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도리 노인들 '꽃길가꾸기'
[현장]소도리 노인들 '꽃길가꾸기'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2000.09.09 00:00
  • 호수 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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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이라서인가. 도로변엔 안개가 깔리고 제법 차게 느껴지는 아침공기가 상쾌한 5일 새벽 6시가 넘은 시각.

동이-이원을 관통하는 지방도 동이면 소도리 구간에 20여명의 노인들이 나와서 뭔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동이면에서 특색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로변 꽃길을 노인들이 나서서 정비하기에 바쁘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보다 노인들 스스로 나서서 이런 것쯤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이면 소도리(이장 최장근) 노인회 총무 최재근씨가 노인회 회원들이 나서서 꽃길가꾸기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데에 대한 설명을 한다. 사실 이 마을 노인들이 꽃길가꾸기에 나선 것은 지난 6월부터이다. 그동안 마을 앞 도로변에 조성한 꽃밭의 풀을 뽑고 정비해 깨끗이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노인들의 노력 때문인 셈이다.

이런 노인들의 노력은 물론 쉽지는 않았다. 마을 전체 노동력이 노령화된 가운데 노인들이 포도밭으로 아침 일찍 일을 나가야 하는 주요 노동력임을 감안할 때 한시가 바쁜 이들이 도로변 꽃길가꾸기에 먼저 나선다는 것이 어려웠던 탓이다. 꽃길을 정비하는데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농사짓는 사람들인데 무엇이 힘들겠느냐'는 대답.

이들이 한 달에 두 번 꼴로 정비한 꽃길은 700m 길이에 달한다. 동이초등학교에서 소도리 고속도로 지하통로에 이르기까지.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다. "올해 우리 마을이 경로시범마을로 지정되어 있어요. 시범마을 노인들이라면 무언가 다르게 활동할 수 있어야지요."

노인회 박태하(71) 회장은 기존의 농사일 이외에도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꽃길가꾸기는 좋은 일거리라고 말한다. '어렵지만 마을 어른들이 하시는 모습이 좋아보인다'는 최장근 이장의 말에서 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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