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지리 장고개 사람들의 인심
막지리 장고개 사람들의 인심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2000.07.22 00:00
  • 호수 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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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제 고추 따서 간 사람들은 큰 손해 났을껴!" 군북면 막지리 송철순(63)씨는 엊그제 자신의 고추밭에 남겨 놓고 갔던 어느 도시민의 안경 때문에 내내 마음이 걸리는 모양이다. 고추 조금 따가려다 안경까지 벗어놓고 그냥 놓고 갔으니 고추 따간 사람은 얼마나 황당했겠느냐는 얘기다.

"고추 아무리 많이 따간다 해도 아무래도 안경 값만 하겄어"라는 송씨는 농촌을 찾은 도시인들이 고추 하나 더 따먹으려다 낭패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단다. "아! 그것 말고도 얼마나 많은데" 하며 손창년(65)씨가 말을 거들고 나섰다. 손씨의 경우에는 지난해 가을 자신 소유의 감나무에서 낚시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감을 몽땅 따갔던 일이 새롭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감이 먹고 싶어서 따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떻게 하나도 없이 다 따가느냐는 거지." 주말이면 낚시꾼들이나 행락객들이 적지 않게 찾는 막지리 장고개마을. 옛부터 조용했던 이 마을에 낚시꾼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마을로 향하는 좁은 1차선 도로로 많을 때는 20여대의 차량까지 오고가 차량대피소 설피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지금은 새벽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대전가는 길'과 `반월가는 길'을 묻는 고장으로 변해 버린 지금 여전히 고향을 지키려는 마음 한구석에는 설령 애써 지은 농작물이 많이 없어지더라도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편리하게 통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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