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땔 땔감 때문에 장작을 가져와야 한다고 해서 부역을 나갔어요. 목동리, 판수리, 한곡리, 효림리에서 36명이 나왔어요. 예실(예곡리) 구하원씨 집에서 장작을 지고 나와 예곡리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점심을 먹을 때만 해도 정찰기 한 대가 공중을 돌았다고 기억하는 이씨는 폭격을 맞은 시점이 점심을 먹고 난 후 예곡을 출발, 노루목재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을 때라고 했다.
"아마도 장작 짐을 폭탄 짐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냥 갈겨대는데 여기저기 사람들과 나뭇짐이 한꺼번에 나뒹굴었지요. 우리 일행은 불구덩이 속에 있었어요" 이씨는 프로펠러가 한 개 달린 네 대의 비행기라고 했다. 한 번 지나간 비행기가 다시 선회해 몇 번을 폭탄을 쏟아내고 기관총도 마구 쏘아댔다.
이씨는 `한울님(하늘님) 날 살려줘요'라고 외치며 머리를 감싸고 불구덩이 속을 뒹굴었다. 그때 양 손에 화상을 입었다. 산 쪽으로 올라간 이씨는 웅덩이 속으로 피했다. 다행히 폭격을 피할 수 있었으나 파편이 이씨의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세 달 반이나 집에서 고생을 해야 했다.
"목동리에서 부역갔던 사람들 중에 집안 할아버지뻘 되는 이기하씨의 아버지가 발 복숭아뼈가 날아가는 부상을 입고 고생하다 음력 9월 초 쯤에 세상을 떠났고요. 나머지 세 명도 다 부상을 당했는데 한 명은 군대가서 전사했어요."
이씨는 최근 영동 노근리 사건을 언론에서 접했다. 청산 노루목 사건도 억울한 주민들만 죽었다는 생각에 파출소를 찾았다. 그러나 우리는 모른다며 파출소 직원들이 등 떠미는 바람에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신문기자가 찾아와 세상에 속시원하게 밝히게 된 것이 후련하단다.
최근 후유증 때문인지 다리를 절게 되었다는 이씨. "무슨 보상을 바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억울하게 당했다는 것을 세상에서 알아주었으면 해요. 다친 다리 다 낫고 군대에도 갔다 왔어요. 나처럼 충성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경찰 도우러 부역 나갔다가 폭탄 맞았고 군대도 갔다 왔으니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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