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첫날 약국 '북새통'
의약분업 첫날 약국 '북새통'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08.05 00:00
  • 호수 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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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 1일 옥천읍내 약국들은 글자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성모병원을 제외한 의약분업 대상 24개 의원이 모두 원외 처방전을 발행하면서 약국에서는 처방전에 씌워진 약을 확인하고 처방전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으로 인해 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또 많은 소규모 약국에서 약품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많은 약품을 구비한 대형약국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가중되었다. 그러나 대형약국도 약품에 대한 준비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약을 받지 못하거나 기다림에 지쳐 약 받기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발생하는 등 의약분업 초기, 환자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런 사정은 이틀째인 2일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관계자들은 당분간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기현 보건소장은 "이러한 혼란은 최소한 2주 정도는 지나야 어느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주 중 약사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고 이후 의약분업협력위원회를 개최해 의약분업에 관한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지역에서 휴·폐업과 전공의들의 파업 등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회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옥천 읍내 24개 의원 중 4개 의원이 휴가에 들어갔으며 4일에는 8∼9개 의원이 휴가에 들어갔다.

▼의약분업 첫날, 약 구하지 못한 환자들 `우왕좌왕'

의약분업 첫날 약국에서 만난 주민들의 표정은 `의약분업이 시작된 초기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반응과 `제대로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무작정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불편을 환자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약을 구하지 못해 약국을 두 세 곳씩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보건당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 약국에서 만난 박상원(78·군북면 지오리)씨는 "멀리서 아픈 몸 이끌고 나왔더니 의원에서 약도 안 주고 그나마 찾아간 약국에서도 `약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아버지의 폐렴으로 인해 옥천읍내 ㅈ내과에서 처방전을 받고 약을 조제하러 갔으나 5군데의 약국을 돌아도 결국은 15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얻었다는 한 주민은 "젊은 사람도 약을 찾으러 이리저리 다니기가 힘든데 나이드신 어른들은 어떤 고통을 겪을 것인지는 뻔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일부 약국에서는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약품에 대해서는 의사와 전화통화를 통해 대체조제를 하는 한편 급히 의원에서 구비하고 있던 약품 등을 조달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약국 관계자는 "지금도 계속 약품을 구비하고 자동 포장기를 준비하는 등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음 주 정도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약국에서 약품을 구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군 의약분업협력 위원회에서의 구체적인 준비 과정이 늦어졌다는 것과 △제약회사들이 포화 공급된 약품의 반품을 의식해 생산을 꺼리고 있다는 것 등을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한 약국 관계자는 "지난 7월초에 주문한 약품이 이제서야 배달이 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약품이 계속 보충되면 지금과 같은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환자 불편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도

약국에서 처방약품을 완벽하게 구비하더라도 나이가 많은 노인 환자들의 불편은 여전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약국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어머니가 당뇨로 많이 불편하신데 매번 이렇게 옥천까지 나와서 의원과 약국을 오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요구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기존에 약국을 통해 동일한 약을 장기간 복용하던 환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만성질환으로 자주 의원을 찾아야 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경우 병·의원을 방문한 후 다시 약국을 찾아 약을 타기에는 불편이 너무 크다는 것.

또 상황에 따라 병원이나 약국을 자주 찾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장기간 복용할 수 있도록 많은 약을 조제할 경우 8천원 미만까지는 약값이 1천원으로 통일되어 있지만 8천원 이상일 경우 약값의 30%를 지불하게 되어 있어 그에 따른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건소 한 관계자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팩스로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고 자녀들이 대신 복약 지도를 받아 약을 받아갈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노인 단독세대를 위한 특별한 대책은 없다"며 "이러한 불편이 계속 지적된다면 보건당국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2000년 8월5일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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