듯하다. 민선4기 최대 비극인 군수 현직 구속 사태는 사건 직후 진보적 지역사회단체들로 조직된 주민연대의 요구가 행정에 반영됐다면 좀 더 긍정적인 결말을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대단히 모욕적인 방식으로 민의가 거부됐다.

이진영 : 참 놀라운 것이 선거기간 잠깐을 빼고 나면 선진당, 한나라당 할 것 없이 지역의 모든 정당이 지역현안에 침묵한다는 사실이다. 단체장 정당공천이 폐지되지 않는 한 지역사회의 아주 사소한 현안이라도 항상 각 정당의 입장을 묻고 입장에 대한 책임을 선거에서 요구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현안에 침묵하고 선거 때는 모른 척 행동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지역 언론에서도 이런 취재전략을 마련해 지역여론에 대해 지역정치가 일상적인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

▲ 이진영 "1번지 말하기 전에 우리가 몇 번째인지 확인부터"
송치양 :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면 군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옆에서 해 줄 사람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던 것 같다. 새로운 당선자가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공직자 내부가 됐든 민간이 됐든 여론을 여과 없이 바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박상욱 : 공직사회가 단체장에게 '노(NO)'라고 말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물론 공무원노조가 있긴 하지만 노조를 둘러싼 환경이 그리 녹녹한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는 그 방향이 옳던 그르던 단체장이 가라는 곳으로 간다. 결국 그 방향을 수정하고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보루는 지역 시민사회나 언론밖에 없다고 본다.

윤병규 :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오로지 지역의 공익과 관련한 문제만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집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옥천신문에도 보도된 적이 있는 브라질 꾸리찌바시가 대표적인 경우다. 꾸리찌바 도시계획연구소(IPPUC)처럼 지역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성과를 내는 집단에서 지역을 이끌 지도자가 배출되는 방식이 주민들 입장에서는 가장 유리한 방식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회자 : 정리해 보면 주민자치 1번지를 표방하는 당선자의 핵심과제는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역량을 살찌워 주민에 의한 군정의 실질적 자산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윤병규 "개인 이익, 전체 이익 구별하는 안목 필요"
박상욱 : 당선자가 진심으로 주민자치 1번지 옥천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 목표는 아주 명쾌하다.

인사와 예산을 주민들의 몫으로 돌려주면 된다. 현행법상 단체장이 공직자 인사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은 인사위원회가 결정한 인사 결과를 유효하도록 공표하는 형식적인 역할뿐이다.

정말로 그렇게 법이 요구하는대로 하면 된다. 나는 A를 사무관승진 시키고 싶으니까 실과장들에게 A에 대한 근무평정을 후하게 주도록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하는 것이 단체장 인사권의 현실이다. 다 불법이다.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편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주민들을 교육하고 준비된 주민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인사와 예산을 내 것이라고 쥐려면 주민자치 1번지를 만들겠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이진영 : 자치1번지라는 슬로건은 실제로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단체장이 스스로 행정의 치부까지 모두 드러내겠다는 선언이다. 당선자가 정말로 자치1번지를 구현 하려면 당장 각 분야별로 생생한 민의를 파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발표한 공약 몇 개 구색을 맞추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완전 제로베이스에서 옥천이 자치 몇 번지인가부터 설정 하고 청사진을 수립하기 위한 민의를 밑바닥에서 파악해야한다. 당선되기 위해 엄청난 여론조사를 했던 정치인들이 진정 여론이 필요한 이 시점에 얼마나 여론조사를 하는지 지켜 볼 생각이다. 당선자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다운 옥천자치 실현에 모든 것을 헌신해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제 옥천은 더 이상 실패할 수 없는 처지다. 진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일을 했으면 좋겠다. 민의를 실현하는 진정한 자치정부가 되길 바란다.

송치양 : 당선자의 자치행정분야 공약을 보면 지역자치를 실제로 이끌고 가야할 인적역량을 어떻게 확보하고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공직사회와 시민사회가 지역의 현안을 함께 공부하고 토론할 때 참여와 자치는 가까워질 수 있다. 공무원들 공부시키는 군수, 학습을 통해 얻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군정을 이끌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군수를 기대하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는 정말 주민 돌잔치, 생일잔치까지 찾아다니는 군수는 안 봤으면 좋겠다. 상가에 가는 것 까지는 눈감아주겠다(웃음). 주민을 재선의 수단으로 보지 말고 마음을 다해 지역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우는 진심을 만나고 싶다.

윤병규 : 창조를 위한 모든 시도는 실패를 요구한다. 실패 없는 창조는 절대로 없다. 단순한 기술 공정도 창조적 과제를 목표로 할 때 실패는 부지기수인데 하물며 공공정책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공직사회가 과거의 틀을 벗고 창조적인 사고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패에 대한 단체장의 정책이 필요하다. 공직자들이 도전에서 수반되는 실패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실패를 성과로 알고 창조를 향해 중단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업무시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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