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장군을 외쳤지, 운이 좋았어...”
[어떻게 지내세요?] “장군을 외쳤지, 운이 좋았어...”
옥천 장기 ‘대왕’ 전만호씨
  • 정순영 기자 soon@okinews.com
  • 승인 2007.07.12 17:43
  • 호수 8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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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만호
장기에는 ‘한 번 행마한 것은 불퇴한다’는 규칙이 있다. 장기판에 손을 올려 자기의 행마나 상대방의 다음 행마를 가늠하는 손짓을 해서도 안 된다. 

서로의 말이 팽팽하게 오가는 가운데 두는 이도 보는 이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제1회 옥천성모병원배 노인장기왕 선발대회’ 결승전, 바로 이 ‘일행불퇴’의 원칙이 전만호(76·군서면 오동리)씨의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만날 치던 장기지만 결승이다 생각하니 꽤나 긴장이 되더라고. 그래도 평소 치던 대로만 치자 마음먹고 경기에 임했지. 경기가 쉽진 않았어. 한 수 잘못두면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상대편이 말을 건드렸다가 아니다 싶어 그냥 놓았나봐. 나는 그걸 못 봤는데 관전꾼들이 ‘이봐, 한 번 손 댄 건 물릴 수 없어.’라고 이야기하면서 승패가 갈리게 된 거야. 장기란 것이 원래 규칙과 예절이 엄격하거든.”
 
전씨와 장기와의 첫 만남은 벌써 6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로부터 장기를 배운 뒤 지금까지, 여유가 있을 때면 언제나 장기를 쳐왔다고. 평생 장기를 즐길 수 있었던 데에는 나름대로의 철칙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란다. 바로 ‘내기 장기’는 절대 치지 않는다는 것.
 
“장기고 바둑이고 어차피 기분 좋게 즐기려고 치는 거잖아. 근데 여기다 돈을 걸기 시작하면 백발백중 사람 간에 감정 상하는 일이 생기더라고. 그래서 나는 ‘내기 장기’는 절대 안 쳐. 그게 좋은 거야.”
 
내기로 돈을 따진 않았지만 평생 갈고 닦은 장기 실력은 전씨에게 50만원의 우승 상금을 가져다주었다. 전씨는 이 돈을 평소 이웃에 살며 힘든 농사일을 도와준 조카에게 고마운 마음의 표현으로 다 주었다고 한다. 전씨가 이야기하는 장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내가 요즘은 동네 노인들하고 게이트볼도 치는데 역시 장기만한 것이 없어. 팀 경기는 사람이 모자라면 경기를 못하잖아. 장기는 상대만 있고 판만 있으면 어디서든 벌일 수 있는데 말이야. 이기든 지든 누구 원망할 것 없이 판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책임지고 상대와 겨루는 장기가 나는 참 재밌더라고.”
 
바둑에 비해 알 수도 적고 두는 방법도 쉬워, 배워보면 금방 재미를 느끼게 될 거라며 장기를 권하는 전씨. 옥천의 장기 고수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를 살짝 귀띔해 준다.
 
“읍에 있는 동신철물점 알지? 거기랑 노인복지관 휴게실 가면 옥천에서 내로라하는 장기꾼들 만날 수 있을 거야. 대단한 실력가들이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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