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나라?
지구를 떠나라?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0.07.22 00:00
  • 호수 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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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내가 평소 좋아하는 선배 한 분을 만났다. 그날 선배와 난 모처럼 이런 저런 많은 얘길 나눴다. 대화가 마무리될 때쯤 그 선배는 나에게 조심스런 어투로 한 마디 건넸다. 옥천신문과 나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고 강성 이미지를 띠고 있다'는 여론을 전달한 것이다. 그 선배는 이 소리에 내가 위축이라도 될까봐 `극히 일부 여론'임을 강조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옥천신문이나 내가 이런 류의 비판을 받아온 건 어제 오늘이 아니고, 한 두번이 아니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지적이다. 본사 홈페이지 여론광장을 통해 나를 지목 `옥천을 떠나라'는 원색적인 비난부터, 심지어 `지구를 떠나라'는 말까지 들어왔던 터다.

옥천을 떠나라는 말도 섭섭하긴 하나 지구를 떠나라는 말은 목숨을 끊으라는 말 아닌가? 얼마전엔 요즘 유행하는 삼행시를 내 이름 석자에 토를 달아 선물받을 정도이니 이 선배의 우려도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만하고 방자한...'으로 시작하는 삼행시에 대해 본보는 `당사자가 반성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답변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당시 묘한(?) 기분을 느꼈던게 사실이다. 내용이야 어쨋건 `떳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둔한 머리로 몇 번 생각하다 보니 썩 기분좋은 일이 아니었다. 막바로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약간은 열받은 상태였을 것이다.

나는 길지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와 비슷한 일에 대해 느낀게 많다. 열받아서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삼행시 건에 대해서도 여러 날을 두고, 여러 번 생각한 끝에 이제와서야 머리를 식히고 이 글을 옮기는 것이다.

지난 날을 생각해보면 변화를 거부하고, 치부를 드러내는 일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흔히 써 온 전략이 바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열받게 하는 짓거리라는 것도 이제 어느 정도는 눈치챘다. 실토하건데 이 따위 전략에 휘말려 다 된 밥에 재뿌린 일이 허다하다. 그러나 이젠 아니려고 노력한다.

삼행시를 올린 분께 다시 감사를 드린다. 옥천 아니 지구를 떠나라고 말했던 분께도 말이다. 비난에 가까운 표현이지만 비판으로 겸허히 수용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 앞으론 어떤 비난이나 비판에 대해 머리가 뜨거워지는 일은 없어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개인적 역량부족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건강한 토론마당이 드문 나라에서 태어나 생활하다보니 별 거 아닌 일로 열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이 딴 일로 열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각오는 이 정도로 밝히고 이제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익명으로 글을 올린 분들께 몇 마디 하고자 한다. 먼저 인터넷의 순기능을 악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을 숨긴 채 비난에 가까운 감정적 표현을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일이 얼마나 비열한 짓인지는 자신이 먼저 알 일이다. 컴퓨터 화면을 자세히 보라. `싸가지 없는 분'이라는 경고가 뜰 것이다.

나서라는 말이다. 떳떳이 자신을 밝히고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아무리 옳은 판단이라도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사실은 용기도 아니지만-조차 없다면 그가 살고 있는 분위기는 뻔하다. 몇 줄 읽고, 배운 논리가 있다해도 이같은 사람을 싸고 있는 분위기는 이간과 반목, 더러움과 야비함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비판을 기대한다. 다만 자신을 드러낼 용기조차 없는 그런 야비한 패거리의 비난은 정중히 사양한다.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옥천신문이나 나 자신이 신문을 통해 써 온 수많은 비판에 대해 잘못된 점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책임질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 또 그래야 마땅하고. 당사자나 측근들은 언제든 이의가 있으면 제기하길 바란다.

옥천신문은 앞으로도 사실에 근거해 옳고, 그른 것을 가려 철저하게 독자의 편에서 신문을 만들어 갈 것이다. 힘있는 자들이 청탁하는 사안은 반드시 게재해 달라는 부탁으로 알 것이며, 전체 독자의 동의가 없는 한 보도영역에서 제외는 없을 것이다. 이를 두고 `강성 이미지의 비판적 신문'이라고 평가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날 선배와 헤어지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나마 힘있는 자들과 너무 가깝다는 비판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변명섞인 이 말을 해놓고 나는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만일 옥천신문이 이런 비판을 받는 날이 온다면 그땐 정말 끝장이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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