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4기 옥천을 말한다⑥> 진안군, 아토피 해방 학교에 도전하다
<민선4기 옥천을 말한다⑥> 진안군, 아토피 해방 학교에 도전하다
<인터뷰>조림초등학교 전봉기 교장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09.09.18 08:36
  • 호수 9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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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의 학교를 상대로 막대한(?) 인센티브 지원을 당근으로 내놓으며 농산어촌 작은 학교 등의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효율성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이같은 정책에 대한 유일한 반론은 작은 학교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이 이유라면 학생 수를 늘리면 되지 않을까? 나날이 절대인구가 줄어드는 농산어촌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그렇다면 여기 전라북도 진안군 정천면 조림초등학교 이야기에서 작은 학교의 변화가 지역에 어떤 생기와 가능성을 불어넣고 있는 지 함께 살펴보자.

강원도 속초시에 살던 지훈이(6학년)는 지난해 조림초등학교(교장 전봉기)로 전학왔다. 전교생이 34명인 이 작은 학교에 지훈이처럼 요 근래 1~2년 사이 전학 온 친구들만 15명. 무슨 비밀이 숨어 있기에 이 작은 학교에 전학생들이 몰리는 걸까?

전국 대다수 면지역 학교들이 학생 수 감소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지금 조림초는 오히려 넘쳐나는 전학생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비결은 전국 최초 아토피친화 시범학교에 있다. 지훈이처럼 아토피로 고생하는 학생들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조림초 변신의 핵심이다.

아무데서나 긁고 문지르며 다른 사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아토피 아동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아이가 아픈 것만으로도 속상한데 다른 아이, 학부모, 교사들이 혹 싫어할까 눈치보며 조마조마하던 부모들은 '아토피 시범학교'가 생겼다는 소식에 전라북도 시골 깡촌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강원도 속초시에 살던 지훈이(6학년)는 지난해 조림초등학교(교장 전봉기)로 전학왔다. 전교생이 34명인 이 작은 학교에 지훈이처럼 요 근래 1~2년 사이 전학 온 친구들만 15명. 무슨 비밀이 숨어 있기에 이 작은 학교에 전학생들이 몰리는 걸까?

전국 대다수 면지역 학교들이 학생 수 감소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지금 조림초는 오히려 넘쳐나는 전학생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비결은 전국 최초 아토피친화 시범학교에 있다.

지훈이처럼 아토피로 고생하는 학생들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조림초 변신의 핵심이다. 아무데서나 긁고 문지르며 다른 사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아토피 아동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아이가 아픈 것만으로도 속상한데 다른 아이, 학부모, 교사들이 혹 싫어할까 눈치보며 조마조마하던 부모들은 '아토피 시범학교'가 생겼다는 소식에 전라북도 시골 깡촌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 진안군 조림초등학교 전경

◆ 아토피 치료 위한 스파에 가족 숙소도 제공
그들을 사로잡은 조림초는 어떤 곳일까? 학교 전체가 황토벽돌과 편백나무로 리모델링된 '친환경 학교'이다. 모든 교실에 냉·난방기는 물론 공기 순환기가 설치되어 있고 300년산 히노키 향나무로 만든 스파까지 설치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은 자극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아토피 아동들을 위해 먼지가 날리지 않은 물백묵(분필)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점심에는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유기농산물로 이뤄진 '무료급식'이 나오는 곳, 이 정도 되겠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아이들이 전학을 오려면 아이를 돌볼 가족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은 함께 와야 한다. 주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안군은 24세대 규모의 전학생 가족 전용 숙소도 마련했다. 이는 우리도 새겨볼만한 대목이다. 현재 우리고장 면 지역 학교 중 유일하게 지속적인 학생 수 증가세를 보이는 곳은 증약초등학교 대정분교 하나뿐인데, 외지인들이 정착할 주택이 없어 전학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림초 전봉기 교장이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교내에 설치한 히노키 향나무 스파를 보여주고 있다.

◆ 아토피 학교는 시작에 불과하다
조림초 변신의 출발점은 사실 교육보다 행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진안군 전략산업과 양선자 아토피 담당은 "진안이 아토피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나날이 줄어드는 지역 인구와 그로인해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 사회, 경제를 되살려보자는 데 있다"며 "그 첫 번째 핵심사업으로 아토피 시범학교 운영에 채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토피를 활용해 지역 인구 증대를 꾀하고 이를 산업으로 연결 짓는 것이 진안군의 복안이다.

아토피 시범학교로 시작한 이 아이디어는 현재 100억 원의 규모의 에코-에듀센터를 조성하고 아토리스 전문연구소와 아토리스 힐링센터(아토피 치료 시설), 에코-티 헬스문화관광단지(아토피 전용 스파, 가족펜션, 피톤치드 산책길 등) 등을 뼈대로 하는 아토피 프리 클러스터 조성사업(2009년~2013년)으로 이어지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토피 프리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총 사업비 1천700억 원 규모로 이는 진안군 한해 예산의 절반 가까운 수준이다. 아토피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진안군은 철저한 지역 특화 개념에서 아토피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용담댐이 있는 진안군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환경규제를 받고 있어 개발이 낙후된 곳이다. 전체 면적의 약 80%가 산림지역일 만큼 깡촌이기도 하다. 이러한 낙후성이 지금은 오히려 친환경 개발의 호재가 되고 있다.

지난 2007년에 전락북도 보건위생과에서 도내 아토피 유병률을 조사한 적이 있는 데 도 평균이 34%인 반면 진안군은 9%에 불과했다. 군은 곧 원인 파악에 나섰고 진안군 특유의 친환경이 그러한 결과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2007년 기준으로 진안군은 전체 경지면적의 25분에1에 해당하는 8천18ha가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청정지역이다.

산림자원이 풍부하다보니 300종이 넘는 특용작물이 자생하고 있다. 맑고 깨끗한 물과 하늘, 바람과 산이 재산인 진안이 친환경, 생태에 눈뜨며 아토피 분야 개척이라는 블루오션 전략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토피 시범학교에 자식을 보내고 싶은 엄마, 아빠가 이사를 오고 그들이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인구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진안군의 목표다. 실제로 지난해 전학 온 학생들 중에서 두 가족은 아예 진안에 새 삶의 터전을 잡기도 했다.

진안군 전략산업과 양선자 아토피 담당은 "학부모들이 그렇게 생각을 해요. 도시에서는 아토피가 있다는 것이 죄인이라도 된 것 같은 취급을 받았는데 여기서는 아이들이 너무 마음 편하게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어 다행이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혜택을 받는데 자동차 등록지라도 이리로 옮기고 진안에서 나는 농산물이라도 친척들한테 팔아줘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된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전교생 수라고 해봐야 30명 조금 넘는 학교의 변신이 일궈 낸 변화가 이 정도인데 훗날 아토피 프리 클러스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때는 얼마만큼의 파급효과가 있을까? 가장 지역적인 것에서 지역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 진안군의 도전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터뷰> 조림초등학교 전봉기 교장

▲ 조림초 전봉기 교장

△ 아토피 친화 시범학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 아토피 학교라고 하면 흔히들 무슨 특성화 학교나 대안학교로 생각하기 쉬운데 여긴 그냥 평범한 학교다. 다른 학교들처럼 정규교육 과정대로 운영한다. 다만, 아토피 학생들을 위한 친환경 시설이 갖춰져 있고 방과후교실이나 주말, 방학 등을 이용해 아토피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허브 차 마시기, 스파 치료, 삼림욕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어떤 학생들이 주로 찾아오나
= 중증 이상의 아토피를 앓는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많이 찾아온다. 아토피는 없는 사람들은 그 고통을 모른다. 밤새 잠을 못 잘 정도로 가렵고, 문제는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암도 수술하면 고치는 시대인데 아토피는 딱히 정확한 발병 원인이나 치료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서는 친환경과 생태 교육 등을 통해 병을 완화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토피가 완화된 아이나 그로 인해 얼굴이 피는 엄마들을 볼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

△ 기존 학생과 전학생, 학부모 사이에 갈등은 없나
= 처음 오면 그 부분을 굉장히 걱정들 하신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일뿐이다. 아토피 때문에 도시에서 따돌림 받은 아이들은 신경이 굉장히 날카로운 상태에서 온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더 이상 아토피로 고통 받지 않기 때문에 금방 마음의 문을 연다. 교사들도 아이 한 명 한 명에 대해 더 많이 신경쓴다. 급식 시간에도 아이들마다 못 먹는 재료를 따로 가려서 준다. 사실, 다른 학교들에 근무하는 것보다 많이 힘들지만 교사들 모두 사명감과 보람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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