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조선일보인가?
왜 하필 조선일보인가?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0.09.30 00:00
  • 호수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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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이하 조선바보)이 지난 8월15일 3.1 독립선언서를 패러디해 발표하면서 출범한지가 한 달을 넘어섰다. 우리고장에선 드물게 인터넷을 이용하고 본보 광고지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선일보의 과거 행적을 드러내고 있는 이 운동에 대해 이제 우리지역 주민이라면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왜 하필이면 조선일보인가? 그 당시 언론중에 조선일보만 유독 그랬는가? 이미 오래된 일이 아닌가... 등 등의 원론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이 있다. 우선 이 문제에 대해 쉽게 접근하기 위해선 언론의 기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흔히들 언론을 사회의 목탁으로 또는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으로 비유한다. 사회를 일깨우고 깨닫게 해 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뜻일 것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민족이 가장 아팠던 시기인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에 입대하는 것이 조선인의 의무이자 영광'이라고 사설을 써 댄 조선일보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일깨우고 깨닫게 해 줄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신문이 오늘날까지 자칭 `1등 신문' `신문 그 이상의 신문'을 말하며 우리 곁에 있는 현실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몸바쳐 싸운 독립투사나 그 자손들이 사글세 방에서 외롭게 죽어갈 때, 일제에 빌붙어 아부하던 자들과 그 후손들은 민족을 팔아 모은 재산으로 대를 물려가며 호령하고 사는, 이런 뒤집힌 사회에서 대통령이 도적질을 하고 대낮에 백화점이 무너지는 일 쯤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도대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왔던 것이다.

잘 알겠지만 우리사회의 이러한 부도덕한 세력들이 살아남기 위해 해방후 잽싸게 갈아입은 옷이 남북 대치국면을 이용한 반공이념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친일행각과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세력은 모조리 빨갱이로 몰아 제거해 버렸다. 그 중심에 조선일보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추악한 행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호 `신동아'에 실린 글에서도 `조선일보의 몰상식을 미워한다'는 한 여교수의 조선일보 비판에 대한 송모 교수의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세력은 공산주의자'라는 식의 반박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이에 대한 관련자료는 우리 옥천신문 몇개월 치 전체지면을 도배질해도 모자라다.

왜 하필 조선일보냐고? 그리고 오래 전 일을 왜 지금에 와서 그러느냐고? 적어도 다른 신문은 이런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행위를 지금까지 저지르지는 않기 때문인 것이다.

난 요즘 지식깡패라는 말을 즐겨쓰고 있다. 지식인과 깡패를 결합한 이 말을 쓰면서 솔직히 지식인들보다는 깡패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지식깡패야 말로 주먹깡패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고 훨씬 더 추악하며 그 영향력 또한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깡패 집단이라고 생각되는 조선일보에 대항하여 우리고장에서 불붙은 조선일보 바로보기 운동은, 기존의 중앙에서 출발하던 시민운동 방식에서 벗어나 충청도 조그만 산골마을에서 시작된 풀뿌리 방식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부여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양심적인 사람들이 막강한 힘을 가진 조선일보에 적수공권으로 대항하는 조선바보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1등신문 다운 처신을 기대한다. 지난 과거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들앞에 용서를 구하란 말이다. 2등, 3등 그 이하의 다른 상대을 물고 늘어지는 비겁한 짓거리는 1등이 할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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