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예산지킴이는 바로 '나'
우리동네 예산지킴이는 바로 '나'
예산 편성 과정의 성패는 주민 참여가 결정
예산참여주민위원회 등 옥천군 실태……'낙제점'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8.08.28 15:08
  • 호수 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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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상) : 옥천 포도축제를 통해 본
            우리 고장의 예산 실태
  (중) : 낙후지역 개발사업…위기인가 기회인가
▶(하) : 우리동네 예산지킴이는 바로'나'
          (미국의 시민 예산 참여운동)

올해부터 옥천군은 기업처럼 재무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부기를 하는 방식 또한 자산의 변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복식부기를 하고 있으며 일년 동안의 사업을 한 눈에 보여주는 예산서 역시 '암수표'를 방불케 하는 과거의 예산서 작성방식을 버리고 누가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별 예산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우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바로 옥천군 예산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고, 우리들이 쉬운 문서를 통해 옥천군 예산을 이해하고 참여할 때 옥천군 예산이 건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자치예산 3천억원 시대, 만족하십니까?' 시리즈의 마지막 보도 '우리 동네 예산지킴이는 바로 나' 편에서는 달라진 지역예산시스템의 성패를 좌우할 예산편성에 주민참여 문제를 살펴보고 지역예산을 통해 공익을 구현하는 미국 워싱턴주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어려운 예산서는 가라!
가장 최근에 나온 옥천군 예산서인 2008년도 제1회 추경 세입세출예산서를 보면 과거 옥천군의 세입세출예산서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이 책의 페이지를 아무생각 없이 넘겨보니 친환경농정과의 세출예산을 설명하고 있는 장이 나온다.

살펴보자. 친환경농정과라는 '부서'가 농업경쟁력 강화라는 '정책'을 위해 식량작물육성이라는 단위사업을 하는데 밭작물 유통지원을 한다고 세부사업을 편성했다. 세부사업이 편성된 내용을 보면 민간자본보조 방식으로 진행되고 옥수수 포장재를 30개용과 25개용으로 나누어서 2만개를 구입하는 내용이다.

여기 들어가는 비용 중 절반인 1천150만원을 예산으로 지원하는데 보조금을 사업자인 지역농협에 지급하고 나중에 결산을 하면 사업이 끝날 모양이다. 친환경농정과가 1천여만 원을 들여 옥수수포장제 사업을 한다는 사실 뿐 아니라 이 사업을 왜하며,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어려울 것이 없는, 누구나 읽어볼 수 있는 예산서다.

◆성과중심, 참여중심의 예산시대가 왔다
새롭게 바뀐 예산편성과정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성과'다. 과거 예산편성시스템이 '투명한 회계'를 추구했다면 올해부터 적용되는 시스템의 목표는 '성과'다. 공직사회는 공공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과목표를 설정해야하고, 목표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표를 달성할 것인지 확정해야 한다.
기업을 예로 들면 자동차회사가 자사의 매출신장을 위해 신차를 출시하는데 판매목표는 수출 OO대, 내수OO대라는 식이다. 옥천군 역시 마찬가지다. 예산이 편성은 성과를 염두하고 이뤄지며 이를 심의하는 군의회 역시 성과를 염두하고 군수가 편성한 예산을 심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산에서 말하는 '성과'의 개념이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점. 단체장이 주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성과를 설정하고 성과지표를 작성할 경우 소중한 예산이 주민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사태를 초례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예산편성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지가 바로 새로운 예산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옥천군의 주민예산참여 수준은...?
한 해의 예산은 크게 편성과 심의를 통해 완성된다. 심의는 군민들이 선출한 군의회의 몫이고 편성 역시 선출직 공무원인 군수의 몫이다. 모두 군민의 손으로 뽑은 사람들이 책임지고 있지만 문제는 편성과정. 옥천군 예산편성의 현실을 보면 사업에 대한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의 의지가 대단히 큰 역할을 하며 군수가 이 같은 편성계획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면 별 문제없이 옥천군 예산이 되는 것이다.

군수가 공공예산에 대한 철학과 전문적 식견이 없을 경우 공무원들이 편성하는 예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렇게 편성된 예산은 의회의 심사과정을 통해 대부분 확정된다. 결국, 예산편성과정의 핵심은 주민의 의견을 편성과정에 얼마나 반영하느냐의 문제, 즉 예산편성과정의 주민참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옥천군은 예산편성과정에서 주민참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

우리군 예산편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위원회가 있는데 바로 재정계획심의위원회다.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그 밖에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는 우리군의 예산을 어떤 사업에 우선순위로 투자할지를 결정하고 이를 5년 단위 계획으로 수립한다. 지방재정법에 따라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하는 이 위원회야 말로 자치단체 예산편성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주민들이 흔히 말하는 "앞을 내다보는 군정"을 하느냐 마느냐가 여기서 결정된다. 2010년 도민체전을 옥천이 개최할 것이면 미리 재정계획심의위원회가 이와 관련한 사업계획이 우리 군 살림살이와 연계될 수 있도록 중기지방재정계획을 매년 수정해가면서 사전작업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필요한 해에 필요한 사업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예산은 어려우니까"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위원회의 위원을 구성하는 과정은 허술하다. 위원장을 포함한 10명의 위원은 5명이 전 현직 공무원과 군의원이다. 대학교수, 조합장, 농업인, 자영업자 등 주민위원이 5명 위촉돼 있지만 주민위원들은 군수가 지명 또는 위촉하도록 돼 있다. 공공예산에 대한 식견과 관심이 넘치는 주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있는 것이다.

오는 8월말로 현재 위촉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게 되는데 옥천군이 위원 선정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할지, 또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을지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위원회의 실제 운영 또한 문제다. 지난 26일 옥천군은 2008년도의 지방재정 공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지방재정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 "예산은 어려우니까..."라는 식의 설명이 자주 등장했다.

위원회의 간사를 맡은 기획감사실 소속 공무원은 '2008년 재정공시' 문서를 설명하며 내용에 대한 설명 대신 "예산은 어려운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 없이 문서를 읽어내려가는 방식으로 설명을 진행했다.지역 재정의 운영 방향, 재원조달에 관한 사항, 투자사업 수립에 관한 사항을 결정지어야 할 위원회를 보는 공직사회의 일면을 보여 준다.

지난 7월30일자로 제정된 주민참여예산조례에 따라 구성되는 옥천군예산참여주민위원회 역시 형식적이기는 마찬가지. 25명의 위원들은 옥천군 실과소가 분야별로 추천한 주민들과 읍면장이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됐다. 공공예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려는 주민들의 신청을 받으려는 노력도 없었고, 구성된 위원회에 대한 교육 역시 공무원들이 담당할 계획이라고 하니 운영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예산시대에 발맞춘 주민의 예산편성과정 참여. 우리 옥천군의 주민참여수준은 형식은 있으나 내용은 없는 공허한 주민참여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감시하고 참여하지 않는 예산제도...의미 없어"
미국 사례를 통해 본 주민 예산참여 운동

올해부터 옥천군은 기업처럼 재무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부기를 하는 방식 또한 자산의 변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복식부기를 하고 있으며 일년 동안의 사업을 한 눈에 보여주는 예산서 역시 '암수표'를 방불케 하는 과거의 예산서 작성방식을 버리고 누가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별 예산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우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바로 옥천군 예산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고, 우리들이 쉬운 문서를 통해 옥천군 예산을 이해하고 참여할 때 옥천군 예산이 건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자치예산 3천억원 시대, 만족하십니까?' 시리즈의 마지막 보도 '우리 동네 예산지킴이는 바로 나' 편에서는 달라진 지역예산시스템의 성패를 좌우할 예산편성에 주민참여 문제를 살펴보고 지역예산을 통해 공익을 구현하는 미국 워싱턴주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지난달 기자는 지역단위 공공재정의 분석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한 연수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지역재정이 맞고 있는 위기의 상당부분이 예산의 성과 또는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 없이 자치단체장이 사업을 편성하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포도축제와 신활력사업 등을 통해 우리 지역역시 예외가 아님을 독자여러분과 함께 확인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은 주민참여라는 것이 연수의 결론이었습니다. 실제로 연수기간 중 진행된 미국 워싱턴DC 와 뉴욕시의 시민예산감시 및 참여운동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지역에서 주목할만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어린이 예산... 꼼짝마라 CCC가 있다

c.c.c. 사무국장 제니퍼씨
미국의 수많은 예산감시단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단체는 역시 CCC. Citizens Committee for Children of New York, 즉 어린이를 위한 시민위원회라는 이 단체는 뉴욕시의 예산 중 오로지 어린이 예산에만 집중한다. 이 단체는 아동복지와 관련해 필요한 곳에 충분한 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상설적으로 모니터결과를 발표해 주민들과 공유한다.

1944년 설립돼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CCC는 설립이후 한 번도 뉴욕시의 예산지원을 받지 않았으며 오직 공공예산중 어린이와 청소년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몫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는 사람들의 후원만으로 운영되고 있다.이 단체 제니퍼 마치 졸리(jennifer march joly) 사무국장은 "9.11사태 이후 시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복지예산 삭감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아동복지와 관련한 단체들과 연대해 시와 연방정부에 우리의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며 "부익부 빈익빈이 점차 심해지는 뉴욕시의 환경을 고려할 때 흑인, 라틴계 어린이를 위한 시의 복지예산 편성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제니퍼씨는 CCC의 활동이 어린이 예산의 확보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그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우리가 세금을 내는 시 집행부의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감시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의 어린이 복지 현상을 바탕으로 시가 어떤 재원으로 어떻게 예산을 편성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시에 자문하고 있습니다."

    ▲감시하지 않는 예산은 낭비되기 마련이다.
CAGW 부소장 윌리엄쓰
워싱턴D.C의 예산을 모니터 하는 시민단체 중 국제적으로도 알려진 단체가 바로 CAGW다. Citizens Against Goverment Waste, 정부의 낭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이 단체는 연방정부의 예산낭비를 밀착 감시한다. 84년 설립해 앞서 살펴본 CCC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시민들의 후원에 의해 운영되는 이 단체는 91년부터 발행해 온 일명 '돼지책(pig book)'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매년 발행하는 돼지책은 연방정부의 엄청난 예산을 꼼꼼히 분석해 낭비성 사업을 찾아내고 각 낭비예산의 편성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인들을 고발하는 내용인데 이들의 활동에 힘입어 다양한 지방정부에서 유사한 간행물을 내놓는 예산감시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CAGW에서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데이빗 윌리엄스(david e. williams)씨는 "우리가 찾아낸 예산낭비 사례를 각 지역언론이 주민들에게 보도하고 주민들이 공공예산의 낭비실태를 깨닫는 과정은 민주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라며 "중앙정부가 됐던 지역정부가 됐던 시민단체와 단체를 후원하는 시민들이 비판적인 자세로 공공예산에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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