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타는 냄새로 가을을 배우고 있었다
낙엽타는 냄새로 가을을 배우고 있었다
대성초 아이들의 가을 놀이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11.11 00:00
  • 호수 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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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과 나뭇가지를 모아 태우고 그곳에 집에서 가져온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대성초(교장 김동열) 유치원 교실을 찾았을 때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당혹스러웠지만 낙엽이 타면서 내는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교실 뒤편, 아직 습기가 모두 빠지지 않은 낙엽과 마른 나뭇가지들이 얽혀 타 들어가면서 매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불가 옆에는 고만고만한 대성초 유치원 아이들과 1학년 학생들 20여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마침 1학년 창진이가 제 흥에 겨워 손을 번쩍 들곤 노래를 부르겠다고 나서는 상황이었다.

허리를 비비꼬며 `무적 캡틴 사우르스' 만화 영화 주제곡이라는 설명과 함께 시작된 창진이의 노래가 고조에 이르자 모든 아이들이 입을 모아 합창한다. 그러나 이렇게 질서정연(?)한 모습은 예상한대로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최복현 유치원 지도교사와 오근주 1학년 담임이 불을 피우느라 잠시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린 사이 녀석들은 모두 흩어져 늦가을의 정취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즐긴다. 서로에게 낙엽을 던지며 뛰어 다니는 아이들부터 다소곳이 불가에 앉아 달려드는 매운 연기를 작은 손사래로 흐트리며 소근 거리는 아이들까지. 급기야 낙엽에 맞은 미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서야 아이들의 흥분은 진정되는 듯 싶었다.

"여러분 낙엽타는 냄새가 느껴져요?" "네∼ 좋아요." 낙엽타는 냄새를 맡으며 고구마를 던져 넣은 아이들은 자신의 지금 감정을 화려한 긴 문장대신 얼굴 가득 피어난 기대감과 웃음으로 표현했다.

"제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지 않으면 고구마 안 준다." 최 교사의 협박(?)에 모처럼 악동들은 꼬리를 내리고 자리에 얌전히 앉는다. 낙엽과 나뭇가지를 긁어모으면서 고구마 껍질을 잘 벗기지 못하는 동생들 고구마도 벗겨주면서 서로의 얼굴에 숯검댕이를 묻히며 `깔깔'거리면서 아이들은 `가을'을 알아가고 있었다.

"아마 도시아이들은 이런 수업 받아보지 못할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이 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겠죠. 제 생각으로는 어려서 이런 경험을 한 학생들에게는 나쁜 심성이 자랄 틈이 없을 것 같아요." '가을알기' 수업을 한켠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김동열 교장의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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