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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 옥천 포도축제를 통해 본 |
올해부터 옥천군은 기업처럼 재무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부기를 하는 방식 또한 자산의 변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복식부기를 하고 있으며 일년 동안의 사업을 한 눈에 보여주는 예산서 역시 '암수표'를 방불케 하는 과거의 예산서 작성방식을 버리고 누가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별 예산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우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바로 옥천군 예산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고, 우리들이 쉬운 문서를 통해 옥천군 예산을 이해하고 참여할 때 옥천군 예산이 건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자치예산 3천억원 시대, 만족하십니까?' 시리즈의 마지막 보도 '우리 동네 예산지킴이는 바로 나' 편에서는 달라진 지역예산시스템의 성패를 좌우할 예산편성에 주민참여 문제를 살펴보고 지역예산을 통해 공익을 구현하는 미국 워싱턴주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어려운 예산서는 가라!
가장 최근에 나온 옥천군 예산서인 2008년도 제1회 추경 세입세출예산서를 보면 과거 옥천군의 세입세출예산서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이 책의 페이지를 아무생각 없이 넘겨보니 친환경농정과의 세출예산을 설명하고 있는 장이 나온다.
살펴보자. 친환경농정과라는 '부서'가 농업경쟁력 강화라는 '정책'을 위해 식량작물육성이라는 단위사업을 하는데 밭작물 유통지원을 한다고 세부사업을 편성했다. 세부사업이 편성된 내용을 보면 민간자본보조 방식으로 진행되고 옥수수 포장재를 30개용과 25개용으로 나누어서 2만개를 구입하는 내용이다.
여기 들어가는 비용 중 절반인 1천150만원을 예산으로 지원하는데 보조금을 사업자인 지역농협에 지급하고 나중에 결산을 하면 사업이 끝날 모양이다. 친환경농정과가 1천여만 원을 들여 옥수수포장제 사업을 한다는 사실 뿐 아니라 이 사업을 왜하며,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어려울 것이 없는, 누구나 읽어볼 수 있는 예산서다.
◆성과중심, 참여중심의 예산시대가 왔다
새롭게 바뀐 예산편성과정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성과'다. 과거 예산편성시스템이 '투명한 회계'를 추구했다면 올해부터 적용되는 시스템의 목표는 '성과'다. 공직사회는 공공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과목표를 설정해야하고, 목표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표를 달성할 것인지 확정해야 한다.
기업을 예로 들면 자동차회사가 자사의 매출신장을 위해 신차를 출시하는데 판매목표는 수출 OO대, 내수OO대라는 식이다. 옥천군 역시 마찬가지다. 예산이 편성은 성과를 염두하고 이뤄지며 이를 심의하는 군의회 역시 성과를 염두하고 군수가 편성한 예산을 심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산에서 말하는 '성과'의 개념이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점. 단체장이 주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성과를 설정하고 성과지표를 작성할 경우 소중한 예산이 주민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사태를 초례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예산편성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지가 바로 새로운 예산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옥천군의 주민예산참여 수준은...?
한 해의 예산은 크게 편성과 심의를 통해 완성된다. 심의는 군민들이 선출한 군의회의 몫이고 편성 역시 선출직 공무원인 군수의 몫이다. 모두 군민의 손으로 뽑은 사람들이 책임지고 있지만 문제는 편성과정. 옥천군 예산편성의 현실을 보면 사업에 대한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의 의지가 대단히 큰 역할을 하며 군수가 이 같은 편성계획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면 별 문제없이 옥천군 예산이 되는 것이다.
군수가 공공예산에 대한 철학과 전문적 식견이 없을 경우 공무원들이 편성하는 예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렇게 편성된 예산은 의회의 심사과정을 통해 대부분 확정된다. 결국, 예산편성과정의 핵심은 주민의 의견을 편성과정에 얼마나 반영하느냐의 문제, 즉 예산편성과정의 주민참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옥천군은 예산편성과정에서 주민참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
우리군 예산편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위원회가 있는데 바로 재정계획심의위원회다.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그 밖에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는 우리군의 예산을 어떤 사업에 우선순위로 투자할지를 결정하고 이를 5년 단위 계획으로 수립한다. 지방재정법에 따라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하는 이 위원회야 말로 자치단체 예산편성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주민들이 흔히 말하는 "앞을 내다보는 군정"을 하느냐 마느냐가 여기서 결정된다. 2010년 도민체전을 옥천이 개최할 것이면 미리 재정계획심의위원회가 이와 관련한 사업계획이 우리 군 살림살이와 연계될 수 있도록 중기지방재정계획을 매년 수정해가면서 사전작업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필요한 해에 필요한 사업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예산은 어려우니까"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위원회의 위원을 구성하는 과정은 허술하다. 위원장을 포함한 10명의 위원은 5명이 전 현직 공무원과 군의원이다. 대학교수, 조합장, 농업인, 자영업자 등 주민위원이 5명 위촉돼 있지만 주민위원들은 군수가 지명 또는 위촉하도록 돼 있다. 공공예산에 대한 식견과 관심이 넘치는 주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있는 것이다.
오는 8월말로 현재 위촉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게 되는데 옥천군이 위원 선정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할지, 또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을지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위원회의 실제 운영 또한 문제다. 지난 26일 옥천군은 2008년도의 지방재정 공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지방재정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 "예산은 어려우니까..."라는 식의 설명이 자주 등장했다.
위원회의 간사를 맡은 기획감사실 소속 공무원은 '2008년 재정공시' 문서를 설명하며 내용에 대한 설명 대신 "예산은 어려운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 없이 문서를 읽어내려가는 방식으로 설명을 진행했다.지역 재정의 운영 방향, 재원조달에 관한 사항, 투자사업 수립에 관한 사항을 결정지어야 할 위원회를 보는 공직사회의 일면을 보여 준다.
지난 7월30일자로 제정된 주민참여예산조례에 따라 구성되는 옥천군예산참여주민위원회 역시 형식적이기는 마찬가지. 25명의 위원들은 옥천군 실과소가 분야별로 추천한 주민들과 읍면장이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됐다. 공공예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려는 주민들의 신청을 받으려는 노력도 없었고, 구성된 위원회에 대한 교육 역시 공무원들이 담당할 계획이라고 하니 운영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예산시대에 발맞춘 주민의 예산편성과정 참여. 우리 옥천군의 주민참여수준은 형식은 있으나 내용은 없는 공허한 주민참여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감시하고 참여하지 않는 예산제도...의미 없어" |
올해부터 옥천군은 기업처럼 재무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